고독한 산보자의 꿈 홍신사상신서 52
루소 지음 / 홍신문화사 / 1994년 11월
평점 :
절판


'자연속으로'를 외친 두명의 기억할 만한 인물. 물론 이는 서구 역사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 속에는 그렇지 않은 인물이 오히려 적을 것이니.

180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핸리 데이빗 소로우와
1712년대 프랑스의 주네브란 소도시에서 태어난 장 자끄 루소.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대조적이다. 우선 소로우는 '하버드'를 졸업한 당대의 최고 엘리트였던 것과는 달리, 루소는 정규학교를 제대로 다녀본 일이 없으며, 잡다한 잡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간 인물이란 점. 루소가 한 일 중에는 '악보 필사'도 있었고, '가정 교사'는 빈번했다. 가정 교사로 들어간 귀족 집에서 귀부인과 '눈이 맞아' 바람을 피기는 예사고, <에밀>이란 교육학 저서를 냈음에도 자신과 하녀 신분의 여자 사이에서 생긴 아이 일곱인가를 모두 '고아원'에 보낸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다.

한 마디로, 루소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좋게 말하면 천재적인 감수성과 비상함으로 똘똘 뭉쳐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인물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나친 치기와 감성으로 상처받기 쉽고, 남의 험담을 잘하는 '덜 된' 인물이다. 이러한, 루소의 기질은 소위 <참회록>이란 책에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 여기 알라딘에는 '성 아우구스틴'의 '고백록'과 유별하려고 '참회록'이란 제목을 붙인 모양이지만, 내가 읽은 그의 자서전은 '고백록'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것이었다.

이 책, <고독한 산보자의 꿈>도 1000원이면 '범우사'에서 나온 포켓북으로 살 수 있지만, '고백록'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고, 그 책의 한 챕터 정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의 역사상 '자서전의 백미'로 꼽히는 루소의 고백록 서두 부분을 좀 보자.

'나는 적어도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자연이 나를 부어낸 거푸집을 부숴 버린 것이 잘한 일인지는 이책을 읽어 보면 판단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최대의 미덕은 이처럼 너무나 솔직한 토로이다. 그는 아주 세세한 것까지 비상한 기억력을 발휘해 써나가고 있다. 그에 비하면 <고독한 산보자의 꿈>은 조촐한 수필집에 불과하다. 어쨌든, 루소가 왜 '자연으로'라는 구호를 왜치게 되었는 지 그 소이의 문맥을 간략하게 알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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