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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 -상
마크 트웨인 지음 / 박우사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 마크 트웨인이다. 많은 작가의 경우, 그의 몇 작품은 좋으나 몇 작품에선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 마크 트웨인은 모든 작품에서 절대로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영화화 될 경우에도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그의 작품이 매우 공상적이면서도 치밀한 현장 고증을 거친 연후에 쓰여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체계적으로 문학수업을 한 경력이 없다. 오히려 제도권 교육에서 잘 교육받지 않았기 때문에 눈부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잔 다르크의 생애를 다룬 책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의 <잔다르크>는 오직 그 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물이다. 실제의 잔 다르크의 유령의 진위여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빚어낸 역사는 어차피 후인들이 제각각 빚어낸 그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잔 다르크가 이단 재판정에서 재판관들과 나눈 신학적인 믿음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 부분에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신학 해석의 경지를 보여준다. 잔 다르크는 그녀를 마녀로 몰아 화형장에 몰고가 불사르고 말겠다는 야욕을 지닌 '악마떼들'같은 신학권력자들 앞에서, 그들의 유도심문을 매우 현명하며 똑똑하게 피해나간다. '신이 왜 하필 너에게 프랑스를 지키라고 명했느냐' 라고 하면 ' 그건은 신의 의지였으므로 나로서는 알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말을 똑똑히 들었기 때문에 가만히 고향에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모든 형이상학의 문제에 있어, 심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토대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다. 잔다르크의 신비체험은 그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권력자들은 그 신비체험으로 말미암은 그들을 위협할 만한 어린 여성의 카리스마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겐 권력에 대한 어떠한 야욕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근에 프랑스의 감독 '뤽 베쏭'이 그녀의 몇 번 째 아낸지 알 수 없는 젊고 잘나가는 모델 출신 여배우를 기용해 '잔 다르크'란 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의거한 대본은 그 자신이 직접 쓴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으며 마크트웨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잔다르크를 영상화하면 얼마나 좋을지를 생각했었다. 물론 잉그리드 버그만이나 그 외에 몇몇 당대의 가장 잘나가는 여배우를 출연시킨 할리우드판 '잔다르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영화보다 재밌다. 장담하건대.. 그 재미는 허클 핀을 만화영화로 보는 것보다 장편소설로 읽는 것이 더 재밌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