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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상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음의 땅 그린란드
38세의 독신녀
자신이 밟고 있는 얼음조차 얼릴 듯한 여자
그녀에게서 '모성애' 비스름한 것을 발견하려 말자.
허나 이는 온전히 그녀 탓은 아니다. 사람은 무릇 자신이 처해 왔던 자연 환경의 산물이기 쉬우므로.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린란드라는 지구 환경을 온전히 이해함을 전제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그녀를 함부로 재단하려 하면 안된다.
그녀가 내던지는 단상들과 내뱉는 문장속에서 평범한 것을 찾기란 그 반대의 것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 그녀는 말한다. 모든 노처녀들이 절망과 고독에 떨고 있으리란 고도로 일반적이며 상식적인 우려를 뒤엎으며 '나에게는 고독이 은혜의 빛이다' '나는 늘 나 자신을 향해 자비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의식하며 내 방문을 닫는다'
그러면서 그녀는 수학자 칸토르의 일화를 길게 인용하며 자신의 논거를 펼친다. 그녀가 그 죽음에 대해 그토록 집요하게 파헤치던 이자이아란 남자아이는 그녀처럼 ' 혼자였던 아이'였다. 결코 고독을 두려워 않는 망명자 같은 녀석이었다. 녀석의 어머니는 심한 알콜 중독자고, 아버지는 그린란드 서해안 탐험대에 속해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 아이가 아버지를 뒤따라 가버렸을 때 사람들은 아이의 죽음에 대해 무심하며 당연한 반응만을 나타냈으나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망각의 눈이 죽은 아이의 몸 위에 쌓여가고 있었다. 사람들을 망각의 세계로 정겹고 나른하게 인도하는 그 순백의 '눈'에 대해 그녀만이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 눈에 대한 비범한 감식안을 통해 죽음의 베일을 거둬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진정한 이해'다. 자연을 향한 소외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본래 갖고 있었으나 잃어버렸던 감각의 회복을 추구한다. 유클리드의 기하의 세계가 아닌 비운의 천재 수학자 칸토르처럼 일련의 적은 점들 사이에도 존재하는 무한의 우주까지 깊게 천착하는 그녀의 사고 방식은 실용적인 것들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그녀는 말한다. '자동차들은 쓰레기 분쇄 압축기에 넣은 뒤 성층권을 통해 쏘아 올려 화성의 궤도에 가져다 놓는대도 상관치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