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 삼성세계사상 34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삼성출판사 / 1990년 9월
평점 :
절판


구조주의적 사고는 변화하는 것에서 변치 않는 것(本質-substance)를 가려내는 눈이 있을 때만 효과적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희랍의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B.C5)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질서는 영원하며, 끊임없는 불꽃은 어느 때는 성하고 또 약해지기도 한다. 불의 변화는 기름, 불꽃, 연기로 측정되며, 로고스는 그 변화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순수한 불은 하늘에 빛나며 하늘을 채우고, 그 중 일부는 내려와 바다가 되고 또 일부는 대지가 된다. ---세계는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하나의 질서를 유지한다.』

한편, 불교에서도 '모든 것은 변한다'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주장하고, 그러면서 변치 않는 존재의 본질을 공(空)이라고 말한다. 변화 속이 불변이 진리는 그 구조(構造)를 말한 것이다. 뜻 있는 구조의 본질을 찾는 것이 구조주의자의 목적이었고 이런 맥락에서 위대한 철학자와 종교가에겐 구조주의적 경향이 있는 거 같다. 레비 스트라우스는 결혼의 구조를, 촘스키는 언어구조를, 수학자 아벨은 군(群)의 구조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저마다 생물의 유형, 문화의 패턴, 수학적 구조에 의의를 찾는다. 그 작업은 널리 이용되어 모든 좌표(座標)와 변환(變換)을 뚫고 넓은 공간 속에서 변화의 의미를 과시한다.

<슬픈 열대>는 레비 스트라우스의 본격적인 이론서는 아니다. 그가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행했던 인류학 조사 과정을 사소한 것까지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책을 일종의 모험서로 받아들인다.

모험은 미지의 곳으로의 여행과 낯선 이들, 그리고 새롭게 만나는 자연과 알게되는 인간에 대한 지식,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워지는 나를 발견하는 데 그 가치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은 허구의 모험소설이 갖지 않은 진지함과 동시에 장식되지 않은 거친 문장 속에서 저자와 함께 그 모험의 전 과정을 함께 하고 싶은 자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것이다.

이 여름 꼭 여행을 가고는 싶은데 가난하여, 혹은 시간이 없어, 혹은 동행인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탄력적인 시간 운용을 통해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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