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의 일기
체 게바라 / 거리문학제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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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체 게바라의 마지막 일기를 번역한 것이다. 66년 11월7일부터 67년 10월7일까지, 즉 그가 체포되기 전날까지 日記는 이어진다. Che Guevara란 이름에서 'Che'는 스페인語로 '어이 친구'정도에 불과하다. 그의 本名은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다'란 비교적 긴 이름이다. 이 일기는 그의 이름이 왜 Che일 수 있는 가를 말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사르트르란 대철학자도 탄복케 할 수 밖에 없는 숭고한 요소이다. 그것은 humanity 즉, 한 사람의 지성인이 진짜 인간이기 위해서 벗어 던지고 있는 모든 것이다.

허세와 자만,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술수, 선동과 세뇌의 웅변, 자아도취, 극단적 이기주의.. 그 많은 껍데기로 둘러싸인 지성인이란 지위에서 뚝 떨어져 나와 humble한 사람들과 나란히 어깨를 걸치고, 한결같이 웃고 있는 명랑한 소년 같은, '어이 친구'란 사나이를 알게 되고, 그제야 자기 가슴을 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다'라고! 이 일기책은 유난히 Che의 사진을 많이 수록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그의 빼곡한 일기만큼이나 많은 사실들을 말해준다.

우선 그가 단벌의 사나이란 점, 거의 외모 특히 옷에 대해 무신경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군인의 신분이었다는 점, 그것도 정규군에 속한 적은 한번도 없었고 언제나 빨치산 신분이었을 뿐이다. 그의 군복이 두벌이거나, 그의 장화가 깨끗하게 손질돼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게릴라가 아닌 것이고, 그에 대한 모든 神話는 깨져야 할 것이다. 모든 일기 글은 매우 절제돼 있고 간결하다. '感情'이란 것은 최대로 아끼고 아끼다가 정말 더 이상 아낄 수 없을 지경이 돼서야 내보인다. 잔뜩 흐린 날씨 중에 언뜻 비치는 햇살만큼이나 안타까울 만치 明徵하다.

그리고 그 감정의 吐露는 독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연민의 腺을 자극한다. 부모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는 풍차에 대항하고, 창녀를 공주로 모시며, 허약한 로시난테의 등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가던 돈키호테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이 연민은 우리가 세르반테스가 만들어낸 주인공 돈키호테에 대해 어떠한 미움이나 조소의 감정도 가질 수 없는 거와 마찬가지다. 어쩌면, 체의 핏속엔 그의 전세기 사람이었던 세르반테스란 인물이 가졌던, 세상에 대한 낭만적 이상주의, 버릴 수 없는 스페인적 기질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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