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다니엘 페낙에게 파리의 13 구역 벨빌이 영감의 무대라면, 마르크 레비에게는 런던의 프랑스인 구역, 개구리 골목이 이에 대응 될 만 하다. 페낙의 벨빌이 파리의 최하층민들이 모인 멜팅 팟(melting pot)이라면 레비의 개구리 골목은 나름대로 순혈통주의를 고수한다.

 

프랑스 레스토랑 주인인 이본, 플로리스트 오드리, 건축가 앙투안이라는 막강한 라인업에 정말 못 하는 일 목록을 늘리기 위해 안달하는 것만 같은 사고뭉치 마티아스가 전입신고를 하면서 이들의 영국령 프랑스촌은 더욱 풍성해진다.

 

건축가 경력을 지닌 작가의 자아는 단짝 친구인 앙투안과 마티아스에게로 절반씩 이입되는 듯, 하나는 건축가로 또 다른 이는 프랑스 문학 애호가로 창조된다. 마티아스는 영어도 거의 못하는 골수 프랑스인이지만 앙투안은 영국에 온 이유가 아들을 옥스퍼드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라고 당당히 말한다.

 

경쟁과 명문대학을 선호하는 영국식 가치관과 문학과 평등교육에 대한 지지를 담은 프랑스식 가치관의 충돌이랄까. 개인적으로 나는 영국식 유머와 프랑스식 성찰을 좋아하지만, 이 책의 넘쳐나는 대사는 어떤 스타일인지 딱히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재치 있는 유머로 가득하다는 점은 장담할 수 있다. 여하튼 뭐라 딱 꼬집어 이를 수 없는 행간의 여백은 단연 프랑스식이라고 할 만 하다. 

 

 런던과 파리, 내가 생각하기엔 도버 해협 너머 지척이지만 조금이라도 자기의 연고지를 떠나 살고 싶은 '먼 곳에 대한 그리움(fernweh)'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뭍으로 돌아온 따개비들처럼 그들은 다시 안락한 공간, 제 2의 고향으로 모여들고 친숙한 언어로 떠든다.

 

 그곳엔 터줏대감으로 살면서 그림자처럼 그들의 안위를 살피는 밥 퍼주는 여인 이본이 있고, 당신이 어려울 때 속마음을 털어내도 될만한 속 깊은 이성친구 오드리도 있다. 이 두 여인의 따뜻하고 인내심 있는 비호 아래 철부지 두 남자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연애를 꿈꾼다.

 

 동네의 작은 서점은 물론이고 대형서점까지도 인터넷 서점에 잠식당하는 요즘, 마티아스의 작은 프랑스 서점은 또 다른 면에서 향수를 자극한다. 자신의 관심사인 책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 작가와 책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 책을 권해 줄 수 있는 가장 알찬 사이즈의 문화 공간으로서의 서점 말이다.

 

 이렇게 ‘행복한 프랑스 책방’은 책방 그리고 제 2의 프랑스라는 공간을 이중으로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소설적 공간을 창조하고, 어디선가 봄직한 혹은 한 번쯤 꿈꾼직한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이 즈음 두 개의 시공간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거리의 행인인 당신의 발걸음을 잡아 챌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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