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집들은 명절연휴동안 가족끼리 영화도 보고 그런다지만 우리 시집쪽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이유도 있고 가족들도 영화에 큰 관심을 안 보이는터라 난 이미 자유당때 '명절맞이 온가족 영화관 나들이'는 포기하고 살고 있다.
연휴 마치고 하루쯤 쉬어주고 이젠 영화를 봐 줘야 할때라고 생각해서 고른 영화가 '페이스 메이커' 다. 댄싱 퀸이나 부러진 화살 등등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일단 제일 스포트를 받고 있는 영화를 피해서 조금 덜 시끄러운 영화를 먼저 보자 싶었다.
선택은 탁월했다. 극장은 크게 붐비지 않았고 앞 좌석에 아이들이 앉아서 스크린을 가리는 만행도 저지르지 않았다.
매우 좋았었어 :)
가난한 어린시절 달리기는 동생 성호에겐 자랑거리였고 형 만호(김명민)에겐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다.
부상이후 마라톤 풀코스를 뛰지 못하고 30km까지 다른 선수들을 이끌어 주고 중간에 빠져버리는 '페이스 메이커'로 달리던 만호는 2012 런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꼭 따겠다는 육상연맹의 야심찬 계획에 발탁(?)되어 우여곡절끝에 런던까지 가게 된다.
김명민은 정말 연기를 잘 한다.
김명민을 본 기억으론 TV드라마에서 이순신을 연기했던거랑 작년에 개봉한 영화 조선명탐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는 잠깐잠깐 봤기에 특별한 기억이 없다.
내가 본 두 가지에 출연한 김명민의 느낌은 모두 다르다.
장군의 위엄을 조선 명탐정에선 절대 찾을수가 없었고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전혀 다른 이미지로 지휘자를 연기했기에 맛과 색깔은 다 달랐다.
이번 영화에서 김명민을 향해 두 엄지손가락을 높이 세워주고 싶은 이유는 빛이 안 났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만호는 주연이 아니다. 우리나라 마라톤의 기대주 윤기가 히어로가 될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철저한 조연이 그의 역활이었다. 역활이 그렇다보니 김명민은 윤기보다 허술한 외모와 말투로 연기했고 그래서 빛을 낼 수가 없었고 그래서 김명민은 빛이 났고 히어로가 됐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이해가 되시겠어요? ^^;)
영화니까 영화적인 요소가 얼마간 가미되는건 어쩔수 없는가보다.
몇몇 장면에선 뺐어도 괜찮았을텐데.. 싶은 장면이 있었지만 관객의 기쁨을 배가시켜준다면 나 하나쯤이야 지긋이 무시해 줘도 괜찮다.
난 착하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