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오전만 하는 알바를 마치고 점심도 안 먹고 집으로 제까닥 귀가를 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집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곧바로 지하철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고고씽~ 

두 정거장만에 자리가 나서 앉아 자리를 정리하고 바로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지만 20분도 못가서 졸음이 꾸역꾸역... 

책을 덮고 까딱까딱 졸다가 자다가 졸다가.. 눈을 떠보니 내릴 역에서 두 정거장이나 지나쳤다 ㅠ.ㅠ  다시 건너편으로 와서 목적지에 도착, 긴 시간 사용하기 힘들 화장실엘 먼저 다녀왔다. 

목적지 도착 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고 생수 하나 사서 걸어가며 야곰야곰.. 

자.. 목적지가 보인다. 저~어기 저 인산인해의 끝부문이 내 목적지다. 

가서 줄을 서니 옆에 푯말엔 '여기부터 3시간...' 아~ 예~ 각오하고 왔슴다!! 

1시 50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2시 30분쯤 엄마가 전화를 했다 '어디야~?!' '국립중앙박물관에 줄 선지 40분 정도 됐어' '밥은 먹었어?' '대충 먹었어' 

주변엔 혼자 온 사람은 나 밖에 없나보다.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느라 이야기 소리로 내 머리속이 웅성웅성이다.  

이어폰을 꺼내서 핸드폰에 꽂아 클레식 방송에 주파수를 맞추고 볼륨을 최대로 올려 다른 소리를 차단하고 책 읽기에 몰입.. 

건물 앞에 도착하니 1시간이나 지났다.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건물 안은 어두워서 책도 볼수가 없다. 라디오 주파수도 잡히지 않는다. 이젠 쌩으로 버텨야 한다. 

책도 접고 이어폰도 빼니 주변의 오디오들이 걸러지지 않고 날로 들리는데 어쩌랴..;;; 

여럿이 온 일행은 서로 번갈아 가며 다른 전시물들도 구경하고 온다. 난 여전히 혼자 버틴다. 

심심한 시간이 계속되니 나도 슬슬 핸펀을 꺼내 문자도 보내고 정리할 내용도 정리하고.. 그래도 시간 참 안간다.. 

어느 지점엘 오니 직원들이 '40분쯤 남았습니다~' 알려준다. 고맙구려... 

중간에 밝은 곳이 나온다. 잘됐다.. 싶어 다시 책을 꺼내 몇 장 읽는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 다시 조명은 어두워지고 책은 가방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 모퉁이만 돌면 저 유리벽 안에 있어요. 누군가의 중계방송이 반가운 순간이다. 그 시간이 4시 30분이 넘어서다. 허리까지 아픈지 이미 오래다.   

줄을 서기 시작한 후로 사탕을 두 개 먹었다. 단게 들어가면 좀 덜 피곤하지 않을까 싶어 가방에 넣어 왔는데 그러길 잘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사 놓은 생수는 먹지도 않았다. 무거워서 어깨만 아프네.. 

모퉁이를 돌아 직원들이 조금 더 많이 모인 자리에 오니 가이드 라인이 조금 다르게 이용되고 있다.  

적정 인원을 끊어서 들여 보내기 위해 차단용으로도 쓰고 있다. 정말 어렵구나...

이제 내 차례다.. 직원분이 앞으로 오세요~ 이야기를 해 주길래 몸을 빨리 움직여 통유리 앞으로 다가섰다. 

아.. 이제 본다.. 본다.. 시간을 확인해 봤다. 4시 47분.

눈을 가볍게 한 번 감았다 떳다. 

초서체로 흘려쓴 '몽유도원도' 라는 글씨가 보인다. 순간, 왠지 뭉클..  

두근. 꿈결 같지 않냐는 눈의 질문에 심장이 맞다고 대답을 한다. 두근.   

난 '몽유도원도'를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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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10-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아래에서 두번째 줄[두근. 꿈결 같지 않냐는 눈의 질문에 심장이 맞다고 대답을 한다. 두근.]은 <그여름의 끝 - 장미희> 작품에서 인용한겁니다.
원래 문장은 [두근. 저 여자 예쁘지 않냐는 눈의 질문에 심장이 맞다고 대답을 한다. 두근.] 입니다.

다락방 2009-10-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방금전까지 보러갈 생각 없었는데 무스탕님의 '두근'을 보는 순간 갑자기 욕망이. 으윽.

무스탕 2009-10-07 15:02   좋아요 0 | URL
세시간 서 있는동안 나름 몽유도원도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심신수양;;의 시간이라 생각하고 말 한마디 안하고 기다렸어요.
(정말 말 한마디 안했어요. 눈짓으로만, 고개로만 대답을 했지요..)
(아.. 엄마 전화를 받았구나.. 이건 어쩔수 없으니 예외를.. ^^;)

2009-10-07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7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9-10-0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평일날에도 3시간 대기인가요 ㄷㄷㄷ
저는 꿈도 못꾸겠네요 ㅠㅠ

무스탕 2009-10-07 15:04   좋아요 0 | URL
제가 박물관 나선게 5시 정도였는데 그때 줄선거 보니까 3시간까진 아니고 2시간 조금 더 기다리면 되겠더라구요;;;
그것도 오늘로 끝이라는..

마노아 2009-10-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라인 바깥에서 슬쩍 보았어요. 줄을 못 섰거든요. 일행이 없었다면 오히려 혼자 기다려서 봤을 텐데 같이 간 일행 여섯이 모두 거부했어요. 교대로 줄 서면서 보면 전부 관람 가능할 것 같았는데 말이에요.ㅜ.ㅜ

무스탕 2009-10-07 15:07   좋아요 0 | URL
으.. 의견이 맞는 일행들이랑 움직이셨어야 했는데..
제 뒤에 줄 선 일행은 4~5명(뒤를 돌아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고 이야기 나누는걸 들어선 그 정도 같았어요)정도 였는데 번갈아가며 이것저것 보고 다니더라구요. (근데 그 일행 지방 공무원들인데 서울로 출장왔다가 일찍 끝나서 구경온거 더라구요. 별 걸 다 안다니까요 -_-)
앞에 아주머니 두 분도 그렇게 다니시고..
전 only몽유!! 를 외치고 갔었기에 큰 아쉬움은 없었어요.
내일쯤 다시 한 번 더 가서 다른걸 봐 볼까 싶기도 해요.

카스피 2009-10-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몽유도원도를 보고 싶지만 이렇게 길게 줄을 선다면 도저히 구경할 엄두가 안나네요 ㅜ.ㅜ

무스탕 2009-10-07 15:08   좋아요 0 | URL
오늘이 마지막날이에요. 오늘은 아마 더 엄청날것 같아요.
상설전시장에 가면 모사그림이 있어요. 이제 이거 보는걸로 만족해야죠.. ㅠ.ㅠ

프레이야 2009-10-0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날이었군요.ㅠㅠ

무스탕 2009-10-08 09:45   좋아요 0 | URL
어제 마지막날은 야간개장을 했었어요.
그래도 사람들 엄청 많았을거에요. 어휴..

후애(厚愛) 2009-10-0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유도원도를 보고 오셨군요.
아 부러워요~ ^^

무스탕 2009-10-08 09:45   좋아요 0 | URL
네. 보고 왔습니다.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도 좋았어요.
앗- 지금 뉴스에도 나옵니다 ^^

라로 2009-10-0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꼭 보고 싶었는데,,,,제 간절함이 부족했나봐요~.ㅠㅠ

무스탕 2009-10-08 09:48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엉뚱한 생각을 했었던게요..
이 박물관 사람들 평소에 6시에 문 닫고 자기들끼리 얼마나 편안하게 즐겼을까..
아는 사람들 불러서 시간 쫒기지 않고 오래 기다리지 않고 맘껏 봤을거야..
요런 모뙨 생각을 했었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