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여름이 시작할때 개봉해서 천만명의 관객이 봤다는 해운대를 난 오늘 봤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가는 스크린으로 못볼것 같아 오늘 중대 결단을 내리고 극장으로 고고~
여름날씨만 막바지가 아니었다. 극장도 끝물이고 싶은지 관객이 20명도 안됐다;;
분명 영화를 개봉하기전엔 이 영화는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 광고를 하고 내용대로 관객의 쓰나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재난은 영화의 두 축중 한 부분일 뿐이고 내가 느낀 중요축은 차라리 '인간관계'였다.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를 잃은 연희를 사랑하지만 죄책감에 차마 고백을 못하고 주변만 맴도는 만식의 설경구는 연기를 잘하더라..
먼저 영화를 보고 올린 리뷰들을 보면 설경구의 연기와 박중훈의 연기를 이야기 하는 글이 많은데 난 설경구의 연기들중 자잘한 연기들(아들과의 대화나 술먹고 허부적대는 모습등)이 더 눈에 들어온다.
평소 설경구의 이미지는 '묵직'이었다. 설경구의 영화를 제대로 본건 '그 놈 목소리' 밖에 없는데 완전 상반되는 연기를 보는데도 좋았다.

사회에서 쓸모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수가 없고 나이 많은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동네 양아치 역할을 연기한 김인권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어주고 긴장을 죄어주는 역할을 참 잘해냈다.
깐깐하게 따지고 들자면 그래픽 처리가 너무 가짜 같아, 짜임새가 꼼꼼하지 않아, 잔말이 너무 많아.. 눈에 띄는 헛점들은 분명히 있지만 영화의 흐름에 따라 웃고 긴장하고 울다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새삼 자연은 무서운거야..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다시 인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