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는 <알 수 있는 일>이다.

무스탕이 결혼한건 1994년 3월. 지금껏 사용한 냉장고는 결혼할때 장만한 지성이보다도 나이가 많은 늙은 냉장고였다.

이 냉장고가 드디어 몬살겠다고 반항을 한 것이...

지난 수요일에 저녁을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고 닫으며 분주한 상황에 갑자기 들리는 뭔 소리 '툭-!'

깜짝놀라 돌아보니 냉장고 문이 떨어졌다!!!!!!!!!!!!!

세상에나... @.@ 부랴부랴 신랑이 대충 수습을 해서 임시로 붙여놓고 저녁을 먹으니 9시가 다 되었다.

가전 A/S를 하는 신랑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냉장고 문이 나오기는 하는데 비용이 10만원이 훌쩍 넘을거란다.

에잇- 이 참에 바꾸자!!

다음날 저녁을 먹고 동네 이마트에 나가서 둘러보고 적당한 녀석을 골라서 토요일에 배달해 달라고했다.

금요일까지 출근을 하고 토요일에 새 냉장고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기존에 갖고있던 냉장고가 아래위 문 두짝짜리면 새로 올 냉장고는 옆으로 문 두짝짜리고 용량도 좀 더 커서 부피도 덩달아 커졌다) 그러자니 냉장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찬장을 밀어야하고 그러자니 찬장의 유리그릇들을 모두 꺼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찬장 윗쪽의 그릇을 모두 꺼내내고 아래쪽에 있던 책들도 모두 꺼내내고 냉장고 위에 있던 선반속의 살림살이들도 모두 꺼내내고 새 냉장고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니 찬장이 옆으로 2cm 밀렸다. 2cm 밀자고 온갖 살림들을 모두 꺼내냈다 -_-

꺼내놓은 짐을 보자면 완전 이사하는 분위기다.

하여간 이소연이 무사히 착륙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냉장고도 우리집에 무사히 자리를 잡았고 다시 살림들을 집어넣고 이참에 필요없는 것도 버리고 하다보니 10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새 냉장고를 가져온 아저씨들이 기존의 냉장고를 가져가셨다. 가기전에 나의 첫 냉장고에 머리를 기대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14년동안 잘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다시는 못 보겠지만 정말 수고 많았어~'

그리고 새로들어온, 이번에 와인색과 보석;;을 자랑하는 새 냉장고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전임께옵서 14년동안 많은 수고를 해주시고 화려하게 사(死()하셨도다. 너도 우리집에 왔으니 잘 지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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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2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듣기도 처음 들어요. 냉장고 문이 떨어졌다뇨!!

어쨌든 이번기회에 럭셔리한 냉장고로 바꾸셨군요. 잘 지내보셔요, 새로운 냉장고와. :)

무스탕 2008-04-21 14:11   좋아요 0 | URL
냉장고를 14년을 썼다니까 오래썼네.. 가 대부분의 반응이더라구요.
그래도 이렇게 전사하리라 생각을 못했었기에 황당했지요 ^^;
어여뻐해 줘야지요, 새 냉장고 :)

마노아 2008-04-2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색에 보석이라니!!! 인증샷이 필요해요. 정말 럭셔리 냉장고잖아요! 새 냉장고도 오래오래 충성을 다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무스탕 2008-04-21 14:14   좋아요 0 | URL
나름 럭셔리 맞습니다. ㅎㅎ
그런데 전에 쓰던 냉장고는 문에 디지털 시계가 있어서 그 시계를 보던 습관이 있는데 이번 냉장고엔 시계가 없어서 답답해요.. -_-
인증샷은 집에가서 (오늘도 뛰쳐나왔답니다. 엉엉엉~~) 노력해 볼께요 ^^

조선인 2008-04-22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전 얼마전에 드디어 골드스타 TV를 바꿨어요. 마침 이번에 산 TV가 LG인터라 센터직원에게 아주 감탄받았지요. 몰랐는데, 제조년월일 기준으로 18년되었더라구요. @,@

무스탕 2008-04-22 09:23   좋아요 0 | URL
골드스타를 여직.. 대단하심다!! 저희 친정집 티비도 골드스타에요. 지성이 태어나기 이틀전에 구입한 녀식인데 아직 씽씽하죠 ^^
마로랑 해람이가 티비를 마구 돌린다거나 올라 탄다거나 험하게 굴지 않았나봐요. 그렇게 오래 쓰신것 보면..

조선인 2008-04-23 09:44   좋아요 0 | URL
우리집 가전제품은 5단서랍장 또는 7단서랍장 위에 있답니다. 언감생심 못 올라타죠. ㅋㄷ

무스탕 2008-04-23 10:02   좋아요 0 | URL
오래 사용하시는 노하우가 있었군요.
마로랑 해람이에겐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네요. ㅎㅎㅎ

순오기 2008-04-22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란 광고의 냉장고였는데, 최고로 오래 쓴 사람에게 보상해준다는 말에 16년째 쓰고 있었는데...우리 남편이 살림한다고 장봐오면 넣을데가 없다고 바꿔버렸어요. 흑흑~ 그것도 럭셔리가 아닌 중고로!!
이젠 가스렌지 20년째 쓰고 있는데...이건 보상 안해주나? 내 가전제품은 모두 위의 광고사 것인데!!

무스탕 2008-04-22 09:3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그렇게 오래 쓰고 그러시면 우리나라 가전제품 시장의 장래가 보장이 될수가 읎사와요!!
건전한 소비(?)는 훌륭한 제 2의 생산이라구욧 ^^;
근데 갑자기 헷갈리는것이.. '순간의 선택..' 광고가 S전자던가요 지금은 L전자로 이름바꾼 G전자이던가요? --a

순오기 2008-04-23 05:15   좋아요 0 | URL
제가 '건전한 소비'를 할 여건이 안 되거든요.ㅎㅎ 건전한 소비는 '오직 책에만' 적용시키는 건가?ㅋㅋ
'순간의 선택'은 한때 골드스타라고 불렀던...^^

무스탕 2008-04-23 09:18   좋아요 0 | URL
책은 어디서든 대접을 받는군요. ㅎㅎ

그렇군요.. 샛별이었군요 :)

네꼬 2008-04-2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은 지난 토요일에 새 세탁기가 왔어요. 동거녀가 무려 13년을 써왔다는 세탁기씨가 퇴장하시는데, 약간 짠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새 냉장고에 맛있는 거 뭐 넣으셨어요? 두 가지만 얘기해주세요. 군침도는 걸로!

무스탕 2008-04-23 09:17   좋아요 0 | URL
오~! 만만찮은 동거녀님이시네요!! 13년을 사랑해 주셨다니 세탁기도 행복하게 은퇴할수 있을거에요.
우리 새 냉장고에 뭐가 있나.. 음..
오징어도 있구요(마른것, 안마른것 다 있어요) 생선도 있구요(조기,갈치,고등어.. 어! 고등어닷!! ^^*) 맥주도 있구요(하이트가 좋아요!) 먹다남은 삼겹살도 넣어 뒀네요. 하하하~~

프레이야 2008-04-23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 살다살다 냉장고 문 떨어지는 거 첨 봐요.
럭셔리 새 냉장고 입성을 축하해용~

무스탕 2008-04-23 20:48   좋아요 0 | URL
저도 첨 봐요. 들어보지도 못했었어요 ^^;
집에 어울리지 않게 나름 럭셔리 냉장고를 보고 있자니 꼭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같지만 그래도 잘 지내보려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