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화요일에 엄마가 수술을 했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가 조금 못되서 마친 5시간에 걸친 큰 수술이었다.

아침 7시30분쯤이면 수술실로 내려갈거라 해서 7시가 조금 넘어 병원에 도착을 해서 엄마 옷갈아 입는거 돕고 손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인턴인듯 보이는 의사선생님께서 코로 호스를 끼어서 위까지 넣을거라고, 환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다고 해서 엄마는 코로 호스를 끼우는 괴로운 과정을 맨정신으로 마치고 수술실로 가는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옮겼다. 가는동안 계속 엄마 손을 잡아줬지만 엄마는 눈도 안뜨고 누워 계셨다. 조그만 욕심에 묵주를 갖고 들어가고 싶어 하셨는데 아무것도 갖고갈수 없다고 해서 그럴수가 없었다.

수술실 앞에서 가족은 대기실에서 기대리라는 소리를 듣고 엄마만 들여보내는데 도대체 엄마에게 해줄 말이 없어서 '엄마 잘하고 와' 를 두번이나 되풀이 했다. 엄마는 들어가기 직전에 눈을 뜨고 나랑 눈을 맞췄는데 눈물이 나와서 참느라고 이를 악물었더니 목이 메어 침도 못삼켰다.

애들도 챙겨야 하고 집에서도 일이 있어서 병원엔 오빠가 남아있었고 난 집으로 돌아와 애들에게 아침을 챙겨줬지만 도대체 물도 못삼키겠어서 아침도 거르고 가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뭔 소식이 있는지 묻기만 했다.

아버지도 차마 병원엘 못가보고 계속 연락온거 없냐고 묻기만 하셔서 아무 소식이 없는게 잘 진행되고 있는거라고 생각하자고 아버지를 위로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시가 조금 넘어서 수술실에서 나와 중환자실로 옮겼다고 연락이 왔고 아버지는 얼른 병원으로 출발을 하셨다.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을 잘 됐다고 이야기를 했다하니 정말 다행이다.

애들 점심을 챙겨주고 병원으로 갔지만 중환자실 면회시간이 안돼서 들어가진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데 수술환자인지 어쨌든 계속 중환자실로 환자들이 들어간다. 그 틈에 따라들어가서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 엄마 옆에 서서 잠이 든 엄마를 잠시 바라보다 나왔다.

중환자실에서 만 이틀을 보내고 목요일 오후에 일반 병실로 옮기셨는데 무통주사때문인지 계속 어지럽고 메스껍다고 하셔서 무통주사를 안 맞고 그냥 버티고 계신다.

어제는 수술 부위를 소독을 한다고 해서 옆에 서서 보다가 순간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게까지 크게 상처가 났을거라고는 생각을 안했는데 대략 30cm정도 되는 봉합부위를 보고는 너무 놀랐다.

75세 노인네에게 저렇게 큰 상처를 내다니...  한숨만 나왔다.

한시라도 빨리 장이 잘 정리 되려면 아파도 참고 많이 걷고 운동하라고 하는데 메스꺼움 때문에 무통주사도 안맞고 있어서 생각같이 잘 움직여 지지가 않는가보다. 그렇게 큰 수술을 하고도 며칠만에 움직이는거 보면 울 엄마도 대단해... 어제부터 걸어서 화장실엘 갔다니...  (엄마 홧팅!!)

월요일 점심에 미음을 끝으로 계속 금식이니 배는 얼마나 고플까...? 지난달 입원에서 검사하고 치료하느라 며칠 금식했을땐 그런소리 안하더니 오늘은 배고프다고 하신다. 얼른 미음부터 식사를 시작했으면 좋겠구만..

부신에서 떼어낸 종양의 성질을 알아보고자 조직검사를 하는데 결과가 5~7일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음주 초엔 종양이 어떤 나쁜 넘인지 알수 있겠지. 제발 암이 아니길 빌 뿐이다. 암이라고 하면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어찌 받으실까...

처음 입원은 위궤양과 담낭염으로 입원을 했는데 검사과정에서 부신의 종양이 발견된거다. 종양의 악.양성을 떠나서 크기가 너무 커서 떼 내야 한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울 엄마는 운이 좋은거라고 생각했다. 위궤양이 없었으면 증상이 없던 종양을 어찌 알았겠으며 만약 악성이라면 증세를 느끼고 병원에 갔다면 늦었을지도 모르는데 일찍 발견해서 말썽 부리기 전에 잘 제거했다고 생각한다.

사람 맘이란게 얼마나 가벼운 넘인지.. 수술 직전까지만해도 탈수기에서 막 꺼내낸 우중충한 먹장구름이더니 수술 잘 마치고 회복 차곡차곡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언제 그랬냐 싶다 ^^;;

엄마. 우리는 운이 좋은거라구!! 그러니까 얼른 얼른 완쾌되서 얼른 퇴원하자구!! 집에 와서 맛있는 배도 와작와작 깨물어 먹고 청국장도 끓여먹고 찜방도 가고 하자구!!

 

걱정 많이 해주신 여러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울 엄마 열심히 회복해서 얼른 완쾌될겁니다. 다음엔 울 엄마 퇴원하셨어요~ 하고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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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3-0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큰일이 있으셨군요. 걱정이 많이 되셨겠어요. 힘든 일이었지만 전화위복이란 말 그대로 완쾌하시겠죠. 힘내세요.

짱꿀라 2007-03-0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 잘 되셨다고 하니 저도 기쁩니다. 하루 속히 쾌차하셔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퇴원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행복하세요.

홍수맘 2007-03-04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네요. 조만간 어머님 퇴원소식을 들을 수 있었음 합니다. 힘 내세요.

마노아 2007-03-04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어요. 수술 잘 마쳤다고 하니 너무 안심이에요. 다음 퇴원 글 기다릴게요. ^^

2007-03-04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03-0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조직검사 결과 암은 아니라고 합니다. 정말 얼마나 맘 졸이고 있었는지... ㅠ.ㅠ
아침 회진때 주치의께서 오셔서 이야기 해주시고 잘 드시고 빨리 회복되기만 하면 되겠다고 합니다.
오늘 점심부터는 죽이 나온다고 기뻐했는데^^; 흰죽을 바라신 엄마는 야채죽이 나오자 못드시고 병원 밖 죽 전문집으로 죽을 사러 오빠는 뛰쳐나갔습니다.
여러 님들의 고마우신 응원덕분에 울 엄니 모든것이 순조로운거 같아요 ^^

무스탕 2007-03-0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만 보이시는 ㄴ 님 / 죄송하고 감사하고... 님 서재에 글 남기러 갑지요!

2007-03-08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03-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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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__^*

세실 2007-03-0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암이 아니시라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하느님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괜히 눈물나네요...)

무스탕 2007-03-0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암이 아니라는 소식에 가슴 쓸어내렸어요. 오늘부터는 수액도 안맞으세요. 식사 잘 하신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