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호프 메소드 - 당신의 건강 본능을 리부팅하라
빔 호프 지음, 이혜경 옮김 / 모비딕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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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나. 지금처럼 간절히 원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디 가서 맘껏 운동할 수 있는 편도 안 되고, 고작 할 수 있는 건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공원을 걷는 정도. 요즘은 조금만 일하면 머리가 뜨거워지고 호흡이 얕아지고, 앉아있다 보면 고관절부터 엉치뼈까지 온몸 구석구석이 아프다. 나이 탓인가. 왠지 서글퍼진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수록 몸이 퇴화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길 거부한 사람이 있다. 바로 빔 호프(Wim Hof. 영어로 읽으면 빔 호프지만 네덜란드 사람을 네덜란드 발음으로 읽는 게 맞는 듯) 그는 61세가 넘은 나이에 아기 같은 피부를 자랑하고, 여전히 한 손으로 자기 몸을 지탱하고, 날마다 찬물에 몸을 담근다. 인간이 쇠락하고 쪼그라드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진리 안에 사람이 머물 때 빛이 나듯 어떻게 하면 자기 몸 안의 잠재력을 최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적극 실험에 나선 사람이다. 


그는 차가운 얼음 수조에 자신의 몸을 담그고 체온과 신체지수가 어떻게 되는지 측정했다. 중심체온은 일정하게 유지되었고, 신체지수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보수적인 과학계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다시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바쳤다. 유수의 대학에서 실험적인 생각을 가진 과학자들이 그의 몸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심지어 스콧 카니라는 기자는 빔 호프가 사기꾼이라는 걸 밝힐 의도로 폴란드에 있는 빔 호프의 훈련 캠프를 찾았지만 결국 그의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 함께 킬리만자로를 오르고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What Doesn’t Kill Us)>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그가 주장하는 빔 호프 메소드(WHM)의 요체는 간단하다. 찬물 샤워, 의식적인 호흡, 그리고 마음가짐. 너무 간단해서 이런 걸로 정말 드라마틱하게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단 10분이 걸리는 빔 호프 호흡을 3라운드 해보면서 그동안 한 20년 동안 틈날 때마다 앉아서 시도했던 복식호흡과 프라나야마, 뇌호흡 등 온갖 호흡법들을 뛰어넘는 ‘효과’가 났다. 단 10분 만의 호흡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안정되고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 많은 전문가들이 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빔 호프 메소드에 열광하는 것 같다. 오랜 수련 없이도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것. 


본격적으로 빔 호프 메소드를 따라 하기 위해 앱을 다운받고 호흡을 해보았다. 리텐션(숨을 참는 시간) 시간이 처음에는 40초에서 조금씩 늘더니 어제는 2분 10초까지 늘었다. 빔 호프가 앱에 적어놓은 대로 숨을 참는 건 기록을 달성하거나 억지로 견디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Listen to your body, not. your ego), 여하튼 하루하루 폐의 기능이 좋아지는 게 보여서 나름 뿌듯하다. 폐 기능이 좋아질수록 심신도 안정되는 느낌이 든달까. 건강의 척도는 폐의 크기에 달려있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실감이 났다. 결국 우리의 삶이란 아이 때 온몸으로 호흡하다가 그 숨이 점점 얕아지면서 턱에 찬 숨을 거두는 아닌가. 


요가에서의 호흡도 숨을 참는 것이 핵심이다. 숨을 참은 만큼 생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요기들이 프라나야마를 통해 수련하는 것도 결국 그 리텐션 기간을 점점 늘려가는 것이다. 왜? 숨을 쉬지 않는 동안 우리 몸이 자율적으로 활성화되고 혈액 속에 있던 산소와 영양분이 세포 조직으로 강력히 침투하면서 호르몬이 방출되고 염증반응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과호흡 사이에 리텐션을 두는 빔 호프 호흡법은 좀 더 효과적으로 리텐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된다. 과호흡을 통해 몸은 일시적으로 알칼리 상태가 되고, 그러면서 운동능력이 향상되어 킬리만자로도 오르고,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팔굽혀펴기를 몇십 개씩 하게 되는 거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빔 호프 메소드의 신비가 민간요법이나 자가치료법 같은 것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더 신뢰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빔 호프가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건강법을 전 세계에 알리는 건 그가 지나온 삶의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사랑하는 부인이 8층에서 떨어졌을 때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그는 우울증을 비롯한 온갖 질병이 정신과 신체가 결합되어 있다는 생각을 얻었고,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현대 의학에 의존해 값비싼 약을 먹고, 의료기술에 의지하여 자신이 가진 건강 능력을 오히려 퇴화시키고 있는 현실에 가슴 아파했던 것 같다. 


나는 오히려 빔 호프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든다. 과학이라는 것은 지금 당대 우리가 가진 지식이다. 그 지식은 언제든 새로운 지식에 의해서 부서지고 보완된다. 인간의 몸을 부분으로 해체해 보는 것이 아니라 홀리스틱하게 바라보는 것이 지식을 앞선 지혜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지혜는 사실 멀리 있지 않다. 우리의 호흡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 우리를 극한적인 찬물에 가만히 두어볼 때,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면 지식이나 지혜를 능가하는 깨달음 또는 영성이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원래 갖고 있는 힘. 그 위대한 힘을 내가 편안한 온도, 편안한 상황에 꼭꼭 가둬둔 건 아닌지.


아마 그래서 도인들은 찬물 아래서 수련을 했는지도(그걸 이어온 할아버지의 냉수마찰이 이제사 납득?). 북쪽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아이들이 아프면 차가운 얼음물에 담갔는지도. 숨을 멈출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발견한 건 요기들만이 아니다. 전 세계 종교에서 오랜 호흡이 필요로 하는 만트라나 기도문이 생겨난 건 우연이 아니다. 오랜 철학과 종교에 담긴 지혜를 오늘날의 과학으로 풀어냈을 때 비로소 의심의 빗장을 내려놓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우리의 몸을 과연 어떻게 바라보는지 성찰하는 것. 나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과연 어디서 오는지 바라보는 것. 내 몸의 건강을 이루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 내가 건강하다라고 느낄 때는 언제이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꿰뚫어 보는 것. 


빔 호프 메소드는 단순히 건강해지기 위한 000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빛과 혜안을 던져준다. 지금처럼 코로나로 제대로 숨 쉬지 못하고, 건강해지기 어려울 때, 그 어느 때보다 건강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지금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진정으로 건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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