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잔해를 줍다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빈민가의 바티스테 집안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오기 전후 십이일 동안의 이야기이다.

할머니는 우리를 어른 대하듯이 말했고, 욕도 우리가 어른인 것처럼 했다. 할머니께서는 묵주기도를 드린 후 주무시던 중에 돌아가셨다. 그때가 칠십 대이셨고, 그로부터 2년 뒤, 할머니가 낳은 자식 여덟 명 중 유일하게 살아있던 우리 엄마도 주니어를 낳다가 죽었다. 이제 여기 남은 것은 우리들과 아빠 그리고 차이나와 닭들, 하나 정도는 건사할 수 있어 키우고 있는 돼지 한 마리가 전부였고, 할아버지가 이 숲 속에서 돌보던 관목이며 톱 야자, 소나무 들은 이제 붓의 털들처럼 삐죽삐죽 하게 웃자라 있는 곳,

 

이곳에서 유일한 여자인 에쉬와 가족들의 사랑과 오빠친구 매니 오빠와의 사랑과 임신으로 인한 갈등, 둘째 스키타 오빠의 고분고분해지는 걸 싫어하는 차이나에 대한 사랑 그리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집을 놔두고 빅 헨리 오빠 집에 머물지만 차이나를 기다리겠다며 집터만 남은 자리에 있는 스키타 오빠의 마음……

 

매니 오빠가 날 그렇게 생각할까? 내가 약하다고? 자기를 받아들인 이 몸이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고? 자기를 끌어 당기고 품어서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만든 대가가 있다고? 매니 오빠는 자기는 치를 대가가 하나도 없을 테니 기쁠까?

내가 혼자서 잘 처리한다면 그는 감쪽같이 모를 거야 나는 생각했다. 절대로 모를 거야 그리고 그러는 동안 오빠에게는 시간이 생길지도 몰라. 무슨 시간? 난 나를 다쳤더란 문장에서 보듯 에쉬는 임신사실을 알고 혼자 방황하는 모습과 함께 가족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당찬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방송에서 허리케인 전날 예상 지역에 있는 가정은 한 명도 빠짐없이 대피하라는 주정부의 전화에 떠나지 못하는 가족, 다친 몸으로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며 최선을 다하는 아빠, 그러는 아빠를 도와주는 두 오빠와 남동생을 돌보는 에쉬,

끔찍했다. 바람이다. 매질하는데 쓰이는 전깃줄처럼 사나운 채찍을 휘두른다. . 살갗을 후려치는 돌멩이처럼 우리의 눈 속을 파고들며 눈을 뜰 수 없게 만든다. . 사방에서 소용돌이치며 모였다가 굽이쳐나가는 물은, 그 아래 가라앉은 웅덩이 흙 때문에 붉고도 붉어 보여서 피가 그치지 않는 거대한 상처 같다. 마당에 남아있던 나뭇가지들 끝없이 터지는 폭죽처럼, 자꾸자꾸, 그칠 줄 모르고 펑펑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른다. 우리들 지붕 위에서 꼭 껴안고 하나로 뭉쳐있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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