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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늘 - 안정효 장편소설 ㅣ 나남창작선 101
안정효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5월
평점 :
여덟 살이라는 나이에 난데없는 고아가 되어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남의 삶을 공짜로 살아가는 듯 부담스러운 기분, 꾸어온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허탈감을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몸에 익혔으며, 사랑하게
될 여자에 대해서 무척 구체적인 이상을 설정해 놓았을 만큼 완벽하고자 했으며 아내를 파악하는 방법은 심판이었지 판단이나 이해를 하려 하지 않았던
서른두 살의 서구찬, 그의
그런 오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여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나 환상은 오래가지 못하고 돌아선 남편을 향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집에서의 별거를 선택해야만
했고 남편의 백화점을 가져와 운영하게 된 아내 심재명, 스물셋에 상습적인 도망자로 바닷가 부락별장에서 낚시를 하며
지내던 서구찬과의 만남 그러나 그들은 사랑이라는 것이 비록 아무리 육체적인 욕정만의 사랑이라고 해도, 낚시 바늘의 미늘처럼 한번 박히면 쉽게 빠지는 인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서로의 욕정에 충실했고 정수미는 그렇게 떠났지만,
아무리 낭만으로 덧칠한 불륜일지언정 불륜은 불륜이었고, 수미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그런 구체적인 개념으로부터
자유롭거나 떳떳할 권리가 없었고,공모자이며 가해자인 구찬역시 마찬가지였다라는 표현에서와 같이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하더라도 이제 그들은 천박한 남자와 여자가 된 것을 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실하게 느끼며 수미도 구찬도 떠나보지만 그럴 때마다
벗어날 수 없음을 확인할 뿐이고 급기야 아내가 둘만의 공간에 들이닥치면서 오히려 구찬은 두려움보다는 기습을 감행할 정도로 치사한 여자에 대한 메스꺼움으로
인해 부부의 생각과 몸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구찬과 수미 두 사람은 잔병치레를 하면서 건강을 키우는 대신 지극히 사소한 징후들을 조심스럽게
참아가며, 속으로
곪아터지는 중병으로 발전하도록 상황을 악화시키고 말았기에 구찬은 목포까지 가서 죽기로 작정하고 나섰던 길에서 녹번동에 형이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다 낚시를 하러 왔던 평범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 한광우전무를
만나 푸랭이섬으로 떠나고,
소설은 결함으로 가득한 구찬, 수미, 재명의 중심에 한전무가 세 사람의 모든 삶을 듣고 또 들으면서도
결코 그들에게 요구하지 않는 독특한 설정과 바다낚시라는 거친 환경은 마치 그들이 걸어가고 있는 삶을 의미하는 듯 하며 구찬의 결정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라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