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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십시오!
앤소니드멜로 지음,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독서 습관상 나는 책의 내용이 얼핏이라도 기억나는 경우 다시 그 책을 집어들지 않는다.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아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흥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는 순간 다시 펼쳐들어 읽게 되고 다시 읽어도 흥미롭고 평생을 곁에 두고 싶은 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책 중에 하나가 바로 "깨어나십시오"다.
사실 이 책과의 첫만남이 "오, 정말 좋다"는 아니었다.
오히려 누가 읽어준 책의 한 구절을 듣고 못들을 것을 들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의 그 구절에 의한 충격의 여파로 한동안 방황을 했을 정도로 싫은 책이었다. 어찌 저런 신성모독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하면서 불쾌감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어찌하여 그리도 싫어했던 책을 붙잡고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다만 기억이 나는 것은 한번 읽기 시작하니 손을 뗄 수가 없었고, 세 번을 연거푸 읽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사고방식이나 나름의 신념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계속 깨어나라고, 우리가 자고 있다는 것의 증거를 들이댄다. 그리고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현실적인 문제가 깨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깨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기에다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무리인것 같고 단단히 마음먹고 아주 고집세고 집요한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마음으로 (저자는 자기의 말조차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한다.) 책을 구석구석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도 깨어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 그가 제시하는 깨어나는 방법 중의 하나인 "자기 관찰"의 방법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아무런 판단없이 그저 나와는 하나도 상관없는 어떤 대상을 보듯이 자기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 어떤 일에 대한 반응, 감정 등등 가능한 모든 것들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마침내는 자기를 꿰뚫어보게되고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꿰뚫어보게 되고 그것이 결국은 다른 사람을 그 사람에 대해 잔신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관념이나 느낌 대신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길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방법론적인 것은 책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가 한 말 중에 '문학(요기서 문학의 범위가 무엇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책이란 말로 바꾸었을 때....)이란 주먹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어야 하고, 얼어붙은 바다 위를 내리치는 도끼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 딱 어울이는 책이다.
난쟁이 해적의 목발: 저자인 안소니 드멜로는 천주교 사제이지만 인도인이라는 배경때문인지 그의 저서에서는 보통 접하게 되는 천주교 사제들이 쓰는 책들과는 좀 성격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저서를 남기고 있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천주교/개신교(종교 자체보다는 하나의 제도화된 교회)에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 그의 책을 읽을 때 폴란드애가 저자가 누구냐고 물어서 안소니 드멜로라고 얘기했더니 내 손에 있던 책을 뺏아간 적이 있다. 금서를 읽고있다면서 흥분해서... 하지만 그의 사후에도 꾸준히 그의 책이 팔리고 있다는 것은- 그것도 소위 신자들에게- 한번은 읽어볼 만한 책들을 쓴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