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는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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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수박 

                                               / 박 성 우 

잘 익은 수박은 칼끝만 닿아도 쩍, 
벌어진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혀끝만 닿아도 쩍,
벌 어 진 다
수박물에 떨어져 젖은 삼각 티슈처럼
붉은 속살에 스민 황홀한 팬티, 입을 쩍,
벌려 혀끝으로 벗겨낸다 

수박씨처럼 음모를 뱉어내기도 하면서 
마른침만 삼키곤 했던 수음의 사춘기를 서른에 버린다 

 

출처: 박성우 시집 <거미> (창작과비평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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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과 섹스를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상상력.
선태가 2003년 여름에 선물해준 시집에서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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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하이서울 한**님 기록은 1:14:09 입니다. /챔피언칩 

 

고3때 친구들 다섯 중 넷이 모여서 뛸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런닝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되면 
토요일처럼 망원역 찍고 오기 이런 건
매주 두어번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s. 조규찬이 7위한 것은 정말 이변이었다.
물론 일곱 팀 공연을 다 본 건 아니고, 볼 생각도 없긴 하다만... 
듀엣곡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켜 작품화시킨 것을...
현장의 듣는 귀란 게 고작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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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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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부터 시작된... 
토요일,일요일은 모델하우스에서. 
열흘을 연속으로 파견나간 직원도 있었으니,대단도 하지.
이런저런 상담과 이런저런 신규들.
폐업과 연기 사이.
연체와의 전쟁.
최종부도에 이른 어느 사장님.
호프데이라는 형식의 근무와
한해에 두번 발령나는 직원이 있고...
추석 이후의 노동을 끌어다 미리 소진하는 9월의 초순. 
업체의 수수료는 4개월만에 정리되고... 

아침 출근길의 바람은 어느새 서늘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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