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5일_ 나는 하루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전에는 무척 좋아했었는데, 요즈음은 그냥 감흥이 없는 옛 친구 같다. 그래도 아래와 같은 글을 지으니 그를 미워할 순 없다. 그도 분명 어떤 극한까지 갔다온 작가임에 분명하니까.

 

 소설을 쓰면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라고 계속 생각한다. 적어도 그 소설을 무사히 끝마칠 때까지는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을 완성하지 않은 채 도중에 죽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분하다. 어쩌면 이것은 문학사에 남을 훌륭한 작품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은 나 자신이다. [먼 북소리] 중에서

 

김탁환의 <원고지> 중에서 (황소자리 刊,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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