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서울의 장마기간을 피해 도꾜에 나가있는 꼴이 되었다.
비행기 두시간 거리에 폭우와 폭염이 갈리고 있었던 거다.
JR선을 주축으로 여러 철도를 오고 가며 쉬엄쉬엄 본다 했는데도
동기 덕에 웬만한 관광지를 죄다 유람할 수 있었다. 청어람일세.
역시 휴가의 묘미는 '잠적'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 3박4일이기도 했다.
도꾜인들에게 꽤 인상적이었던 자세는, 지하철에 앉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펼쳐보던 모습이었다.
최근들어 더욱 그렇게 되어버린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의 평균적인 풍경을 상상해보자.
일곱명씩 앉아있는 승객이나 서있는 시민들이나,
이리보고 저리봐도 거의 전부가 시선이 핸드폰 액정에 꽂혀있거나
전화통화에 열중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완전 씽크로나이즈드 !
4일째 오후 귀국 이전에 각자 개인시간을 3시간씩 갖기로 하여
나는 하마마쯔초 역 근처를 배회하게 되었는데 (발에 물집이 잡힌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33도 무더위 때문에 한시간 겨우 산책하다가
어느 회사 빌딩 앞 벤치에 그늘이 제법 드리워져 있길래 무작정 앉아
집에 썩히다 이번에 들고 나온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첫장을 펴고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도
여행에서 감행한 유익한 도전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