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 온 걸 환영한다."
(중략)
"이곳은 신비한 곳이야. 다니엘. 일종의 성전(聖殿)이지. 네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 한 권의 책이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 때마다, 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 벌써 오래 전에 아빠의 아버지가 나를 이곳에 처음 데려왔을 때도 이곳은 이미 오래된 곳이었지. 아마 이 도시만큼이나 낡았을 거야. 이곳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누가 이곳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 네 할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던 걸 네게 말해주마. 도서관이 하나 사라질 때, 서점 하나가 문을 닫을 때 그리고 책 한 권이 망각 속에서 길을 잃을 때, 이곳을 알고 있는 우리 수호자들은 그 책들이 이곳에 도착했는지를 확인한단다. 이곳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책들,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책들이 언젠가는 새로운 독자, 새로운 영혼의 수중에 들어가길 기다리며 영원히 살고 있지. 가게에서 우리는 책들을 사고 팔지만 사실 책들은 주인이 없는 거란다. 여기서 네가 보는 한 권 한 권의 책이 누군가에겐 가장 좋은 친구였었지. 지금은 단지 우리들만 있지만 말이다. 다니엘. 이 비밀을 지킬 수 있겠니?"
(중략)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경우 누구나 책을 한 권 골라야 하는 게 이곳의 관습이란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그 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그걸 자기 양자로 삼는 거지. 이건 아주 중요한 약속이야. 목숨을 건 약속이지." 아버지가 설명했다. "오늘은 네 차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