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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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들이 뭇 승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가장 큰 이유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녀석들은 열차에 오르자마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빈자리가 두 개 이상 널찍하게 이어지는 좌석을 찾는다. 그러고는 달려가 앉는 대신 그 자리에 책을 올려놓는다. 그다음 둘이 나란히 열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방 안에 책상을 펴놓고 앉듯 자연스럽게 지하철 바닥에 앉아 좌석에 올려놓은 책을 읽고 공책에 뭔가를 끼적이면서 말이다. 처음 그러한 광경을 어처구니없어하며 바라보던 승객들도 그것이 매일 되풀이되자 이제는 심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심지어 수는 그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여 이따금 자신이 되레 책상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때가 있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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