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 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자음 'ㅅ'의 날카로움과 'ㅍ'의 서늘함이

목젖의 안쪽을 통과해나오는

'ㅜ'모음의 깊이와 부딪쳐서 일어나는 마음의 바람이다.

 

'ㅅ'과 'ㅍ'은 바람의 잠재태이다.

이것이 모음에 실리면 숲 속에서는 바람이 일어나는데,

이때 'ㅅ'의 날카로움은 부드러워지고

'ㅍ'의 서늘함은 'ㅜ'모음의 울림처럼,

사람 몸과 마음의 깊은 안쪽을 깨우고 또 재운다.

 

'숲'은 글자 모양도 숲처럼 생겨서,

글자만 들여다보아도 숲 속에 온 것 같다.

 

 

 

-김훈, <자전거여행>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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