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꼬맹이 마음 11
실비 드 마튀이시왹스 지음, 이정주 옮김, 세바스티앙 디올로장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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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서 오가는 우리 모자의 대화는 이렇습니다.

"엄마, 나 목 말라."

 - 네가 가서 물 떠 먹어.

"엄마, 무서워. 같이 가 줘."

- 네가 좀 하라니까.

이럴 때면 아이는 한 손으로 목을 움켜쥡니다. 그리고는 침을 소리내어 꼴, 깍, 삼킵니다.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부엌으로 나와 물을 먹입니다.

아이는 옹달샘을 찾은 토끼처럼 두 모금정도 물을 마십니다.

아이가 목이 마르다고 해서, 컵에 물을 가득 담아 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저는 매일 저녁 잊습니다.

 

물을 마시고 온 아이는 제게 이렇게 말하죠.

"엄마, 우리 얘기하면서 자자."

이러다 보면, 얘기하면서 자는 게 아니라, 얘기를 하다가 잘 시간을 훌쩍 넘겨 버립니다.

 


"밤이 되면 엄마도 피곤하셔. 그래서 우리를 일찍 재우려고 하시지.

하지만 그냥 잘 수야 없지.

한 열 다섯 번은 일어나서 '엄마, 목말라요, 물 좀 주세요!'

'잠이 안 와요. 옛날 얘기해 주세요!'

'무서워서 혼자서 화장실에 못 가겠어요!'라며 엄마를 부르는 거야."

- 본문 중에서



잠자리에 들 때마다 두 모금의 물을 마시는 제 아이는, 

엄마를 화나게 하는 방법 일곱 번째, "늦게 자기"에 한 표를 던지더군요.

 

이야기(30000점) + 그림(20000점) + 문장(10000점) + 감동(20000점) + 내맘(10000점)

= 총 90000점

우리 아이가 이 책에 매긴 점수입니다.

"빨대로 '후' 불면서 장난치기" & '꾸물대기'

우리 아이가 이 책에서 좋아하는 말이랍니다.

"남아이야, 똑바로 해, 어서."

우리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랍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맞아, 맞아."라는 말은 연신 뱉어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내 아이와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준, 그런 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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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데지마 게이자부로 지음, 정숙경 옮김 / 보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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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달립니다.

열심히 달립니다.

여우 그림자도 함께 달립니다.

 

토끼는 언덕 꼭대기에 다다르자,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앗!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언덕으로 쫓아 올라온 여우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멈춥니다.

어쩌면 이렇게 신비로운 세상이 다 있을까요!

 

- 본문에서

*

 투박한 나무 위에 날카롭게 그어댄 칼날이 

설원의 신비로움, 호기심 어린 여우의 눈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가정에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가 있다면,
배치 바이어스의 <<검은 여우>>를 읽어 보세요.
모두 주인공 '여우'가 
아이들을 성장으로 이끌어 가거든요.

 성장은 곧 신비로움이 아닐까, 

소복히 쌓인 눈 위에 찍힌 여우의 발자국을 세어 보는 일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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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윤이에요
헬렌 레코비츠 지음, 박혜수 옮김, 가비 스위앗코스카 그림 / 배동바지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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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브라이언 엄마, 어디 가요?"

"다이안 엄마랑 같이 이마트 가요."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졌죠?

 
우리 현우의 친구들도

어느 새

브라이언과 줄리와 다이안과 빌리가 되었습니다.

 
현우도 언젠가 유치원 영어 시간에 영어 이름을 지어오라는 숙제를 받았다는군요.

 그래서 현우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영어 이름 뭐라고 하고 싶어?"

"건담"
 

그 날부터 현우는 영어 시간에 '건담'이 되었습니다.

 

천하무적 포스 높은 '건담,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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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양이가 되어 어는 구석엔가 숨고 싶었어요.

그러면 엄마가 나를 찾아 내서 꼭 껴안아 주겠죠.

나는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야옹!"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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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를 받을 때마다 이 아이는 고양이, 새, 컵케이크로 제 이름을 달리 적었습니다.

 
인내심 많은 선생님은 아이가 제 이름을 제대로 쓸 때까지 기다려 주었죠.

 
이 아이의 이름은 '윤'이에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아이.

 
미국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저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어느 작가의 소설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이 현우에서 건담으로, 지영이에서 다이안으로 바뀌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현우일 때의 자신과

건담일 때의 자신이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만 해 준다면,

아니,

아이들 스스로 알 수만 있다면

이름 따위 바뀌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우일 때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건담일 때에는 'r' 과 'l'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혀가 길어 슬픈 아이로 잔뜩 주눅이 들어
말을 잃는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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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토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1
헬메 하이네 글.그림,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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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토끼가 되고 싶지 않은 토끼가 어디 있겠어요?
헤엄치고, 날고 싶지 않은 토끼가 어디 있겠어요?
수많은 토끼들이 한스를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물레방아 연못에서 낚시꾼이
빠져 죽은 토끼를 낚는 놀라운 일이 생겼지요.

 - 헬메 하이네 그림/글, 김서정 옮김, 시공주니어(1998) <<수퍼토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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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경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재탕은 예술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각자의 예술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생이 아닐까 싶은데요.

 

남들 따라하지 말고 소신껏 살자고요.

옆집엄마, 옆집자식, 옆집자가용 따라가는 건,

우리의 예술작품을 한갓 재탕 삼탕으로 만드는 삽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헛된 몽상이 만들어 낸 '슈퍼 토끼'가 우리 안에는 몇 마리나 있을까요?

 
우리는 비틀거리며 스스로 가기 위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나도 지금,

괜히 옆집을 기웃거리고는 거울을 꺼내 봅니다.
옆보다 앞을,
내 앞에 있는 내 자신을 바로 보는 노력이 있어야

우리는 모두 예술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슈퍼토끼는 없습니다.

참, 헬메 하이네는 독일 그림책 작가인데,


삐딱하게 시선을 보는 이 작가의 여유와 참신함이 저는 참 좋습니다.

이 책은 용산도서관에서 현우가 고른 작품이에요.

현우도 이미 엄마를 닮아 삐딱한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읽어보세요!

헬메 하이네 작품, 모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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