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이름은 윤이에요
헬렌 레코비츠 지음, 박혜수 옮김, 가비 스위앗코스카 그림 / 배동바지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어머, 브라이언 엄마, 어디 가요?"
"다이안 엄마랑 같이 이마트 가요."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졌죠?
우리 현우의 친구들도
어느 새
브라이언과 줄리와 다이안과 빌리가 되었습니다.
현우도 언젠가 유치원 영어 시간에 영어 이름을 지어오라는 숙제를 받았다는군요.
그래서 현우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영어 이름 뭐라고 하고 싶어?"
"건담"
그 날부터 현우는 영어 시간에 '건담'이 되었습니다.
천하무적 포스 높은 '건담, LEE'
**************************************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양이가 되어 어는 구석엔가 숨고 싶었어요.
그러면 엄마가 나를 찾아 내서 꼭 껴안아 주겠죠.
나는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야옹!" 할 거예요.
*************************************
시험지를 받을 때마다 이 아이는 고양이, 새, 컵케이크로 제 이름을 달리 적었습니다.
인내심 많은 선생님은 아이가 제 이름을 제대로 쓸 때까지 기다려 주었죠.
이 아이의 이름은 '윤'이에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아이.
미국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저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어느 작가의 소설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이 현우에서 건담으로, 지영이에서 다이안으로 바뀌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현우일 때의 자신과
건담일 때의 자신이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만 해 준다면,
아니,
아이들 스스로 알 수만 있다면
이름 따위 바뀌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우일 때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건담일 때에는 'r' 과 'l'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혀가 길어 슬픈 아이로 잔뜩 주눅이 들어
말을 잃는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