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윤이에요
헬렌 레코비츠 지음, 박혜수 옮김, 가비 스위앗코스카 그림 / 배동바지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어머, 브라이언 엄마, 어디 가요?"

"다이안 엄마랑 같이 이마트 가요."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졌죠?

 
우리 현우의 친구들도

어느 새

브라이언과 줄리와 다이안과 빌리가 되었습니다.

 
현우도 언젠가 유치원 영어 시간에 영어 이름을 지어오라는 숙제를 받았다는군요.

 그래서 현우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영어 이름 뭐라고 하고 싶어?"

"건담"
 

그 날부터 현우는 영어 시간에 '건담'이 되었습니다.

 

천하무적 포스 높은 '건담,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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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양이가 되어 어는 구석엔가 숨고 싶었어요.

그러면 엄마가 나를 찾아 내서 꼭 껴안아 주겠죠.

나는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야옹!"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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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를 받을 때마다 이 아이는 고양이, 새, 컵케이크로 제 이름을 달리 적었습니다.

 
인내심 많은 선생님은 아이가 제 이름을 제대로 쓸 때까지 기다려 주었죠.

 
이 아이의 이름은 '윤'이에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아이.

 
미국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저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어느 작가의 소설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이 현우에서 건담으로, 지영이에서 다이안으로 바뀌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현우일 때의 자신과

건담일 때의 자신이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만 해 준다면,

아니,

아이들 스스로 알 수만 있다면

이름 따위 바뀌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우일 때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건담일 때에는 'r' 과 'l'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혀가 길어 슬픈 아이로 잔뜩 주눅이 들어
말을 잃는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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