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밸 리 - 애드가 알랜 포

 

오래고 또 오랜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여러분이 아실지도 모를 한 소녀
애너벨 리가 살고 있었다.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을 사랑하니
그 밖에는 아무 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아이였고 그녀도 아이였으나,
바닷가 이 왕국 안에서
우리는 사랑 중 사랑으로 사랑했으나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날개 돋친 하늘의 천사조차도
샘낼 만큼 그렇게 사랑하였다.

분명 그것으로 해서 오랜 옛날
바닷가 이 왕국에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왔고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하여
그녀의 훌륭한 친척들이 몰려와
내게서 그녀를 데려가 버렸고
바닷가 이 왕국 안에 자리한
무덤 속에 가두고 말았다.

우리의 절반도 행복을 못 가진 천사들이
하늘에서 우리를 샘낸 것이었다.
아무렴! ― 그것이 이유였었다.
(바닷가 이 왕국에선 모두가 아시다시피)
밤 사이에 바람이 구름에서 불어와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죽인 것은.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훨씬 강했다.
우리보다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로 해서 하늘의 천사들도
바다 밑에 웅크린 악마들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내 영혼을 갈라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 달빛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게 되고
별빛이 떠올를 때 나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눈동자을 느낀다.
하여,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 곁에 눕노니
거기 바닷가 무덤 안에
물결 치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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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gmei 2012-03-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세계문학 전집에서, 한페이지가 넘는 이 시를 외웠던 기억이 나는 것이에요.
 

 

 

<나는 걷는다>     - 김 광 규                                                         

 

그 때는 걸어서 다녔다.

 

걸어서 다녔다.

통인동 집을 떠나

삼청동 입구

돈화문 앞을 지나

원남동 로타리를 거쳐

동숭동 캠퍼스까지

그 때는 걸어서 다녔다.

전차나 버스를 타지 않고

플라타너스 가로서 밑을 지나

마로니에 그늘이 짙은

문리대 교정까지

먼지나 흙탕물 튀는 길을

천천히 걸어서 다녔다.

요즘처럼 자동차로 달려가면서도

경적으로 울려대고

한 발 짝 앞서 가려고

안달하지 않았다.

제각기 천천히 걸어서

어딘가 도착할 줄 알았고

때로는 어수룩하게 마냥

기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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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gmei 2012-04-0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류시원이 시를 얘기할땐 쉬워보였었는데, 동네 이름 참 헷갈리는 시인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