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 김 광 규                                                         

 

그 때는 걸어서 다녔다.

 

걸어서 다녔다.

통인동 집을 떠나

삼청동 입구

돈화문 앞을 지나

원남동 로타리를 거쳐

동숭동 캠퍼스까지

그 때는 걸어서 다녔다.

전차나 버스를 타지 않고

플라타너스 가로서 밑을 지나

마로니에 그늘이 짙은

문리대 교정까지

먼지나 흙탕물 튀는 길을

천천히 걸어서 다녔다.

요즘처럼 자동차로 달려가면서도

경적으로 울려대고

한 발 짝 앞서 가려고

안달하지 않았다.

제각기 천천히 걸어서

어딘가 도착할 줄 알았고

때로는 어수룩하게 마냥

기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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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gmei 2012-04-0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류시원이 시를 얘기할땐 쉬워보였었는데, 동네 이름 참 헷갈리는 시인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