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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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리즈를 이어가려면 흥미로운 이야기와 매력적인 주인공, 다음 이야기가 계속 읽고 싶은 궁금증이 필수요소이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의 책 두께는 약 700페이지, 심리적 진입장벽이 좀 높았다. 다른 출판사에서 2권으로 나눠 출판되었던 책을 문학동네에서 재출판하면서 합본 했기 때문인데, 결론적으로는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은 두껍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자 왠걸 너무나 술술 읽힌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가진 등장 인물 수십 명이 등장하는데다 ,사건도 이리저리 얽혀있어 복잡하지 않을까 했는데 깔끔한 이야기 전개로 각 등장인물의 특징이 헷갈리지 않고 눈에 쏙쏙 들어온다. 책 속에는 스웨덴 지도와 함께 주요 사건 발생지의 마을지도까지 친절하게 첨부해놓아 사건이 진행되는 공간적 배경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져서 이해하기가 쉽다. 독자를 위한 배려가 넘치는 책이라 우선 맘에 들었다. 

가장 중요한 소설의 스토리도 물론 두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다. 독자의 호기심을 극도로 끌어올린 다음, 다양한 상상의 여지를 주고 하나씩 하나씩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풀어나가는데, 뭔가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에 긴 이야기 중에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경제와 금융, 살인, 해킹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야기 진행과 그 내용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케미와 매력도 놓칠 수 없는 재미 포인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머지 시리즈도 무조건 소장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1권 표지 앞에 적힌 MI를 시작으로 표지로 Millennium 을 완성하리라. 밀레니엄 시리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만큼 한번 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무조건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다. 

밀레니엄 잡지사의 이사이자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우연히 만난 어릴 적 친구 로베르트 린드베리로부터 거대 기업 벤네르스트룀의 엄청난 비리사실을 오프 더 레코드로 전해듣게 된다. 미카엘은 기자의 사명감으로 얼마 뒤 벤네르스트룀을 고발하는 기사를 내지만 오히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판정을 받고 기자로써 엄청난 비난과 함께 밀레니엄을 잠시 나오기로 한다.  그 때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미카엘에게 뜻밖의 제안을 하게 되는데, 과거 거대 기업이었던 방에르 기업에서 그에게 꼭 주고 싶은 일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혀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반신반의하며 방에르 가문이 살고 있는 헤데뷔섬으로 기차를 타고 간다. 

거기서 미카엘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방에르 가문의 전 회장 헨리크가 아끼던 손녀딸 하리에트가 36년 전 그녀 나이 16살에 실종되었는데,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섬과 육지를 이어주던 유일한 다리에 우연히 사고가 나면서 몇시간 동안 누구도 섬에서 나갈 수 없었던 그때, 갑자기 그녀가 사라진 것이다. 일종의 섬을 배경으로 한 밀실 미스테리가 발생한 것인데 피해자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아무런 증거가 없다. 헨리크는 손녀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었을거라 가정하고 36년동안이나 병적으로 그 사건에 매달려왔으나 작은 증거조차 찾을 수 없다며 미카엘에게 그 사건에 대해 조사해 주기를 간청한다. 어차피 할 일이 없었던 미카엘에게 헨리크는 아주 큰 금액의 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사건을 조사해 준다면 추후 벤네스트룀의 비리와 약점을 증언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미카엘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건을 맡아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그 속에는 상상도 못한 비밀들이 숨겨져 있었는데.... 


밀레니엄 시리즈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아마도 리스베트 살란데르 일 것이다. 책 표지에 적혀있던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이라는 멘트는 아주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밀톤 시큐리티에 소속된 능력있는 조사원이자, 천재적인 해커이다. 삐죽삐죽 짧은 머리에 깡마른 몸매, 온몸을 뒤덮은 문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전혀 교류하지 않는 이상한 여자, 작가는 리스베트를 말괄량이 삐삐가 커서 어른이 된 것을 컨셉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끌어갈 메인 주인공,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하리에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어 두터운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멋진 케미를 보여주며 활약한다.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실제 스웨덴의 사회고발 기자 출신이었는데 주인공 미카엘 캐릭터에 자신의 일중독적인 모습을 많이 담았다고 한다. 작중 미카엘은 가만히 있어도 예쁜 여자들이 먼저 유혹하는 매력적인 남자로 등장하는데, 혹시 작가는 미카엘을 통해 마음 속 이상을 이룬걸까?ㅋ 반면 리스베트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외에 숨겨진 과거사는 일체 등장하지 않고 있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추후의 이야기에서 차차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밀레니엄 시리즈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은 이 이야기만으로도 하나의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다음 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끝을 맺게 된다. 원래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10부작을 예상하고 글을 써나갔으나 안타깝게도 3부작까지 완성한 후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래서 4부 부터는 다른 작가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이야기를 이어받아 가고 있는데 스티그 라르손의 특징을 얼마나 잘 이어받았을지 궁금하다. 1부를 다 읽고 보니 독자들이 왜그리 안타까워했는지 알 것 같다. 이런 두꺼운 책도 아껴가며 읽고 싶을만큼 재미있으니 10부작에서 반도 못 채운 3부작밖에 못쓰고 세상을 떠난 작가가 얼마나 안타깝고 원망스러우랴. 

그래도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자, 이제 다음편 오세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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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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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정해! 너 가끔보면 분노조절 장애 있는거 같애..." 
내가 화를 내며 파르르 떨면 그가 말한다. 가끔씩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는데 생각해보면 이유는 보잘 것 없을 때가 많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이유로 어떻게 그런 폭발적인 에너지로 화를 냈는지 기가 막히기도 한다.  이 책은 비폭력 저항정신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친손자인 아룬 간디가 할아버지인 간디와 보낸 어린 시간들을 회상하며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평화와 안정적인 정신력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이다.   

"네 마음에서 분노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누구 때문에 혹은 무엇 때문에 그런 감정이 일어났는지, 또 너는 왜 그렇게 화를 내는 식으로 대응했는지 글로 적어라. 이렇게 하는 목적은 분노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기 위함이란다. 분노의 근본적인 뿌리가 무엇인지 알 때 비로소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 < 분노수업 p.30>

화가 많이 날 때 그 이유를 글로 적어보면 그 사실을 제 3자로써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혼자 종이에 생각나는대로 낙서하듯 생각을 막 적어나갔다. 감정들에 대해 적어가며 나를 분노하게 한 사람을 마구 욕하기도하고, 내가 그 일로 얼마나 상처받았고, 화가 났는지 적어가다 보면 문득 이런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별거 아니네?' 혹은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나도 모르게 화가 누그러짐과 동시에 미래 계획이나 다짐까지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분노는 잘만 사용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단다. 원자력 에너지 처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위험하기도 하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하는 폭발적인 에너지 말이다.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서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생활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군중을 따르기만 해서는 절대로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개선할 수도 없다. 나는 큰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마다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 사람들이 정말로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고 있을까? 이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 진실하면서도 자기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을까?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옳은 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어떤 길을 무조건 따라가지 않도록 우리는 늘 조심해야 한다. 
< 분노수업 p.60>

어쩌면 분노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했는데, 그만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폭발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분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잣대로 자신을 보고 그 기준으로 행동할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남자친구를 보면 어쩌면 자존감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를 보면 자존감이 아주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아주 모욕적인 말을 하더라도 그 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하든 그건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고 본인은 그렇지 않으니 별 상관도 없고, 기분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나처럼 다른 사람 말에 팔랑팔랑 흔들리는 가녀린 정신의 소유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인 것 같다. 

 "네 마음은 활짝 열려있는 창문이 많이 있는 방과 같아야 한단다."
할아버지는 말하곤 했다.
"사방에서 산들바람이 불어 들도록 하되, 누구에 의해서도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절대적으로 중요한 충고라고 생각한다. 온갖 정보와 발상과 많은 다양한 관점이라는 산들바람이 당신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들이 당신을 압도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 분노수업 p.96>

살면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자신만의 견해를 견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모든 것에 마음을 열되, 자신의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이 특징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저자는 할아버지인 간디를 관찰하며, 그가 보여준 인생의 철학들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는데, 읽다보면 간디 위인전과 자기계발서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모양새다. 인도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인인 마하트마 간디의 살아 생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교과서적인 느낌도 강해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 

인생의 고비를 잘 넘기는 사람은 결국은 현명한 사람인 듯 하다. 
나도 좀 더 강하고 자존감 높은 인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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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 - 눈치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연습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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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빠! 난 말이야, 앞으로 베짱이처럼 살꺼야! 
베짱이 이름에 왜 짱이 들어가겠어. 베짱이가 짱이라서 그래!"


얼마전 오빠에게 선전포고 했었다. 앞으로 나는 베짱이처럼 살겠다고. 개미처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겠다고. 20대의 나는 미친듯이 성공하고 싶어서 나 자신을 돌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매일같이 코피를 흘리며 미친듯이 일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내가 정말 내가 맞았었나 싶을만큼 열정적이었고 어쩌면 살짝은 미쳐있었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 놓쳐버릴 것만 같아서 매일을 아둥바둥 살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혹은 불쌍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20대, 꽃같은 시절을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달려 지나쳐와버렸으니 말이다.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그 때의 나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다 이뤄야지만 행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것을 기어이 이뤘느냐? 아니, 못 이뤘다. 난 여전히 그저그런 보통의 삶을 살고 있으나, 그 때와 다른 점은 지금은 행복하다는 점이다.

<더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의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너무 노력하며 살지 말라고, 가끔은 남에게 민폐도 끼치고 게으름도 부리며, 하기 싫은 일은 당당히 거절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며 달콤한 말을 전한다. 공부든 일이든 힘든 것을 참고 이겨내는 노력으로 결과를 얻어내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베짱이의 노랫소리처럼 한심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슨 말인지 느낌이 왔다. 

남의 일에 신경쓰기 전에 자신의 일에 더욱 더 신경쓸 것. 
자신을 기쁘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자기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결국은 남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또 그것이 남이 기뻐해준 '대가'가 아니라 나의 기쁨의 상징이자 척도로서 많은 돈(애정, 승인)을 벌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략)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칭찬받기 위해서, 미움 받지 않기 위해서 등등 모든 게 상대의 인정을 얻기 위한 아첨이 돼버리는 거죠.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을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한다면 상대가 기뻐해주지 않는다 해도 상처받거나 화낼일이 없습니다. 
반면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면 이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일 하나에도 상처받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상대방을 추궁하고 다시 아첨하는 그런 악순환에 빠져버립니다. 
<p. 140> 

저자는 남에게 봉사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단다. 오로지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할때 상대방은 저절로 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젊은 날 왜 그렇게 미친듯이 살았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다. 나 스스로를 보듬어 줄 시간은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남들의 인정을 구하며 살았기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행복을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 가지도 않을 뿐더러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공허한 행복이다. 

마지막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인간관계로 너무 힘들었다. 곧 남편이 될 지금의 남자친구가 대표로 있던 회사에 합류하게 되면서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몇몇 직원들 때문에 일보다는 사람들 눈치 보는데에 모든 기력을 소진하는 일이 많았다. 그 몇몇 직원은 결국 나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려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 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 기밀을 다른 회사에 빼돌리려다 적발되어 결국은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그래도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았는지 나는 한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왜 참고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남자친구와의 오랜 상의끝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업을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그때부터 였다. 내가 싫은 일은 하지 말자고 생각한 때가. 많은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드디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가 원래 좋아하는 일이 뭐였더라 하는 늦은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피곤한 인간관계는 정리했고, 원하는 만큼 뒹굴거리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고, 좋아하던 책을 사모으거나 읽고, 글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나의 생활은 예전에 비하면 한없이 게으르고 심심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게으르게 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살면서 처음으로 동동거리지 않고 철저히 나 중심적으로 살고 있으니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눈치나 인정이 아닌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기에 남자친구와의 결혼식도 철저히 우리의 바램대로 스몰웨딩으로 간단히 끝내겠다며 양쪽 부모님을 설득했다. 

참고 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참지 않으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았으나 오히려 일은 더 잘 풀려서 남자친구도 더 효율적으로 회사를 개편해서 현재 모든 직원들은 원격으로 재택근무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언제든 볼 수 있다. 이건 안좋은건가?ㅋ 어쨋든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힘들게 참으면서 끙끙거리며 살 필요 없다. <더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를 보면서 그래, 참지 않길 잘했어 하는 생각을 한번 더 했다. 

현재의 당신, 끙끙거리고 있다면 털어버리고, 오로지 당신만 생각하시길.
인생은 한번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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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나비사냥 2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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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칼에 스무번 넘게 지속적으로 찔리면서 죽어가는건 어떤 느낌일까. 과연 이게 상상 가능한 고통일까? 여기 오직 죽어가는 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냄새를 즐기기 위해 비오는 밤마다 먹잇감을 찾아 헤매이는 연쇄살인범이 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피튀는 살해 현장을 뒤에서 유유히 지켜보는 눈이 하나 있다. 자신이 노렸던 먹잇감을 죽이고 있는 또 다른 살인범과의 만남, 그 순간 둘은 같은 살인마로써 뭔가 통했던 걸까. 이들은 살인하는 방법 즉 자신만의 독특한 살해 방법인 '시그니처' 로 서로 사인을 보내며 소통한다. 이들의 미친 살인경쟁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시그니처 는 현직 형사가 직접 쓴 범죄수사 소설이다. 소설에 나오는 두 살인범도 실제 연쇄살인범인 유영철과 정남규를 모델로 하여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픽션화 했다. 실제 유영철은 경찰에 잡히고 나서 자신의 살해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었던 이남동 살인 사건에 대해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범인은 2년뒤에 잡힌 정남규로 밝혀졌다. 작가는 살인현장에 없었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유영철이 다 알고 있었다는 부분에 착안하여 혹시 유영철이 그 당시 살인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은 주인공인 태석의 옛 사랑 지선이 어느 날 갑자기 범죄의 습격을 받아 집 앞에서 20번 넘게 칼에 찔렸으나 가까스로 살아나 의식없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서서히 전개된다. 젊은 날, 둘은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지만 마을 군수였던 지선 아버지의 반대로 태석은 지선에게 이별을 고하고 서울로 가게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지선을 범죄의 피해자로 만나게 되자 태석은 마음이 착찹하기만 하다. 그러면서 점차 그동안 지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된다. 태석이 지선을 잊고 살았던 그 시간 동안에도 지선은 태석을 잊지 못하고 힘든 세월을 보내왔던 것이다. 태석은 잊고 있던 지선에 대한 감정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지선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미친듯이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태석의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이 주변 경찰들에게는 불편하게만 느껴지는데... 그래서 태석은 같은 경찰들의 방해와 눈치를 받으며 어렵사리 사건을 수사한다. 

경찰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살인범은 유유히 길거리를 누비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고, 또다른 살인범의 시그널에 반응하며 점점 살인을 발전시켜 나간다. 살인범의 어린 시절 끔찍한 과거 시절도 중간중간 나오는데 어릴 적 환경이 그렇지 않았다면 과연 살인범이 되지 않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소설 시그니처 는 현직경찰이 직접 쓴 범죄소설이라 그런지 사건에 현실감도 있고, 수사과정이나 경찰 내부 조직의 분위기도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좋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주인공 태석과 지선의 이야기만 너무 붕뜨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현실감 있는 사건들 가운데 지선의 독백과 이야기는 너무 옛날 신파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태석은 주인공으로써 충분히 매력있긴 하지만, 모든 면에서 실수 하나 없이 딱딱 떨어지는 완벽 히어로 같은 모습이라 오히려 좀 아쉬웠다. 나머지 인물들이 모두 주인공 태석을 빛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엑스트라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현실적인 범죄묘사 부분에 비해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어설픈 사랑 이야기를 덜어내고 좀 더 사건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술술 잘 읽히고, 다음 얘기가 자꾸자꾸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전편 나비사냥에서 이어진 두번째 얘기로 알고 있는데, 나비사냥의 내용을 몰라도 소설을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소설 초반 태석의 여동생이 범죄의 피해자로 나오는데, 아마도 그 사건이 전편인 나비사냥에 대한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그니처를 읽고 나니 오히려 앞 이야기인 나비사냥이 궁금해진다.  

연쇄살인범의 서늘함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아마 비오는 날 밤에는 밖에 나가기 싫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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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공 영어 학습법 - EBS 스타 강사 준쌤의
허준석 지음 / 꿈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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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끝나지 않는 숙제, 영어 공부는 대체 얼만큼 해야 스스로 만족스러울만큼 잘할 수 있을까. 왕년에 영어 공부 꽤나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거랑 상관없이 외국인을 보면 겁부터 난다. 실전 영어가 아닌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만 주구장창 했기 때문이리라 ㅠ 평생을 따라다니는 영어 고민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평소에 혼자서 꾸준히 공부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혼공 영어 학습법 은 혼자서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EBS 스타강사 허준석 쌤이 자신의 학창시절 얘기부터 시작해서 에세이처럼 가볍게 알려주는 책이다. 혼자 공부하는 영어 학습법이라고 하지만 사실 주변에 친한 외국인이 있어야 학습효과가 극대되는것 같기에 완전한 혼공은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책에 저자 개인의 일화나 셀카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어서 좀 당황스럽긴 하다.  책 내용의 반이 강사 본인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부분의 3분의 2는 단어, 문장, 듣기, 쓰기 등의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노하우를 소개하고, 마지막 3분의 1은 중고등학교, 수능, 편입, 공무원, 토익/토플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나눠 영어를 공략하는 방법을 적고 있는데 그다지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조언은 아닌 것 같아 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 책을 읽고 얻은 수확에 대해 말해보자면,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 영어 쓸일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영어 공부에 욕심이 많은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괜히 영어 단어장을 사서 외운다거나, 영어원서 동화책을 사는 짓을 하곤 한다. 작년엔 영어회화 동영상 강의도 결제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바쁘다는 이유로 영어 공부를 손놓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저자는 영어 공부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성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한국인들이 특히 회화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문법위주로 공부를 해온터라 문법에 맞게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생각한 다음 그걸 다시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려고 하다보니 타이밍이 지나가버리고 외국인과의 대화가 침묵으로 어색해진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에 써먹을 수 있는 자신만의 필수표현 모음집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쓸 것 같은 표현을 미리 50개쯤 뽑아놓고 입에 붙도록 연습하다가 적정한 때에 직접 써먹어 보는 것이 중요하고, 평소에도 좋은 문장을 듣거나 보면 자신만의 문장 모음 공책에 정리를 해놓고 따라해보고 외워두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지 그 상황에 직접 써보는 경험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영어표현을 뱉어내고 나면 스스로 엄청 뿌듯해서 경험적으로 머릿속에 남아있게 되기 때문이다. 

혼공 영어 학습법에는 단어를 외우는 효율적인 방법, 문장의 구조를 이해하고 간단한 문장에 살을 붙여서 말하는 법, 미드를 통한 영어공부법, 영어 원서를 통해 공부하는 법 등 저자가 스스로 공부했던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다시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영어 문장에 익숙해져보겠다며 영어 원서 동화책을 몇 권 사두었는데 펼쳐보지도 않은 것이 생각났다. 집에 사둔 많은 단어장들도 다시 계획을 세우고 외워나가야겠다. 어릴 땐 단어 외울 때 깜지가 되도록 쓰면서 외우던 버릇이 있었는데 그럴 필요없이 손으로 한글을 가리고 영어만 보고 뜻을 생각해보고 잘 모르는 단어엔 별표를 친 다음 5분 간격으로 여러 번 보면서 마지막까지 잘 모르겠는 단어를 집중적으로 외우면 하루 30분 정도만 공부 해도 좀 더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영어는 언어인 만큼 무조건 꾸준함이 중요하다. 몇 일 하다 말아버릴 거창한 계획 보다는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매일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소박한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도 저번에 하루에 영단어 100개 가까이씩 외우려 하다 5일 정도만에 손을 놔버렸었다. 

시중에 수많은 영어 학습서와 영어 학습 방법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스스로 하지 않으면 결국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만큼 영어 공부에서는 스스로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는 것! 
저자는 스스로 영어를 좋아하고 즐겼던 것 같다. 영어 교육과를 갔지만, 첫 토익점수는 500점에 그쳤었다는 저자는 어학연수를 비롯해 스스로 수많은 노력을 해서 결국엔 토익 950점대를 만들었고, EBS 강좌에서 수많은 수강생들을 배출한 스타강사까지 되었다. 

책에서 자기 개인적인 얘기보다는 영어 공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들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루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남지만, 어찌됐든 나도 이제 다시 영어 공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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