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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진정해! 너 가끔보면 분노조절 장애 있는거 같애..."
내가 화를 내며 파르르 떨면 그가 말한다. 가끔씩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는데 생각해보면 이유는 보잘 것 없을 때가 많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이유로 어떻게 그런 폭발적인 에너지로 화를 냈는지 기가 막히기도 한다. 이 책은 비폭력 저항정신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친손자인 아룬 간디가 할아버지인 간디와 보낸 어린 시간들을 회상하며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평화와 안정적인 정신력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이다.
"네 마음에서 분노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누구 때문에 혹은 무엇 때문에 그런 감정이 일어났는지, 또 너는 왜 그렇게 화를 내는 식으로 대응했는지 글로 적어라. 이렇게 하는 목적은 분노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기 위함이란다. 분노의 근본적인 뿌리가 무엇인지 알 때 비로소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 < 분노수업 p.30>
화가 많이 날 때 그 이유를 글로 적어보면 그 사실을 제 3자로써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혼자 종이에 생각나는대로 낙서하듯 생각을 막 적어나갔다. 감정들에 대해 적어가며 나를 분노하게 한 사람을 마구 욕하기도하고, 내가 그 일로 얼마나 상처받았고, 화가 났는지 적어가다 보면 문득 이런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별거 아니네?' 혹은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나도 모르게 화가 누그러짐과 동시에 미래 계획이나 다짐까지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분노는 잘만 사용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단다. 원자력 에너지 처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위험하기도 하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하는 폭발적인 에너지 말이다.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서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생활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군중을 따르기만 해서는 절대로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개선할 수도 없다. 나는 큰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마다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 사람들이 정말로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고 있을까? 이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 진실하면서도 자기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을까?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옳은 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어떤 길을 무조건 따라가지 않도록 우리는 늘 조심해야 한다.
< 분노수업 p.60>
어쩌면 분노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했는데, 그만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폭발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분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잣대로 자신을 보고 그 기준으로 행동할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남자친구를 보면 어쩌면 자존감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를 보면 자존감이 아주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아주 모욕적인 말을 하더라도 그 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하든 그건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고 본인은 그렇지 않으니 별 상관도 없고, 기분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나처럼 다른 사람 말에 팔랑팔랑 흔들리는 가녀린 정신의 소유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인 것 같다.
"네 마음은 활짝 열려있는 창문이 많이 있는 방과 같아야 한단다."
할아버지는 말하곤 했다.
"사방에서 산들바람이 불어 들도록 하되, 누구에 의해서도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절대적으로 중요한 충고라고 생각한다. 온갖 정보와 발상과 많은 다양한 관점이라는 산들바람이 당신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들이 당신을 압도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 분노수업 p.96>
살면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자신만의 견해를 견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모든 것에 마음을 열되, 자신의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이 특징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저자는 할아버지인 간디를 관찰하며, 그가 보여준 인생의 철학들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는데, 읽다보면 간디 위인전과 자기계발서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모양새다. 인도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인인 마하트마 간디의 살아 생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교과서적인 느낌도 강해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
인생의 고비를 잘 넘기는 사람은 결국은 현명한 사람인 듯 하다.
나도 좀 더 강하고 자존감 높은 인간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