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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긴 시리즈를 이어가려면 흥미로운 이야기와 매력적인 주인공, 다음 이야기가 계속 읽고 싶은 궁금증이 필수요소이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의 책 두께는 약 700페이지, 심리적 진입장벽이 좀 높았다. 다른 출판사에서 2권으로 나눠 출판되었던 책을 문학동네에서 재출판하면서 합본 했기 때문인데, 결론적으로는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은 두껍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자 왠걸 너무나 술술 읽힌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가진 등장 인물 수십 명이 등장하는데다 ,사건도 이리저리 얽혀있어 복잡하지 않을까 했는데 깔끔한 이야기 전개로 각 등장인물의 특징이 헷갈리지 않고 눈에 쏙쏙 들어온다. 책 속에는 스웨덴 지도와 함께 주요 사건 발생지의 마을지도까지 친절하게 첨부해놓아 사건이 진행되는 공간적 배경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져서 이해하기가 쉽다. 독자를 위한 배려가 넘치는 책이라 우선 맘에 들었다.
가장 중요한 소설의 스토리도 물론 두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다. 독자의 호기심을 극도로 끌어올린 다음, 다양한 상상의 여지를 주고 하나씩 하나씩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풀어나가는데, 뭔가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에 긴 이야기 중에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경제와 금융, 살인, 해킹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야기 진행과 그 내용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케미와 매력도 놓칠 수 없는 재미 포인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머지 시리즈도 무조건 소장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1권 표지 앞에 적힌 MI를 시작으로 표지로 Millennium 을 완성하리라. 밀레니엄 시리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만큼 한번 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무조건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다.
밀레니엄 잡지사의 이사이자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우연히 만난 어릴 적 친구 로베르트 린드베리로부터 거대 기업 벤네르스트룀의 엄청난 비리사실을 오프 더 레코드로 전해듣게 된다. 미카엘은 기자의 사명감으로 얼마 뒤 벤네르스트룀을 고발하는 기사를 내지만 오히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판정을 받고 기자로써 엄청난 비난과 함께 밀레니엄을 잠시 나오기로 한다. 그 때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미카엘에게 뜻밖의 제안을 하게 되는데, 과거 거대 기업이었던 방에르 기업에서 그에게 꼭 주고 싶은 일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혀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반신반의하며 방에르 가문이 살고 있는 헤데뷔섬으로 기차를 타고 간다.
거기서 미카엘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방에르 가문의 전 회장 헨리크가 아끼던 손녀딸 하리에트가 36년 전 그녀 나이 16살에 실종되었는데,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섬과 육지를 이어주던 유일한 다리에 우연히 사고가 나면서 몇시간 동안 누구도 섬에서 나갈 수 없었던 그때, 갑자기 그녀가 사라진 것이다. 일종의 섬을 배경으로 한 밀실 미스테리가 발생한 것인데 피해자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아무런 증거가 없다. 헨리크는 손녀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었을거라 가정하고 36년동안이나 병적으로 그 사건에 매달려왔으나 작은 증거조차 찾을 수 없다며 미카엘에게 그 사건에 대해 조사해 주기를 간청한다. 어차피 할 일이 없었던 미카엘에게 헨리크는 아주 큰 금액의 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사건을 조사해 준다면 추후 벤네스트룀의 비리와 약점을 증언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미카엘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건을 맡아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그 속에는 상상도 못한 비밀들이 숨겨져 있었는데....
밀레니엄 시리즈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아마도 리스베트 살란데르 일 것이다. 책 표지에 적혀있던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이라는 멘트는 아주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밀톤 시큐리티에 소속된 능력있는 조사원이자, 천재적인 해커이다. 삐죽삐죽 짧은 머리에 깡마른 몸매, 온몸을 뒤덮은 문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전혀 교류하지 않는 이상한 여자, 작가는 리스베트를 말괄량이 삐삐가 커서 어른이 된 것을 컨셉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끌어갈 메인 주인공,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하리에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어 두터운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멋진 케미를 보여주며 활약한다.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실제 스웨덴의 사회고발 기자 출신이었는데 주인공 미카엘 캐릭터에 자신의 일중독적인 모습을 많이 담았다고 한다. 작중 미카엘은 가만히 있어도 예쁜 여자들이 먼저 유혹하는 매력적인 남자로 등장하는데, 혹시 작가는 미카엘을 통해 마음 속 이상을 이룬걸까?ㅋ 반면 리스베트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외에 숨겨진 과거사는 일체 등장하지 않고 있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추후의 이야기에서 차차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밀레니엄 시리즈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은 이 이야기만으로도 하나의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다음 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끝을 맺게 된다. 원래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10부작을 예상하고 글을 써나갔으나 안타깝게도 3부작까지 완성한 후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래서 4부 부터는 다른 작가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이야기를 이어받아 가고 있는데 스티그 라르손의 특징을 얼마나 잘 이어받았을지 궁금하다. 1부를 다 읽고 보니 독자들이 왜그리 안타까워했는지 알 것 같다. 이런 두꺼운 책도 아껴가며 읽고 싶을만큼 재미있으니 10부작에서 반도 못 채운 3부작밖에 못쓰고 세상을 떠난 작가가 얼마나 안타깝고 원망스러우랴.
그래도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자, 이제 다음편 오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