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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 - 눈치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연습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오빠! 난 말이야, 앞으로 베짱이처럼 살꺼야!
베짱이 이름에 왜 짱이 들어가겠어. 베짱이가 짱이라서 그래!"
얼마전 오빠에게 선전포고 했었다. 앞으로 나는 베짱이처럼 살겠다고. 개미처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겠다고. 20대의 나는 미친듯이 성공하고 싶어서 나 자신을 돌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매일같이 코피를 흘리며 미친듯이 일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내가 정말 내가 맞았었나 싶을만큼 열정적이었고 어쩌면 살짝은 미쳐있었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 놓쳐버릴 것만 같아서 매일을 아둥바둥 살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혹은 불쌍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20대, 꽃같은 시절을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달려 지나쳐와버렸으니 말이다.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그 때의 나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다 이뤄야지만 행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것을 기어이 이뤘느냐? 아니, 못 이뤘다. 난 여전히 그저그런 보통의 삶을 살고 있으나, 그 때와 다른 점은 지금은 행복하다는 점이다.
<더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의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너무 노력하며 살지 말라고, 가끔은 남에게 민폐도 끼치고 게으름도 부리며, 하기 싫은 일은 당당히 거절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며 달콤한 말을 전한다. 공부든 일이든 힘든 것을 참고 이겨내는 노력으로 결과를 얻어내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베짱이의 노랫소리처럼 한심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슨 말인지 느낌이 왔다.
남의 일에 신경쓰기 전에 자신의 일에 더욱 더 신경쓸 것.
자신을 기쁘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자기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결국은 남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또 그것이 남이 기뻐해준 '대가'가 아니라 나의 기쁨의 상징이자 척도로서 많은 돈(애정, 승인)을 벌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략)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칭찬받기 위해서, 미움 받지 않기 위해서 등등 모든 게 상대의 인정을 얻기 위한 아첨이 돼버리는 거죠.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을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한다면 상대가 기뻐해주지 않는다 해도 상처받거나 화낼일이 없습니다.
반면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면 이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일 하나에도 상처받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상대방을 추궁하고 다시 아첨하는 그런 악순환에 빠져버립니다.
<p. 140>
저자는 남에게 봉사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단다. 오로지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할때 상대방은 저절로 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젊은 날 왜 그렇게 미친듯이 살았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다. 나 스스로를 보듬어 줄 시간은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남들의 인정을 구하며 살았기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행복을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 가지도 않을 뿐더러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공허한 행복이다.
마지막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인간관계로 너무 힘들었다. 곧 남편이 될 지금의 남자친구가 대표로 있던 회사에 합류하게 되면서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몇몇 직원들 때문에 일보다는 사람들 눈치 보는데에 모든 기력을 소진하는 일이 많았다. 그 몇몇 직원은 결국 나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려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 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 기밀을 다른 회사에 빼돌리려다 적발되어 결국은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그래도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았는지 나는 한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왜 참고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남자친구와의 오랜 상의끝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업을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그때부터 였다. 내가 싫은 일은 하지 말자고 생각한 때가. 많은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드디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가 원래 좋아하는 일이 뭐였더라 하는 늦은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피곤한 인간관계는 정리했고, 원하는 만큼 뒹굴거리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고, 좋아하던 책을 사모으거나 읽고, 글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나의 생활은 예전에 비하면 한없이 게으르고 심심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게으르게 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살면서 처음으로 동동거리지 않고 철저히 나 중심적으로 살고 있으니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눈치나 인정이 아닌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기에 남자친구와의 결혼식도 철저히 우리의 바램대로 스몰웨딩으로 간단히 끝내겠다며 양쪽 부모님을 설득했다.
참고 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참지 않으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았으나 오히려 일은 더 잘 풀려서 남자친구도 더 효율적으로 회사를 개편해서 현재 모든 직원들은 원격으로 재택근무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언제든 볼 수 있다. 이건 안좋은건가?ㅋ 어쨋든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힘들게 참으면서 끙끙거리며 살 필요 없다. <더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를 보면서 그래, 참지 않길 잘했어 하는 생각을 한번 더 했다.
현재의 당신, 끙끙거리고 있다면 털어버리고, 오로지 당신만 생각하시길.
인생은 한번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