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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난 이윤기의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허구라는 소설의 형식도 과학하는 사람이나 유물론자들에겐 거짓말정도로 밖에 치부되지 않는 신화의 형식을 빌려서 글을 쓰더라도 내겐 그 속으로 푹 빠져들고 마는 그런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유물론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가치관과 글쓰는 자세, 그리고 삶에 대한 두렷한 신념들이 다 좋을뿐더러 그런 것들이 그의 글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글을 쓰기 전에 쓰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철저하게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이윤기의 자세는 또 다른 형태의 구도자를 보는 듯하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내 놓는 글들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그의 글에 대한 매니아층은 꽤 두텁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얗게 센 짧은 머리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호함과 넓은 서재를 가득 채웠으면서도 어지럽지 않게 정돈된 과천의 그의 서재 사진을 매스컴을 통해 보노라면 더욱 신뢰가 가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두물머리는 이윤기의 대표작이라고 말하기에는 곤란하지만 창작보다는 번역가로 더 그명성을 날리는 이윤기의 읽는 재미가 있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물머리의 느티나무는 오늘도 강바람에 굳건히 가지를 던진 채 한강에 발을 담그고 서 있다. 비록 속은 다 썩어 들어가 시멘트로 채워진 채이긴 하지만........ 다시금 두물머리의 강바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