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 아기 그림책 나비잠
주경호 지음 / 보림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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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재미있는 책이길래 제목이 <재미난 그림책>일까? 책을 펼쳐보니 골무, 부채, 복주머니, 양말 같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변신 마술을 부리고 있다. 알록달록 골무는 느릿느릿 달팽이로 변신하고, 하얀 장갑은 날개가 멋있는 암탉으로 변한다. 이런 변신을 보고 있노라면 만든이의 상상력에 손뼉을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딸이 조금 크면 양말이나 장갑 같은 것을 이용해서 닭, 집게 같은 것을 함께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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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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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만 모여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장난감 왕국으로 과자와 아이스크림만 먹으면서 살까? 놀고 먹으며 장난칠 궁리만 할까? 대답은 No이다. 벤포스타라는 어린이들만 사는 나라가 실제로 존재하는 걸 아시는지, 그리고 그 나라는 장남감 왕국도 아니며 어엿한 도시 - 학교, 호텔, 은행 등이 있는 - 라는 걸 아시는지, 혹 모르신다면 이 책을 한번 방문해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의 세계는 동화 같고 어른들의 세계는 냉정한 현실이라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보호하고 꿈을 간직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 그러면서 현실에서는 슬쩍 아이를 따돌려 버리는 어른이라면 더더욱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아이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그러면서 민주적으로 도시를 운영하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지, 얼마나 포용력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어른들이 아이들만 같다면, 세상이 이 도시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도 우리가 알고, 지키고, 해야 될 것들은 단순하게 표현되는 쉬운 것들이다. 다시 한 번 벤포스타 공화국 시민들에게 그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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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 - 전3권 세밀화 보리 아기 그림책
이태수 외 지음, 보리 편집부 엮음 / 보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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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된 우리 딸아이가 좋아하는 시리즈랍니다... 곡식, 집에서 기르는 동물들, 벌레 등등 친근한 소재(하지만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죠)를 세밀화와 함께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주는 책이죠...무엇보다도 정성스럽게 그려놓은 세밀화가 참 정감있으면서 '생명체의 혼'이 느껴지고요... 비슷한 말이 반복되는 단순한 이야기도 아이는 깔깔거리며 좋아하던군요...

먼저 1권 <우리가 먹는 곡식 - 어디 숨었지>는요... 개구리 일곱마리가 뱀을 피해서 보리 줄기에도 숨고, 밀대에도 숨고, 옥수수 잎사귀에도 숨고, 숨고, 또 숨는 이야기에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우리가 먹는 곡식의 모습을 익힐 수 있지요... 마지막에 기진맥진하는 뱀의 표정도 재미있고요...

그 다음으로 2권 <집에서 기르는 동물 - 나도 태워 줘>는요... 엄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는데 동물들이 '나도 태워 줘'하고 부탁을 하는군요... 유모차에 과연 몇 마리나 탈 수 있을까? 다음엔 어떤 동물이 나올까? 하는 재미가 있고요... 꼬꼬댁 꼬꼬꼬, 메에에 메에에, 멍멍멍 멍멍멍 같은 의성어를 아이가 참 재미있어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3권 <들판에 사는 벌레 - 이것 좀 봐>는요... 어디선가 날라온 민들레 꽃씨가 성장하는 모습을 다람쥐가 쭈욱 지켜보며... 개미, 무당벌레, 거미...하고 이야기 하는 내용인데요... 벌레의 모습이 참 귀엽답니다... 저희 아이는요... 이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책의 크기가 작아서 자기 손으로 만지면서 책장도 넘기고 빨기도 하며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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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극장 에지 25 - 완결
유마 안도, 아사키 마사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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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권으로 1부를 마무리한 <미스터리 극장 에지>는 좀 별난 추리물이다. 보통의 추리물이라면 명석한 두뇌, 놀랄만한 관찰력과 직관을 가진 끈질긴 근성의 명탐정이 등장하여 독자들과 머리싸움을 벌이기 마련인데, <미스터리 극장 에지>에는 보통의 탐정과는 거리가 먼 '양아치'(?) 같은 소년이 등장한다.

그러나 추리물 보다는 <짱> 같은 만화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아스마 에지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사이코메트리'이다. 자신의 신체와 접촉하는 순간 물건이나 사람의 과거의 영상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힘, 즉 사이코메트리를 이용해 미궁속에 빠진 미스터리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 <에지> 시리즈의 테마이다.

물론 에지의 능력 만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에지가 사이코메트리한 내용들은 하나의 단서에 불과하다. 그것을 엮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동반자가 바로 시마 형사. 프로파일링이라는 범죄수사 기법을 이용해 에지와 함께 사건을 처리해나간다. 여담이지만 이 프로파일링 기법을 가장 희화화한 영화가 바로 <포스트맨 블루스>이다. <에지>의 애독자라면 배꼽을 잡으면서 볼만한 영화이다.

아무튼 25권에서는 '조용한 쿠데타'를 준비하는 경찰내 비밀조직과 시마-에지의 대결이 주축을 이룬다. 사건의 발단은 시마의 옛 애인이 교스케의 출현. 여기에 이 시리즈 내내 '악의 화신'으로 에지와 시마를 괴롭혔던 범죄 천재 아키라까지 가담해 이야기는 스릴을 더해 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컴퓨터로 전달되는 아키라의 메시지는 2부를 기대해보게 한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만화광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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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54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 카를리네 캐르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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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위에 또 한층, 차곡차곡 쌓인 집 - 아파트에 살다보니 1층 아닌 이상에야 우리는 늘 아래층에 발소리가 울리진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 아이들이 있다면 그 노심초사는 아마 더할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 발소리에 시시때때로 인터폰을 울려오는 예민한 사람이 아래층에 산다면 우리는 아래층 주인을 만날 때 마다 움츠린 어깨로 조심스럽게 '안녕하세요'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동화도 그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우당탕탕 뛰던 아이들이 아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자, 이번에는 그 소리를 더 잘 들어보고자 아래층 할머니 귀가 커진다는 것이다. 접시만해 졌다가 다시 후라이팬 만해지고 그러다가 더 커져서 할머니 키보다 더 커진 귀는 침대 밑으로 겹겹이 늘어져 버린다. 이 '못들어서 생기는 병'에 걸린 할머니에게 내려진 처방은 위층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까지 뛰어올라와 문을 쾅쾅 두드려대는 할머니가 심술궂다고 생각했고, 더 잘 들으려 하는 것도 꼬투리를 잡아 따지려는 것으로 추측했으나 점차 혼자 사는 할머니의 외로움이 할머니를 그렇게 만든거구나 짐작하게 되었다.

사람은 외로울 때 남에게 손을 내밀기 보다는 심술로 그 감정을 종종 표현하곤 하니까... 우리도 이제 아래 위층간에 밝게 '안녕하세요!!'라고 - 특히 할머니들에게 - 인사할 수 있는 이웃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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