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위에 또 한층, 차곡차곡 쌓인 집 - 아파트에 살다보니 1층 아닌 이상에야 우리는 늘 아래층에 발소리가 울리진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 아이들이 있다면 그 노심초사는 아마 더할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 발소리에 시시때때로 인터폰을 울려오는 예민한 사람이 아래층에 산다면 우리는 아래층 주인을 만날 때 마다 움츠린 어깨로 조심스럽게 '안녕하세요'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 동화도 그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우당탕탕 뛰던 아이들이 아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자, 이번에는 그 소리를 더 잘 들어보고자 아래층 할머니 귀가 커진다는 것이다. 접시만해 졌다가 다시 후라이팬 만해지고 그러다가 더 커져서 할머니 키보다 더 커진 귀는 침대 밑으로 겹겹이 늘어져 버린다. 이 '못들어서 생기는 병'에 걸린 할머니에게 내려진 처방은 위층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까지 뛰어올라와 문을 쾅쾅 두드려대는 할머니가 심술궂다고 생각했고, 더 잘 들으려 하는 것도 꼬투리를 잡아 따지려는 것으로 추측했으나 점차 혼자 사는 할머니의 외로움이 할머니를 그렇게 만든거구나 짐작하게 되었다. 사람은 외로울 때 남에게 손을 내밀기 보다는 심술로 그 감정을 종종 표현하곤 하니까... 우리도 이제 아래 위층간에 밝게 '안녕하세요!!'라고 - 특히 할머니들에게 - 인사할 수 있는 이웃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