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천재의 비밀노트 -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
오드비에른 뷔 지음, 정윤미 옮김 / 지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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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억력, 삶의 패텬을 변화시키다

 

 


1.

  본격적으로 책읽기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통독을 먼저 한다. 말이 통독이지 실상은 책장을 하나하씩 성급하게 넘겨 끝장(마지막)까지 한 번 훑는 것이다. 첫 인상은 상당히 어렵겠다, 과연 내가 이대로 실천을 할 수 있을까. 훈련이라는데 나는 지독하게도 무엇인가에 노력하는 것을 싫어한다. 허세와 과욕만이 앞서서 이 책을 잡아든 것은 아닌가, 서서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더 큰 실수는 맨 마지막 장과 부록을 먼저 정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 책 읽는 방법이 뭐냐 묻는다면, 나처럼만 하지 마라 당부하고 싶다. 하기야 나처럼 뒷장부터 거꾸로 읽어가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첫장부터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듯이 읽어야 한다. 오류를 경험하고 깨닫는다.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고, 답답증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2.

  1부는 기억력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허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책 읽을 때 유의점! 유의점이 1분에 나온다. 기억이라는 것, 지능과 기억을 동격화시켜왔다. 과연 그럴까. 생각해본적이 없다. 어릴 때

  "누굴 닮아서 이 모양이고, 으이구 병신아!"

하는 말을 많이 들어본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다. 원래 그래 나쁜 머리라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은 반기를 든다. 훈련하라. 그러면 된다. 어떻게 훈련을 하나? 그것은 2부부터 상세히 다루고 있다.

  기억의 필수 조건이 무엇인지, 그것(전제조건)부터 알아두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관찰력. 음, 이것만은 자신이 있다. 천지사방을 쫄래쫄래 돌아다니면서 별의별 것을 다 보고 글로 옮기는 뻘짓을 해 왔으니 잘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두번째 연상작용. 음, 이것도 괜찮지 않을가. 세번째는, 요즘 내가 실천해 옮기고 있는 '시각화'다. 지금 노력중이니 이것도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을까. 네번째 위치선정? 음.... 이것도... 그렇다. 나는 기억력 필수요건의 넷 모두를 일상 생활에 적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 기억력은 형편이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요건 뒤에부터는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의심한다. 과연 글쓴이가 사용하는 기억력 기법이 이것들이 전부일까. 몹쓸 의심병이다. 그러면서도 글쓴이가 소개하는 기억방법을 다 사용하지 못한다. 어렵다. 특히 숫자와 관련된 장면에서는 몸이 경직된다.

 

3.

  기억력에 대해서, 상세한 안내지침서이다. 실천에 옮기는 데에 너무 조바심 내지 말아야 할 터, 그러나 마음은 또 앞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글쓴이가 소개하는 기억력 증진법에 대해서 몸에 익히면 다양한 장면에서 응용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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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애드립의 힘 - 스누피 처세철학
히로부치 마스히코 지음, 이양 옮김 / 종이책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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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누피의 처세철학

 

 


1.

   <애드립의 힘>을 읽은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스누피를 만나고 싶어서이고, 그 다음은 핵심어 '키워드' 때문이다. 세상 좀 편하게 살아볼까, 영악한 바람을 지어먹고 책을 펼쳤다. 그리고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단어가 또 이렇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하아~.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얻는 것이 많지 않을까. 그러나 내게는 스누피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누가 그렸는지, 어떤 내용의 만화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스누피 이외에 등장인물이 얼마나 많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개집 위에 앉아 타자기를 두들기던 스누피, 그리고 그 곁을 맴돌던 작은 새 한 마리가 언뜻 떠오른다. 아이들도 여럿 등장했는데 기억하지 못한다. 색바랜 사진처럼 희미하게 떠오를 듯하면서도, 생각하기가 귀찮다. 나는 스누피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2.

  머리글 다음에는 네 컷 만화에 등장했던 인물군상들이 나온다. 자세한 소개에 먼저 당황한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있었던가, 예상하지 못한 사실에,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인물들에 나는 살풋 부끄러운가 보다.

 

  3.

  그러나 <애드립의 힘>은 원작만화에 더 가까운 책이다. 흥미로 즐겁게 보았던 네 컷 만화에 대해서 이 책은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고, 읽는 나는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 그렇지만 책 제목에 부응하는 데에까지 독서가 미치지 못했다. 애드립의 기술은 8가지 장으로 처세에 관해서 다루고 있지만, 읽는 동안 제법 추상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살갑게,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두고, 실용적인 면을 충분히,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씌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가 않다.

 

   잊혀진 기억, 스누피를 회상하며, 네컷 만화를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 <애드립의 힘>은 십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다시 만난 스누피가 무엇보다 반가웠다. 비록 처세술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를 얻고 싶었던 욕구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참 느긋하고 즐거웠던 책읽기 시간이었다. 이 책은 '스누피'에 대한 회고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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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혼 나쁜 결혼 이상한 결혼 - 결혼에 대한 환상을 뒤집는 기막힌 인터뷰
신은자.신진아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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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중심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웬만해서는 이야기를 싫다하는데 이번 책은 달랐다. 결혼을 풀어낸 책은 많다. 다양한 기술이 쏟아져나오는 지금 <좋은 결혼, 나쁜 결혼, 이상한 결혼>은 상식적인 부부생활보다는 오히려 더 감동적이다.

 

   책을 보며 혼자 생각에는 무엇이든 다 잘 될 것 같고, 나도 그러한 상황이 주어지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나 같이 좋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오지 않는가 한탄하면서 아쉬워했던 날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막상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나는 삼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왜 그런지 따지고 따지고 따지다가도 결국에는 같은 상황에 놓여서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한다. 나는 아닐 줄 알았는데, 나는 그래도 제법 괜찮은 인간일 줄 알았는데, 역시였다. 큰 좌절에 좌초되는 현실은 거짓이 아니다. 단잠 끝에 우연찮게 꾸게 되는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왜 이렇게 부닥치는 일도 많고, 돌아보면 우습고 사소한 일들에 목숨을 걸고 죽으라 뻗대는지 모를 일이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부모-자녀의 관계가 부부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고 한다. 부모-자녀의 관계가 대인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문제는 나의 양육환경을 차분하게 돌아봐야 옳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기이해를 토대로 현실에서 속 답답한 일들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는 같은 줄 알았는데 전혀 별개의 인물이다. 책 속의 일깨움 '배우자와 좋게 지내는 법'을 살피면 대상관계 이론의 일면을 만나게 된다. 배경지식이 이 책 속에서는 글쓴이가 의도를 했든 아니든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결국 여태 한 행동 덕분이다. 껄끄럽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지금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비록 지금의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을 자아내고 또다른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책은 재미있다. 다양한 인물군을 묘사하면서 '결혼'의 실제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경험하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에 이 책에 대한 호감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 아니다. 경험은 하나의 기회일 뿐이다. 경험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양육자 아닌 사람 얼마나 많은지 어릴 때부터 쭈욱 봐왔다.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달게 받아야 한다.

 

  내게 좋은 결혼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도 결혼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낮은 자존감으로 위축된 삶을 누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은 남의 일이라 여겼으니,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살아 있으면서도, 사람 도리 못하는 것은 큰 죄다. 발달과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남은 자의 외로움은 길고 깊은 그림자이다. 결혼은 또다른 인생을 펼치는 마당이기도 하고, 아쉽게도 큰 좌절을 맛보게 할 늪이기도 하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여유가 없는 현실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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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앗 - AJ공동기획신서 2
김서영 지음, 아줌마닷컴 / 지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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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앗 2>

  두 권으로 엮인 '시앗'

읽으면서 생생하게 드러나는 장면 묘사, 그리고 심리묘사에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실화였다는 사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자가치유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화를 분출하고 또 정서적인 안정을 꾀했는지 의문이다. 아직도 내 속에는 분노가 끓고 있고, 시시때때로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물론 상대방은 멀뚱 눈만 끔뻑이면서

 

'쟈가 와 저라노?'(저놈이 왜 저래. 미쳤나)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 화를 무색하게 만들기 일쑤다. 오늘도 나는 화를 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의뢰인과 그리고 또 많은 사람에게 나는 화를 냈다. 그리고 수습하지 못해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지금도 한참을 서 있다. 뭐 마려운 뭐처럼 나는 늘 어설프다.

 

1.

  "첩이 첩을 못 본다."

하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시앗>을 읽으며 나는 먼저 그 말을 떠올렸다. 사람 마음이야 다 같다, 그러니 그러려니 하라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시앗>을 읽으면 그와 그녀가 수시로 뒤죽박죽인 것이 먼저 눈에 띈다. 그와 그녀로 대표성을 획득한 느낌이 든다. '그'는 모든 남성일 수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모든 남자일 수는 있지만 모든 남자가 그일 수는 없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다. 남녀로 구분해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일이다. <시앗>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2.

  여성학 석사를 수료한 한 분이 하던 소리가 기억난다. 여자에 적대감을 갖게 되는 값진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수긍하는 사람이 남자뿐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았던 대부분의 여자분들 역시 동의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구나, 경계는 다시 경계를 만들고 갈등에 마음이 상하기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3.

  <시앗>은 여성주의, 무슨 리즘에 입각한 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의 결혼생활에서 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일정 부분은 옳다 싶다. 특히 그와 그녀와 그녀의 이야기에서 한 남자를 두 여자가 공유해야 하는 현실에서 느끼는 것은 여성 남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였다. 나는 이 책에서  한 사람의 사람을 보았고, 만났고, 때때로 현실성 있는 글의 전개에 지루한 일상에 무뎌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려니 그가 그녀에게로 가는구나, 여행을 다녀오는구나.. 어느 새 나는 서술자의 발화점에 동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글쓴이의 다양한 시점 변화에 현실을 객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도 부러웠다.

 

4.

  무슨 이야기를, 나는, 지금 풀어낼 수 있을까. 나는 글을 쓰면 무수히 많은 쉼표를 찍어대며 머뭇거리는 지금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언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가 쓴 글에서 나도 모르게 나의 체취를 맡는다. 그것이 쉼표였다. 머뭇머뭇 찍어댄 쉼표에는 악취가 난다. 가끔은 바람 좋은 날처럼 상큼한 냄새도 나기도 한다. <시앗>을 읽고, 그 흔적을 남기는 지금, 지금의 나는, 쉼표를 찍어대는 나를 본다. 나의 냄새를 맡는다. 

 

5. 

  영원의 반려자는 없는 것일까.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일심동체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상처받고, 그 상처를 치료해주어야 한다. <시앗>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부부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살피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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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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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장편보다는 단편에서 하루키의 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그의 모든 단편을 섭렵하고, 문장도 흉내낼 정도였다. 그토록 좋아했던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피츠제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정말 위대한 작품이라고 하루키는 추켜세웠다. 나는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가 궁금해졌다. 그 길로 당장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작품해설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피츠제럴드에 대한 인상은 '그저 그랬다'.

 

 

 

   이제 하루키의 책들은 오래된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잊혀가고 있다. 어느 권태로운 시간에 잠깐씩 꺼내 읽어보는 정도이다. '시간'은 파도처럼 휩쓸려 왔다가 또 휩쓸려 갔다. 나 역시 시간의 파도에 휩쓸려 여기 있다. 그리고 또 휩쓸려 흘려갈 것이다. 나는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피부가 늘어지고, 주름이 늘고, 머리는 하얗게 셀 것이다. 몸은 구부정해지고, 행동이 굼뜨게 될 것이다. 늙어가는 것이다. 내가 아직 어렸을 때에는 얼마나 어른이 되고 싶었던가. 조금 더 자랐을 때에는 어른 흉내를 내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제 나이에 맞지 않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는 소외감을 느꼈고, 어디엔가 있을 나에게 맞는 장소와 사람들을 찾아 헤맸다. 때때로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참 진중하고 믿음직하다가도 어떤 때에는 천방지축 철부지 같다고. 나도 그 점 인정한다. 내 안에는 나의 과거와 미래가 흐르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 이후 피츠제럴드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 라는 매혹적인 표제에 나는 혹하고 말았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니. 이것은 은유일까, 상징일까. 호기심을 안고 책을 펼쳤다.『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간은 환상소설이었다. 일명 판타지. 벤자민 버튼은 노인의 모습을 한 채 태어난다. 의사들과 부모들은 기겁했다. 가족들은 벤자민 버튼을 최대한 아기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쓴다. 노인의 모습을 한 아기 벤자민 버튼은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낸다. 모습 뿐 아니라 못짓과 말투, 생각까지도 노인의 그것이었다. 노인 아기 벤자민 버튼은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자신이 거꾸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점점 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젊어져서 마침내 노인의 나이에 이르러서는 갓난 아기가 되고 만다. 갓난 아기가 된 벤자민 버튼은 점점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이것이『벤자민 버튼』의 기괴한 이야기이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벤자민 버튼을 그려내면서 피츠제럴드는 한 개인이 그가 살고 있는 계층과 세대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 젊은이의 미숙함과 나이 든 이의 지혜와 쇠약함의 결합, 유행의 덧없음, 그리고 역사가 부과하는 힘 등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고 옮긴이는 말하고 있다. 그에 덧붙여 나는, 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외모와 생각으로 소외되는 벤자민 버튼을 보면서 시대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 변두리를 서성거릴 수밖에 없는 소수의 아웃사이더들을 생각하였다.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현재 우리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피츠제럴드 단편집《재즈시대 이야기들》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1920년대 미국의 화려했던 재즈시대가 반영되어 있다. <나의 마지막 자유분방한 그녀들> <판타지> <분류되지 않은 걸작>큰 제목들에 서너 개의 단편을 실어놓고 있다. 사랑과 연애 이야기를 다룬 '나의 마지막 자유분방한 그녀들',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포함한 세 편의 판타지들은 색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분류되지 않은 걸작'은 얇아져가는 책장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해 주고 있다.

 

 

 

  《재즈시대 이야기들》은 피츠제럴드 초기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아쉬움이 없지 않다.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때때로 문장이 지나치게 길게 늘어져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판타지를 자주 접해보지 않아서인지 특히 판타지들은 내 정서에 맞지 않았다. 익살맞은 연애담을 담고 있는 '나의 마지막 자유분방한 그녀들' 역시 흡입력이 떨어졌다. 어쩌면 1920년대 재즈시대와 현재 2009년 대한민국의 시간적, 정서적 거리인가 생각도 해보았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장을 덮은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 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이 책을 펼친다면 나는 또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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