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 -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유산, 개정증보판
김준봉.리신호.오홍식 지음 / 청홍(지상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구들장하면, 정겹다. 지금이야 어디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있다. 아직도 구들장이 남아 있고, 어느 노부부의 황혼을 달래는 따스함이 장판 아래에 깃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 흔적만은 여전하다.  비록 구들장의 은은하고 웅근한 온기와 직결되는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 뿐, 여전히 구들장은 우리 삶 속에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나는 오래 전에 잊었던 그 온돌이, 또 황토가 지금은 사람들이 애써 찾아가 반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니다. 새마을 운동에 몇 개년 '갱'제 계획으로 깡드리 짓밟았던 우리 문화가, 사실 그때는 우리의 것을 문화라 칭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지금 우리의 것이 각광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인데, 유구한 역사에 걸맞은 문화는 형태를 바꾸어가며 자생하고 있다.  황톳길을 시멘트로 들이붓던 광경을 목격하시던 어르신들이 지금 황혼을 등에 지고서 소줏잔을 입에 털어넣는다. 그들은 먼 발치서 나는 본다.  안타깝다, 안됐다는 생각이 아니다. 나와 그 소줏잔 하나 털어넣을 수밖에, 그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은 담벼락 대고 상소리 하는 것뿐 달리 도리가 없는 것으로, 무기력해진다.

 

  <온돌Ondol 그 찬란한 구들문화>는 먼저 '온달'을 상상케 한다. 자주 나는 이렇게 멋대로고, 어쩌면 내가 멋대로가 아니라 내 사고작용이, 딱히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그렇게 멋대로 널을 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어느 부분에는 온돌, 구들장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 있기 때문에 고구려, 발해조의 서술부에서 아마도 나는 온달을 생각해 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온달 이야기의 상승구조를 꿈꾸고 그 비극에 안타까워하는 민중의 마음을 욕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그냥 표기의 유사성에서 미친 도발적인 연상작용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단순히 온돌의 어떤 장점에만 국한되어 서술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특히 우리 문화를 다시 조명하면서 우리가,  내가 좋아하지만 미처 알지 못한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게하고 아울러 통찰까지 제시해준다. 즉 <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는 온돌의 유래, 구조, 역사, 그리고 현재 변형된 온돌을 살피면서 내일을 기약하고 있다. 서술방식은 학위 논문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지만, 적절한 사진매체와 시각화 자료 덕분에, 그리고 큼직한 활자와 널찍한 행간격 덕분에 읽기는 어렵지 않다. 가독성이 있고, 다행히 판독성도 있는 책이라 할 만하다.

 

   많은 이야기가 듬직한 책 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도록 즐거웠다. 설명조의 글에서 나는 오히려 중후한 정서적인 글을 맛본 느낌이다. 이불속 할머니 다리 밑을 파고들면서 구미호 이야기를 해달라 마구 조르던 그때를 나는 떠올린다. 할머니는 지금 흙벽이 되어 바람을 온몸으로 받고 계실 것이다. 어느 집 구들장에 온돌로 다시 숨을 쉬고 계실지도 모른다. 나도 곧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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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2012-06-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죄송하지만...온돌의 유래를 알수 있을까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