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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혼 나쁜 결혼 이상한 결혼 - 결혼에 대한 환상을 뒤집는 기막힌 인터뷰
신은자.신진아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사례 중심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웬만해서는 이야기를 싫다하는데 이번 책은 달랐다. 결혼을 풀어낸 책은 많다. 다양한 기술이 쏟아져나오는 지금 <좋은 결혼, 나쁜 결혼, 이상한 결혼>은 상식적인 부부생활보다는 오히려 더 감동적이다.
책을 보며 혼자 생각에는 무엇이든 다 잘 될 것 같고, 나도 그러한 상황이 주어지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나 같이 좋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오지 않는가 한탄하면서 아쉬워했던 날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막상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나는 삼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왜 그런지 따지고 따지고 따지다가도 결국에는 같은 상황에 놓여서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한다. 나는 아닐 줄 알았는데, 나는 그래도 제법 괜찮은 인간일 줄 알았는데, 역시였다. 큰 좌절에 좌초되는 현실은 거짓이 아니다. 단잠 끝에 우연찮게 꾸게 되는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왜 이렇게 부닥치는 일도 많고, 돌아보면 우습고 사소한 일들에 목숨을 걸고 죽으라 뻗대는지 모를 일이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부모-자녀의 관계가 부부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고 한다. 부모-자녀의 관계가 대인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문제는 나의 양육환경을 차분하게 돌아봐야 옳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기이해를 토대로 현실에서 속 답답한 일들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는 같은 줄 알았는데 전혀 별개의 인물이다. 책 속의 일깨움 '배우자와 좋게 지내는 법'을 살피면 대상관계 이론의 일면을 만나게 된다. 배경지식이 이 책 속에서는 글쓴이가 의도를 했든 아니든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결국 여태 한 행동 덕분이다. 껄끄럽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지금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비록 지금의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을 자아내고 또다른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책은 재미있다. 다양한 인물군을 묘사하면서 '결혼'의 실제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경험하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에 이 책에 대한 호감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 아니다. 경험은 하나의 기회일 뿐이다. 경험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양육자 아닌 사람 얼마나 많은지 어릴 때부터 쭈욱 봐왔다.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달게 받아야 한다.
내게 좋은 결혼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도 결혼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낮은 자존감으로 위축된 삶을 누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은 남의 일이라 여겼으니,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살아 있으면서도, 사람 도리 못하는 것은 큰 죄다. 발달과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남은 자의 외로움은 길고 깊은 그림자이다. 결혼은 또다른 인생을 펼치는 마당이기도 하고, 아쉽게도 큰 좌절을 맛보게 할 늪이기도 하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여유가 없는 현실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