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암시 -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적 상상
에밀 쿠에 지음, 김수빈.최준서 옮김 / 하늘아래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듣는 이름이다. 에밀 쿠에? 낯설다. 암시라는 말도, 개념도 굉장히 낯설다. 이미 알고 있고, 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어휘는 때때로 생경하고 때때로 어색할 때가 있다. '암시'가 그랬다. 하지만 책을 읽어감에 따라 쉽게 이해가 된다. 한데 쉽지는 않은 책이다. 수용과 비수용은 이해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한동안, 아니 오래오래 이 책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좋지만 불편한, 그러나 유익한, 하지만 서툴게 써먹다가 호되게 타박을 들을 만한 방법을 <자기 암시>에서는 다루고 있다. 쿠에요법이다. 심리치료의 한 유형인 듯한 쿠에 요법은 지금의 긍정적 자기계발서?와 상통한다.

 

    암시와 자기 암시의 차이를 강요, 자발(능동)으로 구분하고 있다. 해서 스스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정하는 '자기 암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이사이 사례를 들고 있는데, 상당한 호소력을 지닌 문장들이다.

 

     자전거를 처음으로 배울 때의 경험을 생각해보자. 핸들을 꼭 쥐고 넘어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자전거를 몰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작은 장애물이 나온다. 그것을 피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자꾸만 자전거는 그 장애물을 행해 돌진한다. (29쪽)

 

     어느 하나 도려낼 것이 없는 책이다. 대구를 들어올린 어장애비는 말한다. 대구 버릴 기 어디 있노. <자기 암시>를 읽으며 나는 느낀다. 제대로 배우면 참으로 좋을 내용인데…….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누군가 가르침이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자기 암시'를 적용하자. '생각하는 대로 현실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명 실현된다. 좁은 시야로는 나무도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한다. 멀리 보다가 제 발 아래 사람이 깔려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경우야 있지만,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 과업도 이루어야 할 것이다. 하나가 중요하면, 곁가지로 모든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하나 우월을 규정하고 나면 열등으로 취급받게 되는 나머지를 '자기 암시'로 뒤틀어보자.

 

     '시크릿'의 긍정적 자기 암시가 어쩌면 여기가 뿌리 아니었겠나, 자기 계발서의 원류가 <자기 암시>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만큼 <자기 암시>는 밝다. 내가 나아지기를 뜬구름 잡듯이, 사람을 현혹시키는 책은 절대 아니다.  보는 만큼 보이고, 생각한 만큼 더 보이고, 느낀 만큼 또 생각은 광활해지게 마련이다. 쪽수가 여느 책보다 적은 <자기 암시>. 하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월등하다. (해서 다른 책이 열등하다는 것이 아니다.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보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이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생각하는 모순을 설명해주는 열쇠이다. (16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이혜필 지음 / 컬처그라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 친구였던 시오미 상은 훗날 5엔 동전의 사용법 하나를 더 가르쳐부었는데, 지갑을 사서 선물할 때 그 안에 5엔짜리 동전 하나를 넣어서 건네는 것이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좋은 인연을 오래 이어가는 의미에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95쪽)

 

    사진과 감성적인, 때때로 명료한 사실적 기술이 시원스러운 문장으로 가득 찬 책이다.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책 제목 참 시적입니다."

    밤늦은 시간에 수업을 듣는 분의 말씀이다. 그제서야 나는 이 책제목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라는 명문장은 책 본문에서 한 번 읽었던 내용이다. 누가 어디에서 써서 유명한 문구가 되었는지는 사실 관심밖이다. 한데 읽었던 내용이 책표지에 있다는 사실까지 몰랐다니, 참으로 무심한 인간이다. 한데 이 무심이 오히려 책에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도와준다는 사실, 그것을 나는 인정한다. 제목이 시적이라든지, 어느 유명한 사람을 다루고, 어느 도시를 더 면밀하게 파헤쳤다는 것, 그것은 사실 나와는 거리가 멀다. 내 관심은 그것에 있지 않다. 테두리밖에를 호기심내는 나는 아무래도 이방인이 맞는 듯하다.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멋들어진 표현이로구나. 책 절반 가량을 읽고 우연찮게 다시 책제목에 관심을 갖는다. 때때로 나는 무슨 책을 '지금' 읽고 있는지 잊는다. 더 우스운 일은 책을 잃어버리기도 곧잘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어느 날 또 문득 예전 읽던 책이 떠올라 한참을 찾느라 책장을 뒤지기도 한다.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역시 어느 날 문득 떠올라 또 한참을 찾지 않을까, 예상된다. 아마도 이 짐작은 적중할 것 같다.

 

     이혜필 씨의 글은 읽을수록 감미롭다. 그는 사실적 묘사뿐 아니라 감성적인, 가장 인간적인 감성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곧 자기 성찰인 셈인데 그가 한국을 떠나 타국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 경위, 타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자국으로 돌아와 그리는 찰나같은 옛생활, 기억을 되밟아 찾아가는 그곳에까지의 일들이 사실정보와 감성, 느낌이 균형되이 서술되고 있다. 그의 글 곳곳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 친화적인 그의 인품이 녹아나 있다. 상쾌한 사진이 그의 글을 단장하는 데 일조를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솔직한 자기 감성의 표현에 나는 매료되었다. 나는 그의 책에 돈이 아니라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와 함께한 시간을 끼워두었따. 간단한 메모와 함께 그가 느꼈던 '사바시이'. 나의 '사바시이(49쪽)'.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 불역락호(不亦樂乎)아.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와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아, 공자님은 정말 멋진 분이다. 이렇게 멋진 말을 그 옛날에 쓰윽 흘려놓으시다니. (...)

    소박하고 진심어린 저 토로에 비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언진다'는 서양에서 유래되었음직한 또하나의 격언은 진실의 함량과는 상관없이 조금 얄팍하게 느껴져 온다. 자기성찰의 무게가 담겨있지 않다고 할까. 타국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김으로써 자발적으로 지인들과의 거리를 확보한 채로 살아본 결과 역시 마음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에 우선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마음이 거리를 좁히거나 늘릴 수는 있지만 거리가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닌가?

(2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하는 강점 혁명 에듀세이 1
제니퍼 폭스 지음, 박미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장단점과 강약점의 차이를 알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장점과 단점이라 하면 고정불변으로 취급하게 마련이다. 너의 장점은, 너의 단점은 이러이러하다라고 말할 말하는 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좋은 점과 나쁜 점의 뜻이 은연중에 머릿속에 박혀 있다. 단점은 곳 틀렸다와 같은 셈이다. 나의 단점은 무엇일까, 어떤 점을 고쳐야 할까 늘 생각하며 자랐다. 그래서 나는 단점에 익숙하다.

 

     성격검사는 MBTI나 에니어그램으로 자주 실시한다. 학습효과가 없다면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고맙게도 나는 학습력, 기억력이 저조한 편이라서 성격 검사를 하면 신뢰도가 꽤 높은 편이다. 머리 나쁜 것이 때때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늦되기로 늘 타박만 듣던 나인데도 성격검사나 특정 상담심리의 마당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으니 참으로 신기하다.

 

     <강점혁명>은 그러니 장점이 아니라 감정에 중점을 두고서 이야기한다. 대단한 책이다.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읽어오고 워크샵에서 듣던 소리가 체계적으로 서술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실용적인 책이다. 전문인을 목표로 공부하는 서적은 아무래도 딱딱하게 마련인데 <강점혁명>은 아니다. 고심고심 끝에 실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는 전문서적, 때로는 별무소용으로 잊혀지기도 하는 책이 아니다. 잘 읽히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상담기법을 서술함에 있어서도 사례 중심의 글쓰기로 자칫 식상한 내용이 될 수 있는 함정을 능란하게 피해가고 있다. <강점혁명>은 그래서 대단한 책이다. 자녀교육서, 양육서, 심리상담서들에서는 찾기 힘든 융통성을 지니고 있다. 그 융통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여는 키워드, 강점에 집중하라 (책표지에서)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오는 듯한 인상이다. 나는 다행히 강점, 약점이라는 어휘를 최근 즐겨 사용하고 있다. 물론 들은 귀가 있고 배운 덕택에 그렇다. 아둔해서 배워도 곧잘 잊고 배워도 학습목표와는 전연 다른 쪽으로 활용하는 탓에 익숙한 가르침을 반복하고 있지만, 오로지 하나 강점과 약점에 대한 개념이다.

 

     힘이 약하면 우리는 운동으로, 매일 꾸준히 하는 운동으로 키울 수 있다. 강점, 약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떠한 유전인자를 타고났는지를 스스로 관찰하고, 아이일 경우는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어떠한 방향으로 강화, 보완해야 할지를 모색하도록 <강점혁명>은 알려주고 있다. 방법론적인 실재를 이 책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내용을 누군가에게 써먹고 싶다면, 잠시만 참아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좋은 내용이고, 사례마다 그 대화법은 상당히 고단수의 상담법임에는 틀림없다. <강점혁명>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 구조화의 예시는 참으로 탄탄하다. 하지만 먼저 '나'는 그와 같은 기술을 쓸 수 있을 만큼 강한 자아를 지녔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섣부르게 덤벼서는 안된다. 해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을 곧잘 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강점 혁명>은 아이를 위한 책으로 안내가 되지만, 그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적용을 해야 할 것이다. 예사일이 아니다. 나를 변화시키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이미 나는 단점에 익숙해져 있는 탓에 강점에 주의하는 일도, 약점을 보하는 일에도 서툴다. <강점 혁명>을 늘 준비하고 다니면서, 놀아보자. 우리가 가장 먼저 관심을갖고, 놀아줘야 할 대상은 다름아닌 '나'이다.

 

     1시간 동안 노는 것이 1년 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해준다.

-플라톤 (1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흉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1.

     <수많은 금기> 이후로 읽는, 호시 신이치의 작품 <흉몽>이다. 짤막하고 강렬한 느낌을 <수많은 금기>에서 받았다면 <흉몽>은 짧은 이야기가 전체를 꿰차고 있다는 느낌, 때때로 비슷한 배경, 구성 등을 만나면서 이 책은 단편이라기보다는 장편을 퍼즐처럼 늘어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곧잘 하게 된다. 어쨌거나 전체적인 느낌은 <수많은 금기>가 더 나았다. 기대 않고 읽어 그런 것일지, 아니면 <흉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2.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짧다. 강렬하다. 신선하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는 반전이 있다. 모든 반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둔함에 때때로 아쉽고, 때때로 황당하기도 했다. 주인물과 반동인물의 특정한 구분이 없다. 즉 서술의 중심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본 조직(혹은 정부)의 국가관, 혹은 작가의 사상을 얼핏 볼 수 있다. 그리고 글쓴이 개인적인 기호- 술, 경제관, 성 유희 등을 얼핏 볼 수 있다. 스치듯 지나는 것이라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호시 신이치를 만난 것은 어쩌면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읽은 책이 호시 신이치가 쓴 책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 처음 순서를 잡은 작품이 '웨스턴 게임'이라는 것, 마지막 작품은 '눈을 뜨면'이라는 것. 17쪽, 96쪽, 128쪽, 157쪽, 168쪽, 172쪽, 182쪽, 200쪽은 다시 읽어볼 심산으로 모퉁이를 접어놓았다는 것, 그리고 누워 읽기를 즐겨 책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늦여름 참으로 더워 고생했다는 것이 <흉몽>을 읽었다는 증거이다. 내가 믿는 것, 그것이 사실은 증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3.

     <흉몽>

     제목이 참 좋다. 나는 이 제목을 참 좋아한다. 만약에 내가 어휘를 정확하게, 민감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제목에 썩 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가위눌림과 흉몽는 같다는 등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아마도 얼렁뚱땅 뚝때거리에서 비롯된 것이겠다. 즉 나는 가위눌린 뒤에 흉몽이라는 책에 꽂혔다. 여태 한 번도 가위눌린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다. 내게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자각하지 못했거나 아직 겪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 나는 <흉몽>을 처음 찾을 때, 가위눌림을 기대하고  읽은 셈이다. 한데 <흉몽>을 덮을 때 나는 여러 가지 꿈을 엿본 느낌이다. 기괴한 소설을 읽고자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이미 <수많은 금기>, 호시 신이치 작품을 읽었다. 하니 호시 신이치의 작품이 가볍게 읽고 상징과 반전 뒤에 숨겨진 신랄한 비판 의식까지 생각해 볼 기회가 있다는 것, 그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한데 아쉽게도 <흉몽>을 읽는 동안은 속시원타거나 명쾌하다, 뜻밖의 이야기다는 감탄은 전혀 없었다.

 

4.

     누군가에게는 이런 꿈도 있겠구나, 내게도 언젠가 이런 꿈을 꾸겠구나. 흉칙한 X를 꿈꾼다. 위스키 한 잔과 금화와 사기. 국가적 횡포....

 


"말도 안 되오. 부당한 체포요."

"의사 가운데 '병증 명명(命名) 애호증'의 경향이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발표하면 여론도 잠잠할 겁니다. 오히려 잘한 일이라 하겠지요. 자, 갑시다."

"심하군. 당신들은 '권력 발동 애호' 성격이댜."

"이봐, 또 이름을 짓는군. 뭐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소. 우리는 상부의 명령에 따를 뿐이오."   

(병명/ 17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드글쓰기; 핵심을 찌르는 비즈니스 문서작성법
김용무 지음 / 팜파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1.

   기껏 작성한 문서가 쓰레기통, 혹은 이면지로 변할 때 기분은 말로 할 수 없다. 문서는 곧 '나'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분노가 장난 아니다. 시간이 많이 들었을수록, 공을 많이 들였을수록 분노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는다. 이 양반이 지금 사람을 뭘로 보고 이 따위 행패야. 물론 입밖으로 소리가 터져나오면 곧바로 집단에서 매도되거나 아예 출근을 안해도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출근을 안해도 된다면 편하기야 하지만 만약에 딸린 식구가 있다면 그야말로 예사 낭패가 아니다.

    잘못을 따져보려면 여러가지 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 상사의 잘못, 예를 들면 위에서 지청구를 듣고 이유없이 어문 데 가서 화풀이하는 상사라면 오로지 그 양반 사람 덜 된 인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혹시 문서 작성자의 잘못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기 비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후자가 더 나은, 더 빨리 개선책을 찾을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회사를 뒤집어 엎을 재간이 없다면 찬찬히 문서를 한 번 확인해보자. 이유를 따져보자.

 

2.

 

     결론을 뒤로 미루는 '결론 기피 증후군'

     비즈니스 문서를 읽을 때 사람들은 결론을 듣고 난 이후에야 본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결론은 뒤로 미루어 놓은 채 비즈니스 문서를 작성한다.  앞에서 내용의 배경, 진행 과정 등을 설명하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결론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결론을 항상 뒤에 두고 싶어 할까?

(134쪽)

 

     실무현장에서 글쓰기는 곧 학교 글쓰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착각을 나는 했다. 그래서 열심히 기승전결을 쓰고, 때로는 감성이 듬뿍 담긴 글을 쓸 때도 있었다. 특히나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사례보고서 같은 경우, 또는 프로그램 계획 운영에 대해서 보고서를 쓸 경우에는 자주 읽던 소설의 방식에 기대어 글쓰기를 했다. 최종 결재 라인, 최종 결재자가 읽기에 어떤 글이 더 편하고 명료할지는 아예 내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누드 글쓰기>에서는 속시원하게 짚어주고 있다. 학교 글쓰기와 실무 현장의 문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무리 교과서를 다시 확인하고 확인해도 실무 현장에서의 글쓰기와는 맞지 않다. 실감을 했으면서도 나는 버리지 않았다. 표독한 자기중심주의, 이기주의의 한 단면인 셈이다. 내가 배워온 것에 대해서, 당장에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한 치 의심을 하지 못하는 아둔함이야 말로 갈등의 단초였던 셈이다.

 

3.

     <누드 글쓰기>의 핵심은 '목적'에 있다. 이 문서는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자각하고 글쓰기에, 문서작성에 들어가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초안은 초안일 뿐이다. 초안 작성에 너무 많이 공을 들여 고쳐쓰기에 지장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글쓰기 관련해서 많은 정보를 두루 서술하면서 실무현장에서 어떠한 글쓰기를 할지 선택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누가 읽을 것이고, 내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고, 또 이 문서를 읽고 상대가 어떠한 반응을 하기를 기대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서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글쓰기, 가장 실용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글쓰기, 문서 작성이 수월해질 것이다. 글이 곧 '나'라는 사실은 늘 항상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글 뒤에 '나'가 숨어 있어야 할 때도 필요하다. 특히나 상대방의 행동 변화, 또는 생각의 수용을 도모할 경우에는 '나'의 위치가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