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이혜필 지음 / 컬처그라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 친구였던 시오미 상은 훗날 5엔 동전의 사용법 하나를 더 가르쳐부었는데, 지갑을 사서 선물할 때 그 안에 5엔짜리 동전 하나를 넣어서 건네는 것이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좋은 인연을 오래 이어가는 의미에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95쪽)

 

    사진과 감성적인, 때때로 명료한 사실적 기술이 시원스러운 문장으로 가득 찬 책이다.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책 제목 참 시적입니다."

    밤늦은 시간에 수업을 듣는 분의 말씀이다. 그제서야 나는 이 책제목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라는 명문장은 책 본문에서 한 번 읽었던 내용이다. 누가 어디에서 써서 유명한 문구가 되었는지는 사실 관심밖이다. 한데 읽었던 내용이 책표지에 있다는 사실까지 몰랐다니, 참으로 무심한 인간이다. 한데 이 무심이 오히려 책에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도와준다는 사실, 그것을 나는 인정한다. 제목이 시적이라든지, 어느 유명한 사람을 다루고, 어느 도시를 더 면밀하게 파헤쳤다는 것, 그것은 사실 나와는 거리가 멀다. 내 관심은 그것에 있지 않다. 테두리밖에를 호기심내는 나는 아무래도 이방인이 맞는 듯하다.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멋들어진 표현이로구나. 책 절반 가량을 읽고 우연찮게 다시 책제목에 관심을 갖는다. 때때로 나는 무슨 책을 '지금' 읽고 있는지 잊는다. 더 우스운 일은 책을 잃어버리기도 곧잘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어느 날 또 문득 예전 읽던 책이 떠올라 한참을 찾느라 책장을 뒤지기도 한다.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역시 어느 날 문득 떠올라 또 한참을 찾지 않을까, 예상된다. 아마도 이 짐작은 적중할 것 같다.

 

     이혜필 씨의 글은 읽을수록 감미롭다. 그는 사실적 묘사뿐 아니라 감성적인, 가장 인간적인 감성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곧 자기 성찰인 셈인데 그가 한국을 떠나 타국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 경위, 타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자국으로 돌아와 그리는 찰나같은 옛생활, 기억을 되밟아 찾아가는 그곳에까지의 일들이 사실정보와 감성, 느낌이 균형되이 서술되고 있다. 그의 글 곳곳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 친화적인 그의 인품이 녹아나 있다. 상쾌한 사진이 그의 글을 단장하는 데 일조를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솔직한 자기 감성의 표현에 나는 매료되었다. 나는 그의 책에 돈이 아니라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와 함께한 시간을 끼워두었따. 간단한 메모와 함께 그가 느꼈던 '사바시이'. 나의 '사바시이(49쪽)'.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 불역락호(不亦樂乎)아.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와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아, 공자님은 정말 멋진 분이다. 이렇게 멋진 말을 그 옛날에 쓰윽 흘려놓으시다니. (...)

    소박하고 진심어린 저 토로에 비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언진다'는 서양에서 유래되었음직한 또하나의 격언은 진실의 함량과는 상관없이 조금 얄팍하게 느껴져 온다. 자기성찰의 무게가 담겨있지 않다고 할까. 타국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김으로써 자발적으로 지인들과의 거리를 확보한 채로 살아본 결과 역시 마음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에 우선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마음이 거리를 좁히거나 늘릴 수는 있지만 거리가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닌가?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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