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글쓰기; 핵심을 찌르는 비즈니스 문서작성법
김용무 지음 / 팜파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1.

   기껏 작성한 문서가 쓰레기통, 혹은 이면지로 변할 때 기분은 말로 할 수 없다. 문서는 곧 '나'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분노가 장난 아니다. 시간이 많이 들었을수록, 공을 많이 들였을수록 분노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는다. 이 양반이 지금 사람을 뭘로 보고 이 따위 행패야. 물론 입밖으로 소리가 터져나오면 곧바로 집단에서 매도되거나 아예 출근을 안해도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출근을 안해도 된다면 편하기야 하지만 만약에 딸린 식구가 있다면 그야말로 예사 낭패가 아니다.

    잘못을 따져보려면 여러가지 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 상사의 잘못, 예를 들면 위에서 지청구를 듣고 이유없이 어문 데 가서 화풀이하는 상사라면 오로지 그 양반 사람 덜 된 인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혹시 문서 작성자의 잘못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기 비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후자가 더 나은, 더 빨리 개선책을 찾을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회사를 뒤집어 엎을 재간이 없다면 찬찬히 문서를 한 번 확인해보자. 이유를 따져보자.

 

2.

 

     결론을 뒤로 미루는 '결론 기피 증후군'

     비즈니스 문서를 읽을 때 사람들은 결론을 듣고 난 이후에야 본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결론은 뒤로 미루어 놓은 채 비즈니스 문서를 작성한다.  앞에서 내용의 배경, 진행 과정 등을 설명하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결론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결론을 항상 뒤에 두고 싶어 할까?

(134쪽)

 

     실무현장에서 글쓰기는 곧 학교 글쓰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착각을 나는 했다. 그래서 열심히 기승전결을 쓰고, 때로는 감성이 듬뿍 담긴 글을 쓸 때도 있었다. 특히나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사례보고서 같은 경우, 또는 프로그램 계획 운영에 대해서 보고서를 쓸 경우에는 자주 읽던 소설의 방식에 기대어 글쓰기를 했다. 최종 결재 라인, 최종 결재자가 읽기에 어떤 글이 더 편하고 명료할지는 아예 내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누드 글쓰기>에서는 속시원하게 짚어주고 있다. 학교 글쓰기와 실무 현장의 문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무리 교과서를 다시 확인하고 확인해도 실무 현장에서의 글쓰기와는 맞지 않다. 실감을 했으면서도 나는 버리지 않았다. 표독한 자기중심주의, 이기주의의 한 단면인 셈이다. 내가 배워온 것에 대해서, 당장에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한 치 의심을 하지 못하는 아둔함이야 말로 갈등의 단초였던 셈이다.

 

3.

     <누드 글쓰기>의 핵심은 '목적'에 있다. 이 문서는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자각하고 글쓰기에, 문서작성에 들어가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초안은 초안일 뿐이다. 초안 작성에 너무 많이 공을 들여 고쳐쓰기에 지장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글쓰기 관련해서 많은 정보를 두루 서술하면서 실무현장에서 어떠한 글쓰기를 할지 선택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누가 읽을 것이고, 내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고, 또 이 문서를 읽고 상대가 어떠한 반응을 하기를 기대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서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글쓰기, 가장 실용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글쓰기, 문서 작성이 수월해질 것이다. 글이 곧 '나'라는 사실은 늘 항상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글 뒤에 '나'가 숨어 있어야 할 때도 필요하다. 특히나 상대방의 행동 변화, 또는 생각의 수용을 도모할 경우에는 '나'의 위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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