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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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는 이여영의‘아지트’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알게 된 책입니다. 에디션더블유의 이숙향 대표의 추천도서 중 한권이었습니다. 그녀는 프로그램 말미에 다른 책은 안 읽어도 좋으니 꼭 <바람의 그림자>만은 읽어보라고 권해주셨지요.

사실 <바람의 그림자>는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입니다. 왜냐하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저자에 대하여 전혀 아는바가 없었고, 라틴계작가 중에서는 파울로 코엘료 정도밖에 모를 만큼 (아참 주제 사마라구도 있지요.) 어쨌든 이 저자는 저에게 생소한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읽게 된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 도통 무슨 장르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참으로 어렵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표현해보자면 로맨스 반 큰술, 추리 한 큰술 반, 범죄/스릴러 한 큰술, 역사 반 큰술. 정도를 절묘하게 버무려냈다고 할까요?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억지설정도 조금 있고, 결말 부분에서 "그럼 그렇지"라고 할 만한 충격을 전해주는 막장(?)스러움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 자체의 몰입도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특히,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다니엘, 훌리안 카락스. 그리고 주인공들과 대립관계라고 할 수 있는 악의 화신 푸메로 경위. 그들 사이에 얽힌 인연과 악연의 고리는 나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상상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책이 영혼을 변화시킨다.

<바람의 그림자>는 열두 살의 나이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갔었던“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곳에서 실제 책의 제목과 똑같은 이름인 <바람의 그림자>를 선택하면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구절은 묘지를 찾아가면서 다니엘의 아버지가 다니엘에게 해준 말입니다.

네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지.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말이야. 한 권의 책이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 깨마다 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 진단다.

마치 “잊혀진 책들의 묘지”가 책을 안 읽는 사람들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점이나 도서관인 것 같고, 다니엘의 아버지가 이 책을 추천해주신 이숙향 대표인 것 같고, 다니엘책을 읽지 않는 우리들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면. 다니엘은 <바람의 그림자>에 매료되어 버립니다. 그는 그렇게 훌리안 카락스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참지 못하게 됩니다. 다니엘은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다니엘은 훌리안 카락스의 인생 속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게 됩니다.

처음에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대립적이었습니다. 한 쪽은 책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책을 불태워 버리려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둘 사이에 어긋나있던 발자국은 어느새 똑같은 보폭을 유지하면서 똑같은 장소로 향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둘은 이상하리만치 닮아 있었기 때문이지요.

두 사람의 닮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 예를 들자면 ‘사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친구의 가족을 사랑하게 된 두 주인공. 책을 보게 되신다면 더욱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카락스의 흔적을 찾기를 통해서 다니엘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인물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카락스는 그런 다니엘을 지켜보면서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다니엘의 영혼과 훌리안 카락스의 영혼의 끈끈한 교감이 이루어집니다.

결국 '아지트'에서 이숙향 대표가 이 책에서 추천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바람의 그림자>를 통해 다니엘이 변화한 것처럼, “당신을 다니엘처럼 변화시킬 수 있는 당신만의 책”을 직접 찾아 나서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한권쯤 정도는 가슴 속에 기억해두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실 것 입니다. 이상하게도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의 주인공과 내가 비슷한 것 같고, 어떤 저자의 생각들이 나의 생각과 비슷한……. 그런 기분 말이죠.  

나를 만든 몇 권의 책 

저 같은 경우엔 어렸을 적엔 무협소설을 참 좋아했었습니다. 그 중에서 김용의 <천룡팔부>라는 책에 나오는 단예라는 인물은 몇 년 전부터 저를 표현하는 하나의 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 자신의 힘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허둥대고 있는 그의 모습. 그토록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단예는 어쩐지 저와 닮아보였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소유라는 글자를 소리 내어 발음했을 때 들려오는 어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게임 캐릭터에 이 <무소유>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바라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무소유라는 글자를 한자씩 되뇌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돈 욕심과 물질적인 욕심보다는  삶의 행복을 우선시 하고, 그것을 찾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숙향대표는 왜 우리에게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던 것일까요? 제가 생각한대로 책이 사람을. 아니 사람의 영혼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일까요? 아니면 일정한 한 장르를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이토록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앞으로의 책의 방향을 이끌기 때문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은 그녀만이 알고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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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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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아....
도깨비 방망이 질을 뚝딱 한 것처럼 쭉쭉 나오면 좋으련만...
제리 맥과이어가 하룻 밤만에 완성시킨 그 기획서처럼 나 스스로를 만족 시켜주면 좋으련만...

현실은 이와는 다르게 내 머리 속에서는 쥐 한마리씩을 계속해서 잉태하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저는 글은 쓸 수 있되 좋은 글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갑자기 나오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글쓰기의 전략>을 만난 것은 순수하게 글쓰기의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네이버 책에서 '글쓰기'라는 단어를 입력한 후에 가장 많이 팔린 순서대로 정렬했을 때 제일 윗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만큼  이 책의 유명세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글쓰기의 전략>은 제 예샹과는 달리 글쓰기의 기술보다는 글의 전체적인 짜임새(?)라고 할까요? 문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글쓰기의 전략>에서는 글쓰기를 노동에 비유합니다. 평생을 국문학과 글쓰기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희모, 이재성 두 교수님의 이야기를 통해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됩니다.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라고 말이죠. 나만 도무지 시작을 할 수 없어서 고민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말이죠...

여담입니다만 한비야님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다 보면  그녀 역시도 독자들에게 술술 읽히는 글을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글쓰기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비법은 다독, 다상량, 다작 외에도 메모하는 습관이라고 고백하는데요. 파견나간 곳에서의 활약상이 실제로 보이는 것처럼 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녀가 겪은 장면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쓸어담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전략>에서는 글쓰기에 필요한 요소로 지식, 구성력, 문장력을 꼽고 있습니다. 이 요소들을 한비야님이 작성하시는 글들에 접목시켜본다면 메모한 이야기들(경험적 이야기들이 바탕이 됨)이 글쓰기의 지식이 되는 동시에 결정적인 단서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성력은 이런 메모된 이야기들은 적절히 조합하는 그녀만의 아이디어가 될 것이고, 문장력은 그녀가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수도 없이 고쳐쓰는 과정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쓰기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글쓰기의 전략>을 살펴보면 잘된 예문을 제일 앞쪽에 위치시킨 후에 그것이 왜 잘 씌여진 문장인지 분석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서평을 보고 <글쓰기의 전략>을 읽어 보고 싶으신 분들 이 계신다면 예문을 읽은 뒤 잠시 책을 덮고나서 이 글이 왜 실려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한 다음에 저자의 견해를 읽어보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책에서 제시한 대로 문장 분석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발상, 계획, 구성, 서두, 결말, 단락, 문장에 관련된 많은 지식을 손쉽게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으로 조금 더 글을 세련되게 만들어보고자 이 책에서 소개된 방법들을 억지로 적용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사용하는 방법이 1번의 방법인데 조금 다르게 쓰기 위해 3번의 방법을 쓸 수 있겠지만 이것이 글의 흐름을 방해하면 안됩니다. 즉,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이라는 주장이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의 전략>과 함께 글을...

<글쓰기의 전략>에서 알려주는 대로 글에는 어떤 지식이 들어가 있고,  핵심내용은 무엇이며, 구성방법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문장표현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실이 이해하고 써보면 어떨까요? 참, 그것을 분석하기 전에 가장 먼저 자연스러운지도 따져봐야겠죠? 

책을 한 권 보고 나서 갑자기 글이 잘 써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꾸준히 글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글쓰기 성격이 드러나고, 이것이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동시에 발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글쓰기의 전략>은 다른 사람의 글쓰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분석해주는 좋은 도구가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잘 쓴것 같은데 도통 이유를 모르시는 분들.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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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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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무엇인가? 

매트릭스를 인식할 수 있는 자는 매트릭스 밖에 있는 자다. 한 번도 바깥의 사유를 발전시켜본 적이 없는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으로부터의 탈주를 꿈꿔야 한다. 책을 통해 나는 이 사유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책의 의미와 수용의 형태가 그 지평을 활짝 열어 주리라고 믿는다.  -258p-

그녀는 을 통한 사유의 힘에 대해서 “매트릭스를 인식할 수 있는 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도 책이라는 도구는 우리가 미처 접하지 못하는 일상으로의 탈주를 도와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좁은 프레임에 고정되어 있지 않도록 열린 마음을 키워주는 일. 그것이 바로 편집자가 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편집자란 무엇인가?

편집자는 저자가 아니다. 편집자는 관리자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편집자란 대체 무슨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편집자 분투기>에서는 출판편집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고 있었습니다.

편집자는 기획, 편집, 제작의 주체적인 집행자. 편집자는 출판경영자(시장을 인식한다는 점)이며, 출판영업자(독자에게 팔아야 한다는 점),이고, 또 독자(원고를 평가한다는 점)이며, 그 모든 것이다.

편집자에 관련된 책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 중의 하나인 <편집자 분투기>는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님이 1985년 처음 출판계에 입문한 이래로 겪었던 경험들을 한데 묶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가 겪은 여러 가지 경험들 가운데서 초보 편집자의 위치에서 선배들이 언급하는 책들을 섭렵하느라 종일 전 세계의 고전들과 씨름했다는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동시에 그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도 어떻게든 읽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쇄소를 들러서 책이 나오는 전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책의 탄생과정을 함께하셨다 이야기를 하시면서 풍기시는 그 뿌듯함의 기운은 그곳을 원하고 있는 저에게 있어서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편집자 분투기>는 편집자로서의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한 출판사의 대표로서 지금껏 손수 기획했던 책들의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출판사의 기획ㆍ편집의 성공담을 인용하는 것보다는 직접 경험했던 책들을 이야기해주셔서 더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언급되는 책을 직접 읽어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조만간 좋은 예와 나쁜 예에서 인용되었던 책들도 섭렵할 생각입니다.

좋은 예에 해당하는 책 중에는 한비야님께서 추천하신 아베 피에르의 <단순한 기쁨>라는 책이 가장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녀의 또 다른 추천책인 버틀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읽었던 경험을 통해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만큼 <단순한 기쁨>에서 이야기하는 기쁨이란 어떤 것일지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오릅니다. 

<편집자 분투기>에는 편집자를 정의하기 위해서 많은 문장들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행여 놓칠세라 노트에 하나씩 적어보았는데요. 그 속에 적힌 여러 가지 글귀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글귀가 위에 끄적인 글입니다. 편집자란 경영자면서도 영업자이고 독자여야 한다는 말씀 가슴깊이 새겨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집자 분투기>에서 발췌한 준비된 기획편집자를 위한 4계명을 옮겨봅니다.

1. 세상과 삶의 여러 가지 양태에 따라 왕성한 탐구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상과 인생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2. 편집자는 지혜로워야 한다. 편집자의 지혜는 타인의 두뇌를 잘 빌릴 줄 알아야 한다는 데서 나온다.

3.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4. 감동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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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진화한다 - 크로스미디어시대의 출판비즈니스
한기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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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책 안 읽는다고들 그럽니다.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이 1년 기준으로 11.9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런 어른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처럼 책 소비문화의 심장박동수가 제로를 향해 치닫고 상황을 견디다 못한 출판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예상쯤은 깊이 고민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뇌리를 이리저리 맴돌면서 소리칩니다.

그런데“책을 읽지 않습니다.”라는 이 문장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책이 아닌 것을 읽습니다.”가 됩니다. 즉, 사람들이 읽는 행위를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책보다는 웹, 모바일, 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등과 같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책과 신문이 독점하고 있던 읽는 행위를 하나씩 대체해나가고 있습니다.

실용서적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정제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웹상에서 얻을 수 있고, 문학작품은 영상으로 재해석되어 우리들에게 쉽게 전해지고, 만화책은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게임에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문화의 바탕이 되었던 책의 힘이 미약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진화한다>에서 저는 이들 미디어들이 책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말하길 여러 컨텐츠들이 상호 복합적으로 융합되고 있는 크로스미디어 시대에 있어서 책의 진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사항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들이 책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지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로 웹에서의 정보들이 과잉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포스트모던 사회로 진입하면서 모든 이들이 주체가 되고, 그들이 인터넷 바다에 쏟아낸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은 우리들을 혼란의 늪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책은 진화한다>의 생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깨작깨작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텍스트, 모바일 게임 속 캐릭터들의 조작. 그리고 가만히 눈만 뜨고 앉아 있으면 전부 이해시켜주는 영상매체는 빠른 정보를 제공해 주는 데는 상당히 유용한 물건들이지만 인간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수학의 정석에 있는 예제들을 혼자 풀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예제가 서술한 것을 연습장에 고스란히 옮겨 적은 다음 얼마 안가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을 마냥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책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현실은 책보다는 영상을 찾고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진화해나갈까요? <책은 진화한다>의 내용 중에서 기억나는 이야기를 몇 가지 살펴봅니다.

첫째, 편집을 넘어 초 편집으로

우리들이 책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의 겉입니다. 겉모습과 제목에 흥미가 생겨서 집어들었다면 우리는 책의 목차와 저자의 머리말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진화한다>에서 이야기하는 초편집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책의 띠지, 머리말, 목차, 북디자인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소들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여러 책들의 사례들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사랑받기 위해서는 겉모습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온라인 서점에서 선택받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런 겉모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둘째, 스토리텔링과 팩션

<책은 진화한다>는 지금까지의 베스트셀러들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분석의 결과, 스토리텔링 위주의 자기계발서나 팩션이 가미된 문학작품의 강세가 두드러졌음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스토리텔링과 팩션의 유행의 원인을 가상세계의 재미와 놀이가 현실세계로 확대되었다는 해석에서 찾습니다.

쉽게 말해서 인터넷의 영상매체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하고, 그것에 둘러싸이게 된 인간들은 감성적이고 놀이적인 속성을 현실세계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생각에는 읽었을 때 느껴지는 모호함보다는 읽으면서 머릿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현상적인 쾌감을 더욱 만끽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책을 통해서 느꼈던 상상물과 재해석되어 발표되는 영화와 같은 영상물의 비교는 독자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셋째, 출판계 안팎에서 길 찾기

시간이 좀 지난 베스트셀러들은 스테디셀러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온라인 서점이나 인터넷 마켓에 무더기로 등장합니다. 손익분기점을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못 올라오도록 뿌리는 것인지, 아니면 안 팔리는 책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내놓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처럼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유명한 외국 저자의 선인세 문제, 철저한 머니게임을 통한 물량공세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 독서단체들의 왜곡된 추천도서 선정은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더불어 책의 다양성을 파괴시키고 팔리는 책만 계속 찍어내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고 경고합니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과도한 인세 경쟁에 대한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외서의 ‘선인세’ 문제처럼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국내에 있는 작가들에게 투자되어야 할 돈이 외국작품에 흘러가게 되어 국내저자들의 활동 폭 자체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 서적에 번역된 책들만 난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감도 생깁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판계뿐 아니라 특히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도 요구되는데요. 우리들이 일본문학에만 열광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국내의 새로운 저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야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생각보다 현실의 심각함에 흘러나오는 탄식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분별하게 흘러들어오는 정보에 취하고, 누군가 요약해준 이야기들만 접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 사유하는 활동의 힘은 점차 미약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 상황이 100년 이상 지속된다면 도서관이 박물관이 되는 세상도 불가능한 현실이 아닐듯 싶습니다. 너무나 희귀해서 열람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 앨범에 차곡차곡 수집하는 우표처럼, 읽는 것이 아니라 전자단말기에 하나씩 채워가는 소장품이 되어버릴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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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김은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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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수백 쪽에 달하는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에는 우리들 대부분이 시간의 제약에 쫓기며 살고 있다.”

홍성욱 교수의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의 한 구절을 인용해보았습니다. 그의 말처럼 삶에서의 일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정보들의 편리함이 우리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는 가운데 책의 설자리는 조금씩 좁아지고 있습니다.

수천가지의 책들 중에 “과연 나의 무의식이 요구하는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책”을 찾기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자는 그런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는 책은 없다고도 합니다. 책을 지속적으로 읽음으로서 쌓이는 것들이 모여 어느 순간 답이 된다고도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요즘 사회는 빠르게 답을 내려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대의 트렌드를 읽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런 성향에 대한 대비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워블로거 리치보이의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는 독자들이 원하는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함을 만족시켜 주어 마치 등허리가 시원해질 정도로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책입니다. 책의 표지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어둠속에서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서 희미하게 존재하고 있는 책들. 그것들 중에서 당신의 물음표를 만족시켜 줄 책이 바로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에 있다는 저자의 자신감이 표지에서부터 전해져 옵니다.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직장인’들을 위해 그는 일, 트렌트, 경영마인드, 자기계발, 경제마인드, 독서법, 기획ㆍ마케팅, 인간관계, 부자학 분야의 명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총 71권에 달하는 책들이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저도 경제경영 서적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겹치는 책이 고작 3권뿐이고 나머지는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보관되어 있던 책이 대부분이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수치상으로 71권을 읽으려면 일 년에 100권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적어도 꾸준하게 9달 정도는 읽어야 달성될 수 있는 수치인데 이 책은 넉넉잡아 일주일이면 너끈하게 읽을 수 있으니 효율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책을 많이 접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고 난 뒤에 고작 “이 책 좋았다. 괜찮은 것 같다.”라고만 이야기하지 도통 그들이 읽은 책이 왜 좋은지 어떻게 괜찮은 지와 관련된 핵심적인 이야기로 파고 들어가는 노력을 하지 않는데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는 어떻게 하면 이런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보전달의 글쓰기가 잘 이루어져있었습니다.

저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을 취미로 하고 있는지라 이런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글을 쓰다가 보면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심심치 않게 솟구치고, 어느새 책보다 내가 더 우위에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하는데(일개 블로거로서 감당할 수밖에 없지요.) 리치보이 김은섭은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책을 펴낼 각오로 블로그에 글을 쓸 것을 권유한다. 물론 꼭 책을 펴내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블로그에다 서평을 써놓고 태그를 달아놓으면 수많은 사람이 연결해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더욱 분명하게 정리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문득 <20대, 컨셉력에 목숨걸어라>의 한 구절이 갑자기 떠올라서 책에서 찾아내어 기록해봅니다. 그는 파워블로그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남겨진 것은 사람들이 이 책을 발견하고 그와 소통하는 일인 듯합니다.

신년계획에 책 읽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어놓고서는 벌써 계획이 삐걱대며 소리를 내는 분들에게 특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질문이 담겨 있을 책에서 어떻게 답을 찾아서 기록해야 하는지 궁금한 블로거 여러분께도 권해드립니다. 그의 서평을 읽으며 깨닫습니다. 다만 너무 읽기 편하게 써주셔서 책 속의 책의 저자들과 리치보이님과의 헷갈림이 조금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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