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5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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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가 살았던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기의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급격하게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일본은 이 유신으로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경직된 유교사상의 틀에서 탈출하여, 일본의 근대적 통일국가를 형성하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성립하였고, 정치적으로는 입헌정치가 개시되었으며, 사회 ·문화적으로는 근대화가 추진되었다.

<조일전쟁>의 책에서 도쿠가와 막부를 언급하기를 ‘공자 왈 맹자 왈’만 부르짖는 성리학을 사회적 체제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조선이 나약해진 원인이었던, 신분사회와 관료주의의 그늘에 그들도 사로잡히게 되었고, 결국 망국의 길을 걷게 된다고 나와 있었는데 이 책의 배경이 되는 1890년대의 일본 사회에서의 하녀 기요와 시골의 중학교를 통해서 그 당시에도 쉬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신분사회와 관료주의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나쓰메 소세키가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은 모든 조직이 가지고 있는 병폐 중의 하나인 관료주의 조직의 어두운 면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도련님은 어릴 때부터 천방지축으로 자랐지만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은 지닌 인물이다. 또한 자신의 주관이 매우 뚜렷한 인물로서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이와 같은 도련님의 성품을 잘 드러내는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쨌든 '도련님' 의 한 성깔 덕분에 그는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적도 수 차례 있었고, 가족들에게도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미운털이 박히지만 '도련님'의 천성이 착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녀 기요는 사랑으로 그를 보듬어 안으면서 그의 자존심을 우뚝 세워준다.

그랬던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시골의 작은 중학교로 발령받으면서 관료주의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시작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의 이미지는 인심이 후덕하고, 서로 한 가족처럼 보듬어 살피는 정겨운 동네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어찌 된 것이 그 시대의 일본 시골의 풍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좁아터진 시골동네라서 그런지 '도련님'이 무슨 행동을 하기만 하면 다음 날 바로 소문이 퍼져서 학생들의 별명 목록에 추가되질 않나, 이놈의 학생들이라는 녀석들은 선생을 존경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신출내기 선생을 골려먹을있을까를 궁리하는 생각과 행동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약과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교 내부 그 자체에 있었다. 시골의 중학교에서는 기이한 인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관료주의에 물들어 기존의 틀과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는 ‘너구리’ 교장에서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직 내의 파워를 가지고 조직을 뒤흔들어 놓는 ‘빨강 셔츠’ 교감과 그 밑에서 감언이설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늘어놓는 ‘알랑쇠’ 선생까지 어떻게 된 학교가 권력싸움에 골몰하여 저 혼자 살 생각밖에 하질 않는지……. 나도 기가 막히는데, 학교에 실제로 부임한 도련님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그런 썩은 곳에서도 제대로 된 인간은 있었다. 특히 '멧돼지' 수학선생과 '끝물' 영어선생이 있긴 했지만, '멧돼지'와는 '빨강셔츠' 의 이간질로 인해서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고, '끝물'이라는 인간은 얼굴빛이 창백한 것이 영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결국 그 거리감을 좁히진 못하게 된다. 

더욱이 이 ‘빨강 셔츠’ 라는 작자는 ‘끝물’ 선생과 약혼을 앞두고 있던 그 동네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마돈나’ 를 꾀어내어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면서 ‘끝물’ 선생을 저 멀리 보내버리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마침내 그는 이 순해빠진 ‘끝물’ 선생을 다른 시골로 보내버리는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정의로운 마음을 가슴에 지니고 있던 우리의 주인공 ‘도련님’은 ‘멧돼지’ 수학선생님과 의기투합하여 그들의 불의와 위선을 참아내지 못하고 그들에게 어퍼컷 한방을 먹임으로서 우리들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아마도 이것이 책 표지에 적힌 통쾌함과 젊음,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는 바로 그 문구의 의미였으리라. 나쓰메 소세키는 이렇게 우리들에게 권선징악의 의미를 부여해주면서 참된 인간이란 어떤 인간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었다.

<도련님>이 내게 준 것

아마 우리들에게 설문지를 돌려서 회사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에 대한 조사를 한다면 ‘빨강셔츠’와 ‘알랑쇠’ 같은 인간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조직 사회에서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 하에 자신과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는 부하직원을 마음대로 제거하려들고, 또 권력의 중심(?)에 기생하여 그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살아가기 바쁜 이들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가 '빨간 셔츠'와 '알랑쇠'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 '빨간 셔츠'처럼 자기와 견해가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해 버린다면, 우리의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은 ‘알랑쇠’ 와 같은 인물 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생각해볼 때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는 길이며, 편협한 시각을 갖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할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 말씀에 두루두루 친구를 사귀라고 하는 것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 또래집단이 무리를 이루어 서로 간에 반목하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조금 더 열린 시각을 갖고 친구들을 대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같은 반의 친구가 내 패거리가 아니라고 헐뜯고 싸우지 말자. 같은 패거리가 아니라고 서먹서먹해 하지말고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보자. 생각보다 효과는 탁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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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전쟁 - 세계 빅3 스포츠 기업의 불꽃 튀는 기업 전쟁
바바라 스미트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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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레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진다. 그것을 신호탄으로 전국 각지의 관중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장에 몰려든다. 또한 브라운관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이처럼 희망적이고 가슴 설레는 모든 스포츠의 개막의 뒤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숨 막히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매년 벌어지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개최되는 해는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 벌어진다.  

스포츠 마케팅. 그 전쟁을 전문용어로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얻길 바라지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들은 어떤 선수가 어떤 팀이 자신의 브랜드를 가슴에 달고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스포츠 브랜드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 스폰서와 결합되어 더욱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살펴보면 이탈리아의 달라붙는 유니폼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고, 프리미어 리그를 살펴보면 올 시즌 첼시의 유니폼에는 가슴트래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특수 처리한 유니폼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수영계에서는 물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인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으로 자신의 브랜드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 <운동화 전쟁>에서 나는 그러한 뒷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 빅3 스포츠 기업의 기업전쟁'이라는 부제. '아디다스ㆍ푸마ㆍ나이키의 브랜딩, 마케팅, 성장전략'이라는 부제와는 조금은 동떨어진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평가해본다. 

<운동화 전쟁>은 아디다스ㆍ푸마ㆍ나이키를 모두 조명하긴 하지만 특히 아디다스에 집중하고 있다. 양으로 따져본다면 아디다스의 내용이 70, 푸마가 20, 나이키가 10정도를 차지할 만큼 아디다스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대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기업과 유사한 성격을 가졌던 가족기업이자 대기업. 아디다스의 실패의 원인을 통감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의 기원

푸마와 아디다스가 원래는 한 회사였다가 형제간의 불화로 나누어진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루돌프 다슬러(형)와 아디 다슬러(동생). 이 형제가 오늘날 푸마와 아디다스를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그리고 푸마와 아디다스의 분리의 이면에는 서로의 기업관의 대립이 있었고, 두 기업은 같은 지역에 기반을 둔 라이벌 기업으로 서로를 견제하면서 자라난다.

그러나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디 다슬러의 아디다스가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두 기업 간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진다. 그렇게 그들간의 싸움은 대를 이은 두 아들에게로 이어진다. 그리고 2대 간의 싸움에서도 아디다스가 완승을 거두게 된다.

아디다스의 발전과 욕망

아디 다슬러의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는 상당한 야심가였다. 그는 스포츠 신발제작에 주력했던 그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전 스포츠 용품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욕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는 아디다스가 확장하면서 옮겨간 프랑스의 아디다스에서 부모 몰래 '아레나' 라는 상표를 달고 수영용품을 제작하고, '르꼬꼬 스포르티브' 를 인수하여 자신의 목적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주력한다.

호르스트는 그 당시 열렸던 올림픽과 월드컵에 아디다스 물품의 독점사용을 위해서 상당한 규모의 전방위적인 로비활동을 벌인다. 책을 보면 매우 그 과정이 상세하게 그리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로비의 과정을 파헤치고 있는데, 호르스트는 피파회장의 당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IOC의 공석을 앉힐 수 있을 만한 거물급의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돈으로 쌓은 그의 위상은 곧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는 상황이 되자 그에게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가 스포츠 정치에 몰두하면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전문 스포츠화 개발에만 힘써온 결과 미국에서 태어난 '나이키'라는 신흥 주자에게 시장점유율을 야금야금 잠식당하면서 결국 기업경영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아디다스의 문제점

아디다스는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나이키에게 고스란히 넘겨준 최대의 원인이었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실책과 함께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품의 마진차이였다.
나이키는 철저하게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 힘써왔는데, 그들은 저임금지역이었던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공장에서 물품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조달하였기 때문에 마진이 40%이상을 기록했지만, 아디다스는 독일의 공장과 프랑스의 공장에서 대부분 제품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적은 마진을 가지고 제품 개발이나 광고에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호르스트가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아디다스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신세에 놓이게 된다. 그가 쌓아두었던 스포츠 정치의 인사들은 아디다스가 계속된 경영진의 교체에 놓인 세월동안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아디다스가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돈의 명목으로 야금야금 빠져나갔던 것이다.

세계 제일의 위상을 떨치고 있었던 아디다스의 인수전에 참여했던 자본가들은 아디다스를 살리기 위해서 자금마련을 위해 모든 자회사들을 매각해야했고, 가족 간의 얽혀있는 지분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의 높은 인건비로 인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으며, 나이키를 따라잡기 위해 그들도 인건비가 낮은 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가족기업으로 2대째 이어져서 운영되던 아디다스는 제 3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디다스의 재도약

루이드레퓌스가 결국 베르나르 타피가 간신히 이어오던 아디다스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되면서 나이키를 추격할 준비를 끝마치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는 모토를 만들고, 마이클 조던의 ‘에어’를 도안했던 롭 슈트라서와 피터 무어가 아디다스에 전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한다. 적극적으로 프로구단의 스폰서를 유치하고,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과 같은 스포츠 스타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그들의 제품을 홍보한다. 특히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은 베컴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프리킥과 자로 잰 듯한 센터링, 지단이 월드컵에서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결승전에서만 2골을 기록하며 프랑스대표팀의 우승을 이루어내면서 다시금 브랜드의 가치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국 아디다스와의 소유권 문제, 살로몬의 인수 실패 등 다시 회사에 악재가 겹치게 되고, 루이드레퓌스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 아디다스는 새로운 경영자 헤르베르트 하이너를 영입한다. 아디다스는 또 다른 시작점에 놓이게 되었고, 독립적인 기업운용을 바탕으로 회사 내의 잡음을 제거해나가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운동화 전쟁>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우리는 아디다스를 입으면서 어떤 기업인지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해봤을까? 아마도 우리들은 그저 남들이 즐겨입고 디자인도 예쁜 유명한 제품이기 때문에 아디다스를 찾지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면서 어떻게 세계 제일의 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는지 공부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권력에 집착하고 중독되어 막대한 자금을 로비명목으로 뿌려대면서 제국을 만들어 나간 부끄러운 과거사도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내용을 읽으면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로비와 관련된 정치적인 뒷거래에 대해서 역겨움을 느꼈지만, 그렇게 쌓은 모래성은 한 세대도 가지 못해서 허물어진다는 사실을 아디다스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무너져가는 기업을 살려내기 위해서 아니 높은 명성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한 몫 챙겨볼 심산으로 접근했던 많은 기업가들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자본주의에서 표적이 되는 것은 돈이라는 사실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속내를 상대에게 보이지 않으면서 최대한 적은 자본으로 인수전을 펼쳤던 그들의 전략과 은행과 연계해서 펼친 인수 작전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경영권의 교체와 함께 진행되는 잔인한 구조조정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상당히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과연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는지 지금껏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거동락했던 동료를 내치는 경영자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막강한 국산 스포츠 브랜드를 입을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한때 반짝 유명세를 탔었던 프로-스펙스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한때 프로-스펙스를 상징하는 로고가 박혀있는 신발을 즐겨 신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아! 르까프도 있었지? 르까프는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우리들 곁에 남아있지만 거대브랜드를 상대하는데 힘이 부치는 모양인 듯하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르까프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엔 푸마의 마케팅 기법을 차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푸마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저가 정책을 포기하고 값싼 소매점에 그들의 상품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 후에는 스케이트보드나 모터크로스 같은 특이한 종목에 브랜드를 선전하고 팔았다고 한다.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축구 무대에서 결투를 벌이는 동안 푸마는 다른 전략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푸마는 할리우드 시장의 유력인사와 손을 잡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했다. 그 결과 점차적으로 인지도가 확대되어 브래트 피트에서부터 기네스 펠트로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푸마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르까프도 이를 착안하여 한류를 적극 이용하여 연예인들의 신발을 르까프로 장식하면 파급력이 상당한 중국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뒷받침되는 디자인과 기술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겠지만, 푸마가 제시하는 틈새시장 공략은 한국기업들에게 가장 유효한 전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미래에 나의 눈을 확 사로잡는 신발을 마주하기를 기대하면서 그것이 한국의 브랜드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는 내일을 상상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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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전쟁 - 세계 최강 해군국 조선과 세계 최강 육군국 일본의 격돌 우리역사 진실 찾기 2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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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인물이 120년 만에 전국을 통일하는 위업을 세운다. 일본의 그 당시 환경은 우리들이 ‘사무라이’라고 알고 있는 바로 그들의 전성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글자 하나쯤 몰라도 일생을 검에 혼을 실었고 그들의 개개인의 전투능력은 세계 어느 국가의 육군보다 강력했다. 거기에다 외국에서 수입되어온 조총이라는 신식무기와 더불어 그들이 개발해낸 사격법은 일본군의 전투능력을 더욱 향상시켜줬다. 

그에 반해 그 시대의 조선은 평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조선 건국 이후 14대 선조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위협하는 외세는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들은 안에서 곪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당쟁’이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탄생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져 서로의 기득권을 취하기 위하여 그들은 일본과 전쟁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을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진술한다.

평화의 시기가 불러다 준 비극은 군에도 영항을 미쳤다. 조선은 군대의 기강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군의 기록부에는 수 천, 수만 명의 병력이 기록되어 있었으나, 그들 대부분은 호미, 곡괭이밖에 들 줄 몰랐던 농부였고, 실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징집된 인원은 기록된 것과 달리 수 십, 수백 명 밖에 모이지 않던 그런 전투경험 제로의 오합지졸의 조선 군대였다.

명은 그 당시 대륙을 호시탐탐 노리는 금의 위협에 맞서서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전투 중에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다 일본의 군세가 슬금슬금 그들을 향해 뻗어오자, 명은 금의 진압 이후 숨고를 새도 없이 또 한 번의 대규모의 군대를 조선에 파견한다. 그들의 땅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남의 땅 조선에서 한판 벌이는 것이 여러모로 따져봤을 때, 훨씬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조선 땅에서 벌어진 대규모의 동아시아 국가들의 패권다툼. 재미사학자 백지원은 이것을 일본군 20만 , 조선군 20만, 명군 10만이 투입된 국제전으로 해석했고 그래서 이 시기의 전쟁을 단순히 ‘임진왜란’이라는 왜가 난을 일으켰다는 의미보다는 <조일전쟁>이라는 더 큰 의미로 해석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난’이라는 개념은 내부의 적이 봉기하여 일어난 전쟁을 칭하는 것이었고, 그것에 따르면 임진왜란이라는 호칭은 왜라는 나라를 상당히 과소평가하여 만들어낸 단어임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임진년에 시작된 이 거대한 전쟁을 살펴본다면 우리는 ‘왜란’이라는 이름보다 나라 대 나라의 ‘전쟁’으로 정확하게 고쳐서 해석하는 게 훨씬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쟁 초기에 조선은 ‘일본군은 섬나라이므로 육지전은 약할 것’ 이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오였다. 일본은 120년 동안 내전을 겪은 무를 숭상하는 사무라이의 국가였고, 해군은 약탈을 위한 목적으로 배를 가볍고 날렵한 모양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육군보다 해군이 훨씬 약했다. 이러한 판단착오는 단숨에 경상도를 내주고 20일만의 한양 점령, 2달 만의 평양 점령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게 한다.

그러나 명군의 지원과 더불어 우리에게는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해서 스스로 일어났던 의병들이 있었고, 문을 숭상하고 무를 천시하던 그 상황 속에서도 권율, 이순신, 김시민, 정기룡과 같은 명장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성과를 거둔 이면에는 우리의 패배를 한없이 정당화 시킨 약한 무기 대신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대포와 함선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평양성을 되찾고 일군을 압박하여 그들을 몰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승리는 결코 아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고, 굶주렸으며, 심지어는 살기위해서 인육을 먹기도 했다. 전쟁 때문에 조선의 여인들은 모조리 그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했으며, 많은 인재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행주대첩의 진실

우리는 보통 행주대첩을 이야기 할 때 아녀자들이 행주에 돌을 실어 날라 전쟁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의 패배를 약한 무기에 돌리려고 하는 헛소리에 불과했다. 고려시대의 최무선을 기억하는가? 화약무기를 개발해낸 그 최무선. 그의 업적은 조선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어서 그 당시 조선은 활질만 했던 미개한 국가가 아니라, 화포를 쏘아대던 막강화력을 가진 국가였다.

그리고 아녀자의 행주가 아닌 그 지역의 이름이 행주였던, 그 행주대첩에서 성을 수성하기 위해 돌멩이가 아니라 일본군에게 무차별 대포사격이 이루어졌다. 즉, 전쟁의 패인은 무기의 문제가 아니라 무기력한 왕과 신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조선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만 가지고 있었다면, 그토록 허망하게 패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순신의 신격화 그리고 거북선의 진실

24전 24승에 빛나는 무적의 명장 이순신. 수 십척의 배를 가지진 악조건 속에서도 오직 물길 하나만을 이용하여 수백 척을 무찌른 불후의 명장. 저자는 이와 같이 신격화 되어있는 이순신의 존재에 대하여 매스를 들이댄다. 나는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을 통해서 이순신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군사정권 시절. 그들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는 진실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진행하려는 작업에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다.

저자는 24연승의 신화로 주목받는 그의 해전기록을 조사하여 총 16전에서 13승 3패라는 전적을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투라고 할 수 없는 10척 이내의 상황은 제외하거나 통합하고 그가 무패라고 기록해두었던 “성과가 없었다.”라고 왜곡된 기록을 찾아서 3번의 패배를 기록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세 번째 패전을 웅포해전, 장문포해전, 왜교성해전이라고 분명하게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배의 숫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이루어낸 이순신 장군의 업적에 대하여, 저자는 일본군의 배와 조선군의 배를 비교분석하면서, 함포가 실린 조선의 판옥선은 왜선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성능을 지녔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하에서 이루어진 전투가 아니라 전투력의 우위를 얼마정도 떠안고 싸움에 임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이순신의 최후의 해전이라고 할 수 있는 노량해전을 비롯하여, 한산도대첩, 명량대첩들의 승리는 이순신의 뛰어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덧붙이면서, 이순신이 남해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 조선에 상륙한 일본군이 전라도까지 진출하지 못하게 막아낸 효과를 제공했고, 제일의 곡창지대를 지켜냈던 것이 일본군의 물자부족을 야기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의병들의 전투효과가 극대화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순신의 업적 속에는 거북선이라는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거북선으로 인해 해전을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학교에서 배웠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종횡무진 일본 전함 사이를 헤집으면서 불을 뿜어내던 용맹한 거북선의 위용이 자리하고 있고 아직도 그 모습이 선명한데,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이것은 과장 되도 한참 과장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거북선은 총 3척밖에 건조되어 있지 않았고, 원균이 대패한 이후에 다시 건조된 기록이 없음을 알리면서 주요 함선이 아닐뿐더러 그렇게 효율적인 전투선도 아니었음을 밝힌다.

그 이유는 거북선 자체가 판옥선을 개조해서 만들어냈기 때문에 재빠른 일본 전투함들을 헤집을 만한 속도를 가지고 있지 못했으며, 용머리와 꼬리부분만 뚫려있었기 때문에 공격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즉, 불을 뿜어냈던 것이 아니라 함포구멍이었다는 이야기인데, 그 당시의 판옥선의 함포구멍에 비해 훨씬 적었으므로 화력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조일전쟁>이 내게 남긴 것

이렇게 저자는 <조일전쟁>사의 전개과정과 진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였다. 그의 말처럼 이순신을 깎아내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겠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부풀려진 역사적 사실을 벗어나서 역사 그대로의 역사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한 걸음 먼저 내딛었다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자는 임진오적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며, 그것의 가장 첫째를 선조로 꼽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책 속의 저자는 선조의 무능함과 탐욕을 꼬집는 욕이 섞인 발언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당쟁을 주도하고 제 살길을 찾아서 도망쳤으며, 남이 세운 공적을 가로채고, 또한 남의 공적을 뒤에서 모함하는 모든 썩어빠진 정치인들에게 대노한다.

선조가 이순신을 홀대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널리 잘 알려져 있다. 그 옛날 신라시대의 왕이 장보고가 가진 청해진의 강한 힘을 두려워해서 장보고를 제거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순신은 장보고와는 달리 스스로를 낮추었고 명예욕이 있다고 보기 힘든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선조의 권력에 대한 욕구.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 많은 전쟁 공신들을 내쳤던 그 비겁함에 분노가 치미는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를 걱정하며 가산을 모조리 탕진하면서 까지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해냈던 많은 이들의 최후를 보고 있자면, 독립군의 후예는 거지꼴을 못 면하고 친일파의 잔재는 이 땅에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다는 현실 또한 나를 가슴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이 당시 조선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아래에서 아무리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있어도 윗선에서 물을 흐리면 그 더러운 물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인정해야 할 듯 하다. 비록, 지금의 우리는 우리의 대표자를 직접 선출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있어서 그 당시의 백성들 보다는 한결 나은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나는 점점 우리의 눈과 귀를 흐리는 매체들이 범람하여 점차 우민화 되어가는 작금의 상황이 더욱 애통하다. 우리가 가진 아래의 힘이 위를 바꿀 수 있을진데, 우리들은 너무 순순히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고 만다.

<조일전쟁> 그 후…….

아울러 이 책은 전쟁 후의 조선과 일본의 변화에 주목한다. 조선은 일군과 명군의 침입으로 황폐해져 버린 처참한 현실 속에서 일에서 넘어온 새로운 작물의 보급, 그리고 명에서 넘어온 은을 이용하는 거래로 인한 화폐제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조선에서 잡아온 도공들을 그들의 자랑스러운 국부로 만들었고, 포로 중의 강항이나 이진영과 같은 성리학자들로 인하여,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 시대에 성리학을 뿌리 내리는데 기여했다.  

내 생각은 <조일전쟁>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이쯤에서 매듭을 지었어야 하지 않았나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진도를 더 나갔다. 11장의 내용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를 우리에게 전수하고 있었고, 12장의 내용은 1592년 그 시기에 일본의 가장 유명했던 3명의 인물.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거기에 덧붙여 13장에서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도 해주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일본의 이해를 더욱 돕게끔 하여(단순한 오랑캐가 아니라 진정한 적수의 가치가 있었던 일본인들의 이야기), 조선과 일본 간의 국제전임을 더욱 부각시키려고 했던 저자의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지만, 책속의 책 형식으로 고등학교 문제집에 보면 해답을 별책화 하듯이 그런 구성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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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램프 -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암호명
이종환 지음 / 원앤원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글로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30년을 투자해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세계 1위 기업을 인수해 30년을 단축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더 많이 앞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입니다. OO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을 압니다.""

혹시 위의 광고 카피를 가지고 광고를 하는 모 회사의 광고를 본적이 있는가? 자신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들은 떳떳하게 세계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해 최고가 되겠다는 약속을 고객들에게 이처럼 자신 있게 외치고 있다.  

그렇다. 바야흐로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며 우리에게 이제 더 이상 M&A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어떻게 보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의 사장들은 그들의 기술력을 눈여겨 봐줄 자본자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비록 그들의 회사의 경영권을 놓치더라도 말이다. 상식 밖의 일에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는 경험을 통해 그 사실을 느낀바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는 모 회사에 견학을 갔었던 적이 있다. 그 회사는 우리의 근대화를 이루어낸 굴지의 기업 가운데 한곳이었고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정도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현재 그 기업은 이름과 함께 이룩한 과거의 모습은 그들의 연혁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현재는 외국 자본의 인수아래에 속한 글로벌 그룹의 일원으로 새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그곳을 방문한 우리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 그룹의 계획의 중심. 그들을 후원하는 많은 자본가들이 있고, 또한 워렌 버핏까지 자신들의 기업의 가능성을 알고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성스레 꾸며낸 시청각자료로 제작까지 하면서 자랑스럽게 광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회사의 직원들은 과거 한국의 국부로 군림했던 오래전의 기억보다는 지금 그들을 있게 한 외국그룹 속의 현실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더 이상 M&A의 어두운 그림자의 일면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며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사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 3대 조선소 가운데 한 곳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에 인수의사를 밝힌 수많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 간에 벌어진 M&A 전쟁을 신문지면으로나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록 뒤 끝은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여러 가지의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보여주는 것은 글로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경쟁자 제거 혹은 자사의 기술력 강화라는 가장 좋은 방법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리라. 

<매직 램프>의 저자인 이종환씨는 오랜 기간 동안의 경험을 가진 국제 금융 흐름에 정통한 전문가다. 그것도 그냥 전문가가 아니라 저자약력에 드러나 있듯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그의 전문성을 파악하기에 가장 쉬운 척도라 생각되며, 추천사에 글을 올린 수많은 금융권의 간부급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책이 가진 힘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M&A 그중에서도 적대적 M&A가 가지고 있는 위협. 그리고 그 상황을 악용하여 이익만을 쫓는 사모헤지펀드의 악랄함. 이 책에서는 그 헤지펀드의 실제로 움직이는 수익창출기법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헤지펀드의 이익 창출의 두 가지 방법을 우리에게 긴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러 가지 폭락의 변수까지 가미하여 매우 사실감 있고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하나는 부실 경영을 하고 있는 유망한 기술을 가진 기업. 또한 사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재벌2세가 경영권을 가진 기업에 접근하여, 확장을 꾀하고 있는 그 회사에 자금을 융통하는 명목으로 옵션을 제거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그리고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한 뒤에, 경영권을 압박하여 주식 값을 뻥튀기 시킨 다음 암암리에 모든 소유권을 뻥튀기 된 가격으로 양도하고 유유히 시장을 떠나는 이리떼 같은 헤지펀드의 일상을 보여준다.  

또 하나는 경영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기술 개발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작지만 그 분야에서 매우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접근하여, 해외의 같은 업종을 가진 큰 기업에 팔아넘기는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기술력과 돈 뿐만 아니라 자본의 지원이 소홀했던 국내로부터의 우수한 인재까지 빨아들이는 잔혹한 헤지펀드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이 책에서 등장하는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헤지펀드. 그들의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통하여 투자창출 방법을 정당화하고 있는 논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들은 자본을 빼앗아가는 그들의 행위를 ‘교육비’라는 식으로 정당화한다. 즉, 자신이 하지 않았더라고 누군가 그들을 집어삼켰을 것이며 자신들은 그들이 넘어가지 않을 선에서 적당한 교육비를 받고 가르쳐줬으며 결국 그들은 경영권을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제도로서 방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었지 않느냐?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 그들은 첫 번째 사례로 그것을 증명했다고 치더라도 두 번째 경우와 같이 기업을 팔아넘긴 경우에 따르면 그러한 교육비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 경우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견해를 늘어놓는다. 지원이 미비했던 국내의 여건에서 벗어나 우수한 인재가 더욱 기회를 많이 주는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어 더욱 자유로운 환경에서 큰 발명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기업들은 IMF를 거치면서 알짜배기를 노리는 외국자본의 공세 때문에 수도 없이 넘어가거나 파산했으리라. 어쩌면 IMF를 만들어 낸 것 또한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책들이 말하는 것처럼 고의로 경기를 부풀려놓고 폭탄을 날려 양털을 깎아먹는 전형적인 한 수에 대처하지 못하고 허물어진 것일 수도 있다. 결국, 그들은 사실 우리들에게 병 주고 약 주면서 우리들이 힘들에 일구어 놓은 열매만을 쏙 빼먹고 도망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그러한 외국자본의 횡포에 맞서기위해 그물처럼 얽히고 허공에 떠있는 지분상황 때문에 한곳을 건드리면 연쇄적으로 허물어지는 취약한 구조에서 지주회사의 전환을 통한 견고한 성벽을 쌓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M&A를 두고 국부 유출이니 기업사냥꾼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단계는 넘어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따져보면 나는 쌍수를 들고 우리나라의 기업이 해외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움직임에 기꺼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또 그 이면에는 헤지펀드의 움직임을 비롯한 수많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갈 정도로 떳떳하지 못한 작전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들면서 과연 어떤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하여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가? 좀 더 흔들어 놓으면 싸게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정정당당한 거래를 외치면서 비싸게 먹는다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M&A의 세계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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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네 신발 사이즈가 몇이지?”, “자네 전화번호는 몇 번인가?” 처음 만난사람이 당신에게 다짜고짜 신발 사이즈를 묻는다면 그리고 전화번호를 묻는 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들 것인가? 신발사이즈를 물어본다면 아마도 여자친구의 구두를 선물해야 하는데 대략적인 여자의 발사이즈를 몰라서 물어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묻는다면? 아마도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신발 사이즈와 전화번호를 묻는 이 남자 박사는 전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무뚝뚝하고 건조한 음성에서 이미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유는 물 건너 가버렸다. 그렇다면 왜 그는 전화번호를 묻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는 오랜 세월동안 80분 동안만 기억할 수 있도록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도 어차피 이름을 물어봤자 80분만 지나면 잊어버린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수와 연관시킬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숫자와 관련된 질문만을 던졌을 것이다. 뭐 80분이 지나면 잊는 것은 똑같겠지만 그래도 잊어버리기 전의 80분 동안이라도 그와 타인의 사이에서 숫자라는 연관성을 갖고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그를 그렇게 변화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파출소 사무소에서 별이 9개나 붙어있는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찾아온 파출부 OO에게 갑자기 박사가 묻는 황당한 질문이 더욱 갑작스럽고 의도가 불분명 들리지 않았을까? 그러나 파출부는 순순히 거기에 응답했고, 박사는 맞장구를 치면서 둘 사이에 맺어진 수와의 어색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했고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었지만, 점차 이 둘 사이의 어색한 관계는 숫자풀이와 함께 풀어지고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마음에 상처는 이 둘의 만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치유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에 파출부의 10살 난 아들 루트가 동참하면서 그러한 치유의 과정은 더욱 가속화된다.

그리고 수와 더불어 ‘야구’, ‘한신 타이거즈’, ‘에나쓰 유타카’ 이것들은 그들이 더욱 가까워지게 되는 또 하나의 촉매제가 된다. 파출부와 루트는 메모지를 덕지덕지 붙인 채 빛바랜 양복을 입고 바깥은 나서는 박사의 모습을 처음에는 부끄러워했지만 나중에는 그를 데리고 야구장에 갈 정도로 그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박사도 마찬가지로 즐거웠던 것 같다. 박사에겐 파출부가 220과 284의 관계였고, 루트와는 714와 715의 관계였다. 즉, 파출부와는 우애수의 관계에 있는 좋은 친구였고, 루트와도 역시 좋은 친구지만 루트는 박사를 뛰어넘길 바라는 루스ㆍ아론의 수와 같은 아이였다. 그렇게 그는 둘을 정의한다. 그가 사랑하는 수의 한자락에 그들의 기억을 이렇게 새겨놓는다.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 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자네 생일과 내 손목시계에 새겨진 숫자가 이렇게 멋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니.” (30쪽)

“714는 베이브 루스가 작성한 통산 홈런 기록. 행크 아론은 이 기록을 깨는 715호 홈런을 기록했지. 714와 715의 곱은 제일 작은 소수 일곱 개의 곱과 같고, 또 714의 소인수의 합과 715의 소인수의 합은 같아. 이런 성질을 지닌, 연속하는 정수 쌍은 20000 이하에는 스물여섯 쌍밖에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7-14고 루트가 7-15에 앉았다는 거야. 그 반대면 절대 안 되지. 옛 기록을 새로이 나타난 자가 깬다. 그것이 세상사는 이치야. 안 그러니?” (129쪽)

이렇게 친밀함을 유지하면서 즐겁게 보내는가 싶더니 저자 오가와 요코는 행복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인지 갈등국면을 야기한다. 갈등이란 바로 처음 별9개의 집안일을 의뢰했던 박사의 형수. 미망인이 집안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긴 파출부를 해고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파출부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즐거움을 뒤로한 채,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파출부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주었던 박사와의 추억을 잊을 수 없었지만 박사는 80분간만 지속되는 기억 때문에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가까이갈 수 없었다.

그러나 루트는 달랐다. 루트는 박사를 완전히 믿지 못하던 파출부에게 오히려 화를 낼 정도로 더욱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있었고, 당연하게도 그를 잊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루트는 박사와 같이 <루 게릭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박사를 찾아갔고, 그렇게 갈등국면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을 몰라주고 아니 알지만 원치 않는 미망인은 “돈을 노리고 이 집에 눌러앉아 박사를 극진히 보살핀 것 아니냐”는 가시 돋친 소리를 내밷는다. 그러나 파출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서로 말싸움을 멈추지 않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자 박사는 메모지에 다음과 같은 수식을 남겼고, 미망인은 그것을 보고 파출부를 다시금 파출부를 허락하는데…….

πi +1 =0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고 하는 오일러의 공식이었다. 그것은 완전히 무관해 보이는 수들을 가지고 자연스러운 하나의 연관성을 발견한 것이었고, 아마도 박사는 파출부와 루트가 함께 해야만 이 공식을 만족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기억해냈던 것이 분명했다.

“0의 경이로움은 기호나 기준일 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숫자라는 점에 있어. 가장 작은 자연수 1보다 1만큼 작은 수, 그것이 바로 0이지. 0이 등장했다고 해서 계산 규칙의 통일성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어. 아니 오히려 질서가 견고해지지. 모순도 없어지고 말이야.” (202쪽)

하지만 그들은 박사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가 속속 등장한다. 그는 부은 잇몸을 치료하고 난 뒤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루트의 생일날 부서진 케이크와 더럽혀진 식탁보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책은 수학과 연관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가장 흥미롭지 않았나 자문해본다. 그리고 박사가 영웅으로 알고 있는 기억을 잃은 후의 에나쓰 유타카의 이야기를 통해서 마치 실화와 같은 안타까움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그리고 곳곳에 숨겨져있는 수학이야기는 또 하나의 재미를 더해준다. 실제로 손수건과 양말의 값을 구해보는 것도 흥미롭고, 삼각수를 이해하여 자연수의 덧셈을 해결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박사가 루트에게 알려주는 수학의 공부 방법 역시 귀담아 새겨들을만 하다. 그 모습은 마치 친할아버지와 친손자가 마주앉아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비록 이 책의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눈앞에 선하게 그 모습이 그려진다.

문장 문제든 단순한 연산이든, 박사는 우선 문제를 소리 내어 읽게 했다.

“문제에는 리듬이 있으니까, 음악하고 똑같아. 소리 내어 읽으면서 그 리듬을 타면 문제 전체를 바라볼 수 있고, 함정이 숨어 있을 만한 곳도 발견할 수 있거든.”

“그럼, 이 사람이 산 것을 어디 그림으로 그려볼까?”

“계산한 흔적은 지우지 말고 남겨두는 게 좋다. 어떤 식에든, 어떤 숫자에든 의미가 있으니까 함부로 다루면 가엾지 않니.” (5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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