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램프 -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암호명
이종환 지음 / 원앤원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글로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30년을 투자해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세계 1위 기업을 인수해 30년을 단축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더 많이 앞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입니다. OO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을 압니다.""

혹시 위의 광고 카피를 가지고 광고를 하는 모 회사의 광고를 본적이 있는가? 자신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들은 떳떳하게 세계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해 최고가 되겠다는 약속을 고객들에게 이처럼 자신 있게 외치고 있다.  

그렇다. 바야흐로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며 우리에게 이제 더 이상 M&A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어떻게 보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의 사장들은 그들의 기술력을 눈여겨 봐줄 자본자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비록 그들의 회사의 경영권을 놓치더라도 말이다. 상식 밖의 일에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는 경험을 통해 그 사실을 느낀바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는 모 회사에 견학을 갔었던 적이 있다. 그 회사는 우리의 근대화를 이루어낸 굴지의 기업 가운데 한곳이었고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정도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현재 그 기업은 이름과 함께 이룩한 과거의 모습은 그들의 연혁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현재는 외국 자본의 인수아래에 속한 글로벌 그룹의 일원으로 새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그곳을 방문한 우리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 그룹의 계획의 중심. 그들을 후원하는 많은 자본가들이 있고, 또한 워렌 버핏까지 자신들의 기업의 가능성을 알고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성스레 꾸며낸 시청각자료로 제작까지 하면서 자랑스럽게 광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회사의 직원들은 과거 한국의 국부로 군림했던 오래전의 기억보다는 지금 그들을 있게 한 외국그룹 속의 현실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더 이상 M&A의 어두운 그림자의 일면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며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사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 3대 조선소 가운데 한 곳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에 인수의사를 밝힌 수많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 간에 벌어진 M&A 전쟁을 신문지면으로나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록 뒤 끝은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여러 가지의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보여주는 것은 글로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경쟁자 제거 혹은 자사의 기술력 강화라는 가장 좋은 방법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리라. 

<매직 램프>의 저자인 이종환씨는 오랜 기간 동안의 경험을 가진 국제 금융 흐름에 정통한 전문가다. 그것도 그냥 전문가가 아니라 저자약력에 드러나 있듯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그의 전문성을 파악하기에 가장 쉬운 척도라 생각되며, 추천사에 글을 올린 수많은 금융권의 간부급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책이 가진 힘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M&A 그중에서도 적대적 M&A가 가지고 있는 위협. 그리고 그 상황을 악용하여 이익만을 쫓는 사모헤지펀드의 악랄함. 이 책에서는 그 헤지펀드의 실제로 움직이는 수익창출기법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헤지펀드의 이익 창출의 두 가지 방법을 우리에게 긴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러 가지 폭락의 변수까지 가미하여 매우 사실감 있고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하나는 부실 경영을 하고 있는 유망한 기술을 가진 기업. 또한 사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재벌2세가 경영권을 가진 기업에 접근하여, 확장을 꾀하고 있는 그 회사에 자금을 융통하는 명목으로 옵션을 제거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그리고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한 뒤에, 경영권을 압박하여 주식 값을 뻥튀기 시킨 다음 암암리에 모든 소유권을 뻥튀기 된 가격으로 양도하고 유유히 시장을 떠나는 이리떼 같은 헤지펀드의 일상을 보여준다.  

또 하나는 경영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기술 개발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작지만 그 분야에서 매우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접근하여, 해외의 같은 업종을 가진 큰 기업에 팔아넘기는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기술력과 돈 뿐만 아니라 자본의 지원이 소홀했던 국내로부터의 우수한 인재까지 빨아들이는 잔혹한 헤지펀드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이 책에서 등장하는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헤지펀드. 그들의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통하여 투자창출 방법을 정당화하고 있는 논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들은 자본을 빼앗아가는 그들의 행위를 ‘교육비’라는 식으로 정당화한다. 즉, 자신이 하지 않았더라고 누군가 그들을 집어삼켰을 것이며 자신들은 그들이 넘어가지 않을 선에서 적당한 교육비를 받고 가르쳐줬으며 결국 그들은 경영권을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제도로서 방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었지 않느냐?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 그들은 첫 번째 사례로 그것을 증명했다고 치더라도 두 번째 경우와 같이 기업을 팔아넘긴 경우에 따르면 그러한 교육비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 경우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견해를 늘어놓는다. 지원이 미비했던 국내의 여건에서 벗어나 우수한 인재가 더욱 기회를 많이 주는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어 더욱 자유로운 환경에서 큰 발명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기업들은 IMF를 거치면서 알짜배기를 노리는 외국자본의 공세 때문에 수도 없이 넘어가거나 파산했으리라. 어쩌면 IMF를 만들어 낸 것 또한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책들이 말하는 것처럼 고의로 경기를 부풀려놓고 폭탄을 날려 양털을 깎아먹는 전형적인 한 수에 대처하지 못하고 허물어진 것일 수도 있다. 결국, 그들은 사실 우리들에게 병 주고 약 주면서 우리들이 힘들에 일구어 놓은 열매만을 쏙 빼먹고 도망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그러한 외국자본의 횡포에 맞서기위해 그물처럼 얽히고 허공에 떠있는 지분상황 때문에 한곳을 건드리면 연쇄적으로 허물어지는 취약한 구조에서 지주회사의 전환을 통한 견고한 성벽을 쌓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M&A를 두고 국부 유출이니 기업사냥꾼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단계는 넘어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따져보면 나는 쌍수를 들고 우리나라의 기업이 해외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움직임에 기꺼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또 그 이면에는 헤지펀드의 움직임을 비롯한 수많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갈 정도로 떳떳하지 못한 작전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들면서 과연 어떤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하여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가? 좀 더 흔들어 놓으면 싸게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정정당당한 거래를 외치면서 비싸게 먹는다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M&A의 세계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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