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을 만났던 때가 언제였던가. 마포의 어느 아파트로 찾아갔던 목적은 선생으로부터 <전국노동자신문>제호를 받고자 함이었다. 그러고 보니 90년겨울쯤이었나 보다. 몇몇 전노협 간사들과 함께, 손에는 꿀단지로 기억되는 선물을 들고 찾아간 우리들을 선생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때 내주신 이름모를 차는 정말 향기가 좋았다. 출소후 만나 갓 결혼하신 사모님도 정감있는 미인이셨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하실까. 각진 하늘을 바라보며 사신 세월만큼 오래오래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란다. 정작 이몸은 세파에 찌들고 때묻어 누더기가 됐으니 염치없을 따름이다.

<감옥으로부터 사색>을 읽으면서 20년동안 옥살이를 해야했던 한 남자를 생각했다. 어처구니없는 세상의 광기에  그만 꽃같은 젊음을 고스란히 감옥에서 썩어야 했던, 그 어처구니 없는 운명 말이다. 신선생 이후에는 그런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신영복선생이 출소한 지 꼭 십년후인 1998년 10월 황대권이라는 사람이13년 2개월의 영어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했다. 1985년이라면 내가 막 입대할 즈음이니 이른바 <구미유학생 간첩단사건>이란 걸 들어보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형편없는 조작극인데, 어떻게 그토록 오랜 수감생활을 했는지. 

<야생초편지>라는 책이 TV에서 읽으라고 떠드는 책중에 하나였다는 점은 오랫동안 그 책을 멀리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심지어 책을 사놓고도 몇장 훑어보고 '내 그럴 줄 알았다'라며 책장속에 구겨넣고 잊어버렸으니. 그러다 아주 우연히 산에서 나는 약초에 관해 기획안을 쓰다가 참고도서로 빼들었고 내친 김에 끝까지 읽기로 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

황씨는 <산에 있는 풀숲 한평만 떼어 옮길 수 만 있다면..>. 하고 갇혀있는 척박한 삶을 안타까워 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지금 야생초에 쏟고 있는 정성과 열심은 곧 부족함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누가 거들떠나 보았던가. 잡초를 그나마 긍정적 의미로 쓰는 경우는 잡초같은 끈기와 근성을 얘기할 때 정도. 그러나 황씨는 급기야 잡초를 통해 세상을 본다. 세상이 옥담 밑 한평반의 야생초밭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慢. 현상뒤에 숨어있는 초자연적인 힘. 아만(我慢). 자신이 남보다 훌륭하다고 망상하여 남에게 뽐내려드는 방자한 마음. 인간의 해탈을 막는 열가지 족쇄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속한다. 황씨는 자신의 교만을 스스로 잘 안다고 했다. 사주에 나올 만큼 뿌리가 깊다고 했다. <이것을 다스릴 수 있느냐 그 성패가 인생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나만의 특이한 습성과 결부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다스리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듣고 보니 나또한 그에 못지않다. 말하고 나면 후회하는데 자꾸 입이 가벼워진다. 남들 일할 때 책장 좀 넘긴다고 자못 현학적이기까지 하다. 황씨의 말처럼 신이 한가지 재능을 주면서 하나를 덤으로 준 것이 바로 만인 모양이다. 모르면 모르되 그걸 알고나면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다. 이렇듯 후회하고 고통스러워 하면서 점점 자제하고 겸손해지도록 만들려는게 신의 예지력아닌가 싶다.

황씨가 야생초 화단에서 얻은 깨달음은 야생초 안에는 그 만이 없다는 것이다. 관상용꽃처럼 누가 더 아름다운가를 경쟁하려 들지도 않고, 크거나 작거나 예쁘거나 밉거나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을 피워내는 소박함을 배운다.

내 본래의 근기를 되찾자. 본성을 깨닫고 그 자연스러운 발현을 겸손하게 지켜보자. 흔들리지 말고, 초조해하지도 말고, 용맹정진을 통해 만을 벗어버린 참된 나를 찾자. 그리하여 골방에 앉았으니 청하지도 않은 세상이 제발로 기어들어와 녹차 한 잔 청할 때 조용히 웃고 춘설 햇잎을 주전자에 담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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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를 쓰다가 프로덕션을 수소문하는 와중에 박춘우형에게 전화를 했다. 삼년여 된 것 같은데. 화이트에서 떨어져 나와 와신상담하는 모양이다. 31일밤 열시쯤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음성메시지가 들어왔다. "야 네가 옛날에 부르던 빗속의 여인이야," 혀꼬부라진 춘우형의 목소리다. 봄비가 빗속의 여인을 부르는구나. 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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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효자 2004-01-0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3년 마지막 책으로 <야생초편지>를 읽다. 소박한 지혜도 함께 달력을 넘어주었으면.
 

강인선기자를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그가 월간조선에 있을 때였던가.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시원한 이마와 조금은 이국적인 눈자위가 인상적이었고, 몇마디 말도 없었지만 참 겸손한 친구라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으니 놀랍다.

그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갔다는 얘길 얼핏 들었는데, 이번 이라크 종군기자로 참가했다는 소식은 전혀 뜻밖이었다. 그리고 그가 위성전화로 불러대는 이라크 전 기사는 수천킬로 밖의 전장 분위기를 전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언젠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당시 현장에 남아있던 모방송국의 여기자가 중계하던 목소리와는 달랐다. 이것도 발전이라고 해야하는지. 후자의 경우는 "여자가 어떻게 그 위험한 현장에 있단 말인가"에 무게가 훨씬 더 많이 실려있었다. 그녀 특유의 느릿느릿하면서 권위적인 목소리가 점점 떨리고 다급해져갈 수록 사람들은  기꺼이 감동할 준비가 돼있었다. 

그러나 강인선의 경우는 매우 달랐다. 우선 TV가 아니기 때문에 애당초 멀티미디어적 긴박감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자라는 점도 감안은 되지만 두번째 일이라 그저 놀람의 강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강인선은 앞선 그녀의 선배보다 월등한 감동을 내게 안겨주었다. 솔직함의 승리였다.

그의 기사를 읽고 책 <사막의 전쟁터에도 장미꽃은 핀다>도 사서 읽었다. 연말의 쓸데없는 분주함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지 못했는데, 으레 그럴 경우 침대 머리맡이나 탁자위에서 한 열흘 맴돌다가 책꽂이에 무성의하고 폭력적으로 꽂혀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책만은 눈꺼풀에 성냥개비를 세우면서까지 하루에 열대여섯 페이지라도 붙들고 있었으니, 요즘 저자들에게선 좀처럼 보기드문 그 솔직함과 겸손함이 그 이유라고 하겠다.

사상 최대규모의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전후 세계의 헌병으로 자임했던 미국이 별 수없이 세계의 건달로 급전직하하던 와중이었다. 어쩌면 겉멋으로라도 미국이 어떻네, 이라크가 어떻네하고 한마디해도 누가 감히 뭐랄 수 없는 종군기자 강인선은 그런 거드름 따윈 한마디도 늘어놓지 않는다. 비록 힘센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고싶다는 생각은 있었으되, 미국에 대한 감상적 분노와 비하도 없고, 이라크에 대한 근거없는 동정도 피력하지 않는다. 그저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 처한 무력한 한 개인의 종군기록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 극적인 일상의 감동은 그가 가감없이 전하는 무서움과 불안, 소시민적 겁남과 안도감에서 비롯된다.

전쟁은 절대로 겪지 않고 일생을 사는게 최선이며, 최고의 행운이다. 미국이 동원한 병사가 수십만명이다. 그들의 부모형제와 처자식, 가까운 친구까지 포함하면 수천만이 넘는다. 이라크의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인까지 포함해 전쟁에 완전히 노출된 사람들의 숫자도 역시 수천만명이다. 어림잡아도 1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전쟁의 도가니에 휩쓸려 들어갔다. 미사일을 쏘고 맞는 전쟁의 당사자도 죽을 맛이지겠지만, 사상자 한명이 생겼다는 뉴스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친지들도 환장할 노릇이다. 우리나라도 이라크에 3천명을 파병한다는데 그러면 우리 주변에 최소한 3만명에 해당하는 사람이 편한 잠을 자긴 글렀다고 봐야한다. 

만일 우리나라가 전쟁의 당사국이 된다면 이런 변이 따로 없을 것이다. 몇천만명의 운명이 고스란히 바닥에 처박히게 된다. 나는 참혹한 변사체를 직접 본 적이 없다. 간혹 교통사고가 난 근처를 지나가면서 무언가 덮어높은 물체를 보게되면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고속도로에 가끔 방치돼있는 짐승들의 사체도 끔찍스러워 한다. 전쟁이 나면 그보다 열곱은 더 참혹한 장면을 무수히 목격하게 될게다. 보기만 하면 그나마 행운이다. 입장이 바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겁난다. 무섭다. 내가 아무리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전쟁을 무서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전쟁을 무슨 비즈니스나 게임으로 생각하는 강심장들이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전쟁이나 게임이나 모니터보고 쏘아대는 건 똑같지 않느냐고 생각할까봐 큰 걱정이다.  

눈 작은 사람은 겁이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 겁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천하장사 강호동도 밤에 문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 머리털이 곤두선다고 한다. 언제 가장 겁이 났을까. 가장 무서웠던 순간을 더듬어본다. 대학다닐 때 처음으로 시위에 참가했던 순간도 무척 겁이 났다. 잡히면 제적당하고 군대간다는데 짭새들은 눈앞에 쫙 깔렸고, 그렇다고 뒤로 도망갈 수도 없고, "학우여!"라고 주동자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자마자 귀청을 찢는 사과탄소리, 우르르 달려드는 은색 헬멧의 백골단 무리들, 여학생들의 비명과 앞에서 넘어지는 학생들. 생전 처음 확인한 나의 엄청난 순발력으로 혼비백산 저만치 도망치다가 그만 왈칵 눈물이 났다.  아, 나의 비겁함이여. 이런 나약한 소시민이 무슨 혁명을 장담하고 투쟁을 부르짖는가. 그 당시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무섭고 겁났던 것은 오랫동안 예정돼있던 내 삶의 행로가 뒤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함때문이었다. 그 퉁겨짐을 감당할 수없을 것 같아 내내 고통스러웠다.

군대생활, 사회생활 십수년을 보내면서 겁없는 하룻강아지처럼 행세할 수 있었던 것도 어린나이에 호된 마음고생을 해서였을게다. 그러다가 정말 무서웠던 경험을 다시 하게 됐다. 사업을 엉터리로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밀쳐놓고 전주에 내려가 있던 어느날 검찰로부터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무실에 압수수색영장을 들고와서 서류와 컴퓨터를 몽땅 쓸어갔다는 얘기도 들었다. 가슴이 무겁고 답답했던 것은 도대체 무엇때문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죄짓고 못산다 하더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중에 확인하고나서 좀 허탈했지만, 사람을 그토록 닦아세웠던 건에 대해서 나는 완전히 결백했다.

전주에서 전화를 받고 터미널로 가서 서울로 올라가는 동안, 그리고 터미널에서 친구와 직원들을 만나 들어가지 않는 밥을 대충 뜬 후 서울지검으로 들어가던 순간. 무려 세시간 가까이 대기실에 앉혀놓고 사람 미치게 만들던 그 시간들. 모두 내겐 무섭고 겁났던 하루였다. 그때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번다해도 이런 짓은 피하겠다고 작심하고 또 결심했다. 돈없이는 살아도 이렇게 무섭고 창피하게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아무 죄도 없다, 평생 그렇게 살지않았다고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떠들면서 지독하게 부끄러웠다. 정말 아무 죄도 없었나, 하늘을 우러러 한점도 부끄럽지 않나, 그렇다면 당당했어야 했다. 바쁜 사람 불러놓고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고 호통쳤어야 마땅했다. 새벽녘에 검찰청을 나와 집으로 오는데 창피하게 자꾸 눈물이 났다.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내가 무섭고 겁났던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하게 서있을 때였고, 자칫 그로인해 불명예스러운 일이 닥쳤을 때 감당할 수 없겠다는 나약한 생각이 들었을 때였으며, 그것을 떳떳지 못하게 회피하고 나서 스스로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워 눈물이 날 때였다. 나는 내 앞날에 이런 경우가 다신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전쟁은 그 최악의 케이스가 될 것이기에 나는 단연코 반대한다.    

나는 젊은 아이들의 만용과 객기를 용기라 부르지 않는다. 정말 무서운 것과 겁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용기란 가당치 않다. 마치 죽음을 생각해본 적 없는 자의 인생예찬이 유치하고 허황돼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무력해보이고 때론 가증스러울 정도로 이기적이며 비겁한 사람이 치명적 상황에서 보여주는 용기가 정말 용기인 것이다. 그래서 못난 아비라 손가락질 당할 지언정 자식들은 그를 욕해선 안된다. 그는 다만 참고 있을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세상이 한없이 무섭고 주눅들게 하지만, 그는 어른이기에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그것이 가족의 안위이든,  회사의 발전이든, 나라의 독립이든 끝까지 책임져야할 것이 하나쯤은 있다.   

총성이 들리지 않으면 그것이 평화인가. 강인선씨가 전장터인 이라크의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를 지나 돌아온 평화의 도시 워싱턴과 서울은 과연 평화로왔나. 그는 말한다. 이라크에서 생물학전 경보가 울리면 방독면과 화생방복을 서둘러 입으면 됐다. 귀찮고 힘들지만 그렇게 해서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에 와서 맞닥뜨린 유명세와 온갖 부탁, 거절, 험담, 황당한 비난은 무엇으로 막아낼 것인지 망연자실할 뿐이다. 총알과 미사일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말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잔인하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난 후 당신은 예전의 그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땅에서도 하루가 지나면 어제의 그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문득 이 도시에서 벌어졌던 지겨운 시가전 끝에 선이 끊어진 채 환자트에 지친 몸을 뒤척이고 있는 몇몇 전사들을 떠올린다. 이젠 많이 솔직해지고 겸손해졌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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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아이들>을 시작하면서 무엇이 아이들을 신나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왔다. 피아노와 음악, 리더십과 스포츠 등등 수많은 장르가 있고 각각 아이들을 신나게 만드는 기제가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관통하는 <신남의 대마왕>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신나는 아이들>의 최고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다가 문득 <칭찬>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등속의 책 제목에 별 무 관심이었던 걸 보면 책을 읽다 발견한 것도 아니고, 나처럼 칭찬에 박한 사람이 누구와 이야기하다 떠올렸을 리도 만무하다. 가끔 크레이에티브는 멀고먼 무의식의 심연에서 날아들어오는 운석과 같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는데 이번 경우가 그렇다. 물론 <칭찬>을 신나는 아이들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앞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염두에 두게 될 단어가 <칭찬>인 것만은 분명하다.

<칭찬>이라는 화두를 떠올리기가 어려웠지 왜 그것이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가를 조목조목 따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정말 힘들고 애매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칭찬을 해야하는지?> 였다. 물론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신나는 칭찬을 들은 적도 있고, 칭찬이라고 듣긴 했지만 외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조금 특수한 편이다. 목표달성에 대한 욕망과 도전정신이 유난히 강했던 나는 다른 사람의 칭찬과 비난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았다. 후배들이나 직원들에게도 칭찬보다 무한 도전정신을 강요했다. 칭찬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배려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칭찬의 힘이 대단하구나하고 처음으로 느낀 것은 내 목표와 도전이 없었던 전주에서였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쉬겠다고 생각했던 전주에서도 어김없이 새 일은 시작됐고 그 일을 99% 스탭들에게 일임했던 나는 고작(?) 칭찬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주사업은 그 어떤 시기보다 월등한 성공률을 기록하며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다. 처음엔 운이 좋은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거품을 물고 일에 몰두했던 시절엔 그렇게도 성과가 안나더니 소 닭보듯 건성건성하니까 외려 잘 풀리는 건 무슨 곡절인가 싶었다.  물론 그 비결은 스탭들의 헌신적인 노력때문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그들을 방해하거나 깎아내리진 않았구나 하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잘했어, 훌륭해, 당신이 알아서 해, 자신을 가져, 실패해도 괜찮아, 귀하가 가장 잘할수 있어, 조금만 더 연습하면 멋지게 해낼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엔 헤맸어. 처음부터 잘할 수 있나. 당신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어....이런 것이 훌륭한 칭찬커뮤니케이션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 전주에 갔을 때 잔심부름을 하던 인규와 아르바이트 생으로 헐레벌떡 뛰어다니던 석선이 이제 어디다 내놔도 번듯한 매니저로 크게 된 것도 나의 막무가내식 <알아서해>방침이 일조하지 않았을까 슬며시 공치사를 해본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칭찬하는게 가장 효과적일까?>하는 생각에 <검색창>에다가 <칭찬>이라는 단어를 쳐넣었다. 수십권의 책중에서 <내 인생을 바꿔주는 칭찬 한마디>-후쿠다 다케시-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친근하고 구체적인 칭찬의기술 45가지를 통해 칭찬의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이 붙어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깨달은 것이지만 특별한 칭찬의 기술은 없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칭찬하면 된다. 관심을 갖기가 어렵고 진심을 열기가 힘들 뿐이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즉 칭찬은 곧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입에 발린 칭찬도, 칭찬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하지만 칭찬의 가장 큰 힘은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칭찬을 통해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고, 사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칭찬을 대인관계 또는 조직관리의 도구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나 자신을 바꾸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을 칭찬할 수 있다라는 얘기는 아니다. 칭찬의 습관이 나를 바꿀 것임을 믿는다. 마치 전화거는 습관이 일류 세일즈맨을 만들 듯이 칭찬의 습관은 나를 더욱 긍정적이고 친화적인 성격으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 분명하다. 결국 칭찬은 칭찬을 받는 사람은 물론이고 하는 사람의 인생조차 변화시킨다.

이 책의 골격인 <칭찬의 기술 10가지>를 옮겨적어본다.

1. 상대방의 장점에 관심을 갖는다.

-------------------- 칭찬의 기본자세다.

2. 진심으로 칭찬하다.

3. 어떤 점이 어떻게 좋은 지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4. 잘했을 때 바로 칭찬하다.

-------------------- 어떻게 칭찬해야 하나.

5. 당연한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칭찬한다.

6. 상대방의 결점을 칭찬한다.

7.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칭찬한다.

-------------------- 무엇을 칭찬해야 하나.

8. 제 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칭찬한다.

9. 전화나 메모를 이용해 칭찬한다.

10. 칭찬한 후에 다음 목표를 제시한다.

-------------------  칭찬효과의 극대화 방법

  사실 이 책은 제목만 쭉 훑어보면 그 내용을 얼추 파악할 수 있다. 칭찬의 내용은 모르지 않는다. 언제 어떤 칭찬을 빼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환기시켜 준다. 상황을 떠올리면서 연상훈련을 계속한다면 아주 능숙한 칭찬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칭찬을 어떻게 하면 조직내에서 시스템화할 수 있을 것인가는 좀더 고민해야할 숙제다. 

1. 왜 칭찬인가.

(1)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칭찬해라.

최초의 칭찬은 인사다. 상사가 앞장서서 인사한다. 아랫사람의 인사에 곧바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활기차게 인사하는 사람을 칭찬한다. "자네는 활짝 웃고 인사를 해서 내 기분이 덩달아 좋아져."

(2)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욕구의 5단계 피라미드를 다음과 같이 정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에는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생활전체에 퍼져있다. 요즘 젊은이나 어린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칭찬을 잘 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3)칭찬은 느낀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라.

자주 실수하는 직원에게 하는 칭찬. "최근에 상당히 실수가 줄어들었는데." "그래요? 아지만 또 실수를 저질렀어요.""앞으로는 실수가 더 줄어들 거야. 힘내게."

(4) 칭찬은 정말 쉬운 걸까.

누구나 결점은 두드러져 보이고 장점은 드러나지 않게 마련이다. 자신의 장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때 "이게 자네의 장점이야."라고 알려주며 가능서을 이끌어내는 것이 칭찬이다. <칭찬의 목적은 상대방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칭찬이라도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의 말이다.

(5)칭찬의 가치와 효과를 파악하라.

교생선생님의 첫 수업. 30명 학생앞에서 자기소개 2분을 하는데 너무 긴장했다. 자리로 돌아오자 담당선생의 말, "선생님 침착하시네요. 경험이 많으신가요?""전혀 없습니다.""그래요. 그런 느낌이 전혀 안들만큼 차분하게 잘 하셨습니다."

그 다음 교생에게는, "잘 정리하셨습니다. 조리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군요. "

이런 칭찬은 처음 일을 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자신감과 능력발현의 욕구를 갖게 만든다. 칭찬 하는 사람도 상대방의 장점을 살피다 보면 시야가 넓어진다.

(6)칭찬은 훈장보다 더 값진 것임을 기억하라.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상사의 칭찬을 통해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급료가 많고, 복지가 잘 갖춰져있는 직장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고 인정해주는 직장을 더 원한다.

아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즉 부모나 선생님, 친구로부터 칭찬받고 싶어서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2. 갈등을 없애는 칭찬의 기술

(1)활기찬 인사에서부터 칭찬은 시작된다.

인사가 칭찬이 되려면 다음과 같이 한다.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꼭 한두마디 씩 더 건넨다. "어젯밤에 늦게 들어갔지?" "어떻게 아셨어요?""눈이 반쯤 감겨있는 걸."

반드시 눈을 보고 인사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일상은 사소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루어진다. 그 안에 상대방을 칭찬할 수 있는 계기나 기회는 아주 많다. 그것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칭찬하는 한 사람이 직장 전체를 밝게 한다. 그 사람의 직책이 높을 수록 그 효과는 커진다. 조직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기여는 칭찬이다.

(2)다른 사람의 노력을 인정하고 고마워하라.

회의자료를 작성하도록 시켰는데 회의직전에야 도착했다.  그럴 때 상사는 "고마워. 회의시간에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야."

무슨 일이든 동료나 직원에게 지시했든, 부탁했든, 설사 그것이 계획대로 잘 안됐다해도 "고마워"라는 인사는 빼놓아선 안된다. 그래야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대답이 나온다.

(3)칭찬은 진실한 마음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남들로부떠 왕따를 당하는 A씨가 회사 행사의 사회를 자청했다. 처음엔 당황하더니 나중에 아주 매끄럽게 행사를 이끌어갔다. 그는 인삿말을 통해 "서투른 사회였지만 여러분 덕분에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의 상사였던 B씨는 곧바로 무대뒤로 찾아가 "아주 잘했어, 축하해."라고 악수를 청했다. 진실한 마음을 담아 최적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4)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칭찬을 아끼지 마라.

직원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올렸을 때 상사가 기뻐해주면 직원은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라고 함께 기뻐해주면 그의 기쁨도 두배가 된다.

(5)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 마디

잘하고 있군. 기분이 어때, 고마워 같이 평범한 말을 친근하고 밝게 , 여러번 하는 것이 상대방을 사로잡는다. 그러한 관심의 말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내야한다. 예를 들어 여직원에게 "안색이 안좋은데, 괜찮나?"하는 말은 기분을 좋지 않게 한다. 무조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안색이 좋아보이는데." 이렇게 말을 건네야 한다.

(6)관심을 표현하라.

새로 온 직원에게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어. 대단한 노력파라던데." 자기 얘기가 화제가 되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상대방은 좋은 얘기인지 나쁜 얘기인지 불안해한다.

(7)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거리감을 없애는 칭찬

"너는 존이 아닌 것 같은데.""아니에요. 제가 존이에요.""그럴 리가 없어. 네가 존이라고?""아이 참. 아저씨. 제가 존이라니까요.""놀랍구나. 존이 이렇게 컸다니."

오랜만에 만났을 때 변하지 않은 점중에서 좋은 면을 전달한다. "밝고 명랑한 성격은 여전하군."

좋아진 부분은 달라졌다며 덧붙여 말한다.  "어느새 관록이 느껴지는 걸."

(8)원활한 대화를 이끌어내고 싶을 때는 칭찬을 활용하라.

"볼 때 마다 책을 들고 다니던데, 책을 좋아하나 보군." "소설을 좋아해요.""어떤 소설을 좋아하나. 난 추리소설을 자주 읽는데.""혹시 코난도일을 좋아하시나요?""그럼. 우린 얘기가 잘통하겠는데."

회식자리에서 일찍 일어나는 여직원에게 "아쉽군요. 덕분에 대화가 즐거웠는데." 라고 하면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되고 다음 미팅에서도 쉽게 대화를 풀어낼 수 있게 된다. 

(9)우연한 만남을 친목의 기회로 연결시켜라.

술집에서 직원들을 만났을 때 "자네와 여기서 만나다니 운이 좋은 걸. 잘됐네. 이쪽으로 와서 한잔 해야지."라고 반가운 기색을 표현한다.

길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런 곳에서 뵙다니. 오늘 제가 운이 좋은가 봅니다." 만나서 운이 좋다라는 말에 진심을 담으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10)헤어질 때는 고마음을 전하는 칭찬을 건네라.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있다. 연설을 할 때도 마지막 말이 인상에 깊이 남는다. 헤어질 때 하는 칭찬은 천금과 같다. <고맙습니다.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그동안 열심히 잘했어. 자네는 어디가도 한몫 단단히 잘해낼거야.>

3.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주는 칭찬의 기술 10가지

(1)장점을 찾아 격려하라.

머리가 빠른 후배한테 항상 밀리는 선배가 있다. 그것때문에 열등감을 받는 그에게 상사가 어느날 이렇게 말했다. "일이야 빨리 할수도 있고, 천천히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만 사물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자네 장점이잖아. " "발 빠른 나그네는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대신 멋진 풍경은 놓치게 되지. 반면 발이 느린 나그네는 멋진 풍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지 ㅇ낳나. 자넨 뭔가 중요한 것을 얻었을 거야." 

(2)급할 수록 돌아가게 하라.

젊은이들은 무리에서 제외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자기 나름의 속도가 있는데도 왕따가 될까봐 남의 기준에 맞춰 무리하게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허둥지둥 일을 처리하는 직원에게 "서두르지 말게. 자네 페이스대로 일을 진행하면 빠르고 정확히 처리할 수 있어. 걱정말게. " 그 직원은 자기의 일하는 모습을 상사가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상사의 충고에 마음이 편해진다.

(3)실패에서 교훈을 얻게하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겐 실수도 없지. 실수한다는 건 뭔가를 했다는 증거야." 에디슨이 말했다. "부정적인 결과도 긍정적인 결과와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 격려는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약이다.  실패한 직원에게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하는거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네 실패는 다른 직원 모두의 실패를 방지해줄게야. 그래서 넌 오히려 성공한 거야. 네 실패를 부끄러워 하지말고 자랑스러워하게. " 

(4)게으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어라.

괴테는 "인간은 아는 건 빠르지만 실천은 느린 동물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언행일치가 어렵다. 이렇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시작하면 이미 반은 성공이야. 조금만 더하면 나머지 반도 성공이다."

(5)도전이 성장의 밑거름임을 일깨워줘라.

잘할 자신이 있는 일만 하면 성장할 수 없고 진정한 기쁨도 누릴 수 없다. 일을 맡으면 부담스러워하는 직원에게 "자넨 전문가가 되고 싶지?""네.""이런 말이 있네. 초보자는 생각하느라 기회를 놓치지만, 전문가는 먼저 기회를 잡은 후 나중에 생각한다. 자네는 전문가야, 알겠나."

시작은 했지만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약한 마음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런 사람에게는 "실패해도 괜찮다. 마지막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하진 못했지만 끝까지 해낸 사람에겐. "중요한 시기에 고생했어'"라고 크게 격려해준다.

(6)상대방에게 자신감을 심어줘라.

강사인 A씨는 열심히 가르치지만 보람이 없어 초조하고 짜증이 났다. 이때 누군가가 "교육은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라는 말을 해서 용기를 얻었다. 교육시키려고 서두르다보면 본질을 잊게 된다. 두가지를 잊지 말자.

첫째, 직접 경험하게 한다. 처음엔 간단한 일부터 시켜보고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이때 "너는 잘할 수 있을거야."라는 칭찬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괜찮아. 자네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라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과 선생님이 하이파이브 또는 등에 손을 대고 내공을 불어넣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너희들의 기를 받았으니 잘할 수 밖에 없겠는걸. ""우리의 기가 합쳐졌으니 잘해낼 거야."

둘째, 일처리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아무리 형편없이 해도 절대 놀라거나 실망하는 빛을 보여선 안된다. 조금씩 끌어올려서 나아질 때마다 칭찬한다.

(7)적극성과 의욕을 높이 평가하라.

적극적으로 일을 펼치는 사람은 경솔한 것이 단점이다. 그럴 때 "도전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겠니. 그대신 열심히 연습하자." 지나치게 무리해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을 지켜보기만 하지 말고 격려의 말과 함께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상사가 돼야한다.

(8)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하라.

때로는 일도 인생도 좀처럼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사람은 모두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다." "자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

4. 능력을 향상시키는 칭찬의 기술 10가지

(1)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칭찬하라.

"자네가 좋을 대로 하게." 이 말은 방치하라는 게 아니다. 일의 목적과 배경, 방법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 다음 좋을대로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려고 공부할 때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알아서 해주니 정말 든든한데."라고 칭찬한다.

(2)남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게 하라.

동기 A와 B가 있다. 어느날 A가 혼자 나와 일하고 있었다. "오늘은 자네 혼자 수고만 많네. 우리부서는 자네와 B, 두사람이 아주 잘해주고 있지. 고맙네." 사람은 남을 칭찬하는 것을 기뻐할 정도로 관대하지 않다. 오히려 동료나 경쟁자를 칭찬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 "B도 일을 잘하지만, 의지력은 자네가 훨씬 강하지."

(3)자신만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하라.

인질범을 설득하려고 형사가 들어갔다. "아이는 있나.""다섯살 세살된 아들이 있다. 왜 물어보나. ""두아이는 누가 유치원에 보내지?""무슨 말을 하는거야.""작은 아들은 자전거 탈줄 아나?""탈줄 몰라.""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는 역할은 아버지가 해야해. 그런 일은 다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어. 아버지. 당신만이 할 수 있는거야."

"다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어.""당신밖에 없어"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대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4)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을 칭찬하라.

"자네밖에 없네."라는 칭찬을 들어야 하는 사람은 눈에띄지 않는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 그리고 팀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5)사소하지만 해내기 힘든 일을 알아주고 격려하라.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실천은 하지 않는 일을 실행에 옮기면 칭찬해야 한다. 당연할 일, 알고 있는 일이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일의 목록을 만들어본다. 많이 나열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를테면 해야할 일은 곧바로 한다. 메모를 한다. 시간을 지킨다 등 이 가운데 하나를 실천하면 바로 칭찬한다.

(6)결점을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칭찬하라.

상사는 직원의 결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도록 인식시켜야 한다. 맞춤법을 잘 틀리는 직원이 마음먹고 사전을 펴놓고 문서를 작성했다.  이때 상사는 "자네 문서는 잘못된 표기가 하나도 없군. 요즘 맞춤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던데, 놀랐어."

한편 상사는 스스로 약점을 감추지 않아야 한다.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면 칭찬도 거드름 피우지 않고 할 수 있다. 결점을 감추지 말고 무기로 활용해보자.

(7)제3자에게 들은 칭찬을 전하라.

어제 D회사 A부장을 만났더니 자네 칭찬을 하더군. 인사를 깎듯이 해서 좋대. 젊은 사람이 예의가 바르다며 놀라더라구. 덕분에 내 주가도 올라갔어."

우선 바로 전 일을 칭찬하고,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칭찬의 묘미는 상대방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열어두어야 한다. 또 제3자에게 즐은 정보는 최대한 선입견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8)개성을 파악해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9)면전에서 칭찬하기 보다 제3자에게 칭찬을 전하라.

(10)기대감으로 상대방을 발전시켜라.

자주 회의에 지각하는 사람에게 " 마침 잘왔군.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지금 막 회의를 시작하려고 했거든. 자네가 빠지면 안되잖아."

어떤 회사의 인포메이션에 갔더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하며 웃는 얼굴로 맞이한다. 만일 "어디서 오셨다구요? 약속하셨습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연락하겠습니다."라면 기분이 그다지 좋을 리 없다. Welcom이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라는 뜻.

5.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칭찬기술 10가지

(1)처음 만났을 때는 관심과 기대감을 표현하라.

자네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네. 잘왔어, 기다리고 있었지. 처음엔 조금 쑥스러워도 좋다. 그런 분위기의 칭찬도 설득력이 있다.  다만 첫 만남은 누구나 웬만큼 당황하기 때문에 칭찬 한마디로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2)도전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칭찬하라.

"처음부터 이렇게 할 수 있다니 대단한데." "도저히 처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걸."

(3)혼자서 해낼 때까지 믿고 맡겨라.

"이젠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데.""한사람 몫은 넉넉히 하겠는걸."

(4)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전달하라.

능력이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을 말한다. 자신감은 눈처럼 천천히 쌓이지만 눈처럼 갑자기 녹는다. 갑자기 자신감을 상실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칭찬이 필요하다. "자네가 있어서 든든해." "이 문제는 자네가 전문이니 직접 설명하게."

(5)잠재능력을 일깨워줘라.

"자네는 그 일을 못한다구? 무슨 소리야, 자넨 그 일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런데 듣는 친구가 "그래요, 전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보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은 못하는 것과 같다네."라고 지적해준다.

(6)결과보다 노력하는 과정을 칭찬하라.

불황기에 실적이 안올라 전전긍긍하는 직원에게 "자네는 고객과의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나.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주게. 언젠가는 그 보답을 받게 될 거야. 걱정말게. "

(7)장점을 간접적으로 칭찬하라.

어떤 여직원이 전화받는데 문제가 있다. 퉁명스럽고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스 김, 내가 착각했던 것 같아. ""뭘요?""자네 전화받는게 퉁명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은 걸. 그렇게 목소리가 좋은데 전화받는게 무슨 문제가 있나. 전화받을 때 자신감을 가져."

또는 "어제 사람들이 그러던데 자네 전화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하더군. 많이 친절해졌다고 하면서 말야. 우리 회사의 제 1선은 자네 아닌가. 잘해주게. " 

(8)지난 일에 신경쓰지 않게 하라.

(9)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조언하라.

(10)칭찬은 아끼지 말되, 요구는 확실히 하라.

요구는 하면서 칭찬은 하지 않는게 대부분이다. 칭찬은 상실하기 쉬운 자신감을 확실히 지켜준다. 상대방에게 요구를 하고 다음 목표를 제시해서 전진을 촉구하는 활동이다.

일본의 유명한 PD는 어느 작가를 만나면 "우와, 기쁘네요, 당신에게 대본을 받는게 제 꿈이었습니다. 한번 마음껏 써보세요."

6. 상대방을 배려하며 꾸짖는 말 5가지.

(1)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라.

야단칠 때 주의할 점은 '상대방은 잘못됐고 자신은 옳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강해지면 꾸짖는 쪽은 방심을 하게된다. 회의할 때 말투가 공손하지 못한 직원에게 문제를 지적해주니까 "전 그런 거 신경안써요."라고 무신경하게 넘긴다. 이때 회의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보여주면서 "누구나 자신에 대해선 잘 모르지"라고 한마디 한다. 꾸중의 첫걸음은 스스로의 모습을 깨닫게 만드는데 있다.

(2)꾸짖기 전에 먼저 칭찬하라.

사람들은 자기 결점을 지적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변명을 하거나 꾸중을 들어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때 추궁을 하면 사이만 안좋아질 뿐이다.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직원이 써온 제안서를 보니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다. " 수고했어. 바쁠텐데 정리를 잘했군. 그런데 말이야 이것은 이렇게 바꾸는게 좋지 않겠나." 그래도 여전히 고치지 못할 경우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좋아졌어."라고 하면서 다시 또 지적한다. 한꺼번에 많이, 여러번 반복해서 꾸짖어서는 안된다.

어떤 상사는 따끔하고 호되게 주의를 잘 주는 사람이지만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는 칭찬도 잘했기때문이다. 그는 항상 꾸중에 앞서 칭찬부터 했다고 한다. 

(3)상대방의 말을 먼저  들어보라

마음에 안들더라도 상대방에겐 나름대로의 사정이나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먼저 "자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군." 다 듣고 나서 "역시 자네와 얘기하길 잘했어."라고 한다. 누군가 제3자에게 상사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얘길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주지 않겠나?"하고 솔직하게 묻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4)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하라.

"자넬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기억하게." 대다수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을 깨달으면 그걸 실천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대는 평가와 연결되어 칭찬과 같은 영향력이 있다.

(5)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언하라.

나도 그랬다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지.

안톤 체홉은 칭찬의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드러운 말로 상대방을 정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강한 말로도 정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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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생각해보았다. 크게 교사들을 교육할 때와 아이들을 교육할 때로 나누어보자.

1. 교사 -<마음에 남았던 칭찬 - 잊혀지지 않는 꾸중>이란 내용의 자기 경험 발표를 한다.

2. 교사 -수업시간에 적용할 <칭찬 십계명>을 만든다.

3. 교사 -<이런 칭찬 어때요?> 좋은 칭찬 방법을 고안해서 발표한다.

4. <여기 없는 사람 칭찬하기?> 팀프로그램을 한 후에 나중에 한 사람이 전달한다.

5. <칭찬기록부>를 만들어서 (가정이나 학교에서)사소하지만 실천이 중요한 사항을 실행했을 때 칭찬한다.

6. 교사 -학부모들에게 <칭찬 전화>를 한달에 한번씩 꼭한다. 이때 칭찬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칭찬>을 하는 것도 좋다.

7. 다양한 <칭찬 메뉴>를 만든다. 큰 소리로 인사하기, 친구하고 잘 지내기, 열심히 연습하기, 메모 잘하기, 시간 잘 지키기, 선생님 도와주기(오늘의 도우미), 활짝 예쁘게 웃기, 발표 잘하기 등등

8. 교사 - 칭찬 프로그램 운영실적을 가장 큰 인센티브 항목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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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칭찬하면 칭찬할 수록 더욱 더 잘하는 동기를 부여하는게 심리학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작은 일에 칭찬을 남발하다보면 진짜로 칭찬받을 일을 했을 때는 효과를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칭찬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는 교육가와 심리학자들은 작은 일까지도 칭찬을 받으며 자란 어린이는 칭찬 중독증에 빠져 칭찬의 가치를 알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또 바른 행동을 하도록 의도된 칭찬도 결국은 어린이에게 부모로부터 조종되고 있는 인상을 주게 되어 바른 행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해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창의력을 보인 아이에게 칭찬을 하는 것은 어린이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하거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을 것이란 좌절감을 갖게 해 창의력을 보일 수 있는 동기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무조건 칭찬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로 칭찬할 만한 훌륭한 일을 했을 때는 아낌없이 칭찬을 하되 일상적인 바른 행동에 대해서는 "잘했다""훌륭하다"등의 찬사 대신 질문을 통해 관심을 나타내고, 어떤 것이 바른 행동이란 점을 설명해주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권고다.  <유쾌한 심리학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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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군. 이 인용문에 대한 몇가지 질문.

1. 서양에선 아이들에게 칭찬하는 것이 너무 일상화되어 외려 부작용을 낫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어른들이 부작용을 나을 만큼 아이들에게 칭찬하고 있나?

2. 칭찬중독증에 걸릴 정도라면 칭찬을 많이 한게 아니라 칭찬을 잘못한 것이 아닐까? 식중독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3. 실제로 아이들이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은 대개 작은 일들이다. 잔돈푼을 벌려고 구두닦는 아이도 없지만, 식사예절이나 인사예절, 숙제하기,  시간 잘지키기 등의 사소한 일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칭찬할 만한 일은 일년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한 일 아닐까.

4. 누구도 창의력을 번번히 과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설사 그렇다해도 계속 놀라거나 칭찬할 수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창의적 행동에 대한 칭찬은 <확인> 즉 아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창의적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확인시켜주는 일이다. 그리고 칭찬의 고유목적인 <아이가 그 행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잘 할 수있도록 하는 것>에서 멈춰야 한다. 과장하거나 남발하지는 않되 주목해야 한다.  대개 혼자노는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창의적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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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의 책을 읽고나서 박영석의 책을 대하니 책장이 바람에 날리듯 넘어간다. 사실 두 사람은 당사자들이야 인정하든 안하든 한동안 경쟁관계에 있었다. 엄씨가 히말라야 14좌 도전의 막바지에 있을 때, 박씨는 그보다 약간 뒤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박씨는 아니더라도 그의 주변에서는 경쟁의식이 강했고 그렇잖아도 분주한 박씨의 발길을 재촉했던 게 사실이다.

두사람은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면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처음 에베레스트 등정에서 똑같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는 신고식을 치른 것이나, 곧바로 재도전을 위해 에베레스트로 숨가쁘게 달려온 것도 그렇다.  박씨 역시 수많은 동료들과 세르파들을 히말라야에 묻고왔다. 죽음과 코를 맞댄 모험의 세월을 보내면서 목표보다 과정의 완전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1%의 가능성에 도전하면서도 운명을 넉넉히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된 것도 비슷하다. 

그는 지금 이미 히말라야 14좌 돌파를 끝내고 7대륙최고봉까지 섭렵했으며 마지막으로 3대극점 도전의 불꽃을 태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북극점 도전기는 여느 히말라야 등정 못지않게 위험천만하고 흥미진진하다. 산은 오르는 과정에서 열대, 온대, 한대를 거쳐 바위와 얼음, 눈을 만난다. 정상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잠시 베이스캠프에서 휴식을 취할 수있다. 그러다가 마지막 8천미터 이상의 도전에 하루 또는 이틀을 집중한다. 그러나 북극은 영판 다르다. 무려 50일의 빙하를 가로지르는 대장정인 것이다. 영하 40~50도로 내려꽂히는 혹한에 그대로 노출된 채 꽁꽁 얼어붙은 몸으로 끝없이 전진해야 한다. 아무리 깎아지른 빙벽도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보면 더이상 올라갈데가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지만,. 북극은 쏟아지는 눈보라, 그리고 닿기만 하면 치명적 동상에 걸리게 되는 리드, 그리고 끝없이 나락으로 빠지는 악마의 입 크레바스를 뚫고 가야한다.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전진했는데 다음날 위치추적위성을 통해 확인해보면 외려 뒤로 물러선 것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흘러가는 유빙위를 아무리 걸어봐야 조류를 타고 유빙이 저만치 뒤로 흘러간다면 헛수고가 되고 마는 것이다.  

시간이 사람 편을 드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않다. 겨울은 더욱 깊어가고, 리드는 점점 더 벌어지며, 귀환비행기는 뜰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북위 86도50분에서 탐험대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했다. 방송사와 신문사, 수많은 후원업체와 독지가들의 바램을 저버렸다는 자책감때문에 여기서 이대로 물러서기는 정말 고통스러운 결단이었을 것이다.  수십명에 달하는 탐험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목표를 눈앞에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때때로 돌아설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손에 잡힐 듯 한 지점에서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하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아량과 과정에 충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하는 마음공부가 쌓여야 그 공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때 수백억의 돈이 눈앞에 쌓여있다가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진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중에는 홧병이 나서 망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돈과 인생에 대한 달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선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모양인데, 사실은 99%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뒤돌아서는 용기가 살다보면 훨씬 더 쓸모있다.

그는 이따끔 만취해서 이렇게 말한단다. "내가 산에 오르면서 보낸 아까운 목숨이 일곱이야, 내가 산에 오를 때면 애들이 사각사각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함께 걷는 것 같아, 나는 이들을 위해서도 더 할 일이 많아. 남아있는 자들, 후세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돼." 그에게는 죽음을 함께한 7인의 동반자들이 있다. 그들은 박영석이 어디를 가든 묵묵히 뒤를 따른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외로와도 그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박영석은 한눈팔지 않고, 눈 속임하지 않고 길을 걸었으리라. 마귀라도 누군가 곁에 있어야 도를 깨칠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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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때문에 마음을 다치고 돈 때문에 가슴이 답답할 때 불현듯 '내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면?' 하는 생각을 떠올려 본다. 고작 한두달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이따위 허접스런 것들로 채울 수는 없다고 고개를 내젓게 된다.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지만, 언제 죽을 지는 모른다. 그래서 세상이 이 지경인지도 모른다. 제 생명이 언제 끝날 지 안다면 사람들은 죽음을 고통이나 공포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은 할 게다.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도 한층 진지하고 겸허해지겠지. 마치 재테크하듯, 남은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가장 알차고 보람있게 보낼 것인지 궁리를 거듭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언제 죽을 지 몰라서(마치 영원히 살기라도 할 것 처럼) 이나마 행복을 추구하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매년 적어도 한두번씩, 그것도 아주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죽음과 맞대면해야 사는 맛이 난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른바 산사나이다. "긴세월을 평범하게 살며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저 높은 곳에서는 한 달 사이에 체험한다."(예지 쿠쿠츠카) 그래서 그는 산에서 스러질 것을 스스로 예감하고 있는 듯하다.

히말라야는 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선 등정할 수없는 곳이다. 오로지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평소 자신만만했던 능력이나 의지따위로는 어림도 없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엄홍길은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이라는 책에서 16년동안의 등정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계획대로 된 적이 없다고 실토한다. 안나푸르나, 낭가파르바트, 칸칭충가 등에서 그가 겪은 것은 도무지 인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 무슨 산을 정복했다는 일상적인 표현은 말도 안된다. 마치 히말라야는 살아있는 신처럼 신도들을 시험하다가 신탁을 내려주듯 슬쩍 정상의 엑스터시를 맛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완등의 신화'라고 달려있다.  

예전에는 세상에 할 일 없는 인간들이 죽자고 산에 오르는 이른바 알피니스트들이라고 생각했다. 고상돈이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올랐다 해도 그런가보다 했다. 그가 어느 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혀를 차며 그 산에 뭐가 있길래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거냐고 한마디하고 곧 잊어버렸다. 그런 내가 이 책과 함께 박영석씨의 책까지 두권 다 사서 읽어볼 생각을 했다. 마치 어떤 힘이 나를 이들에게 인도하는 것 같다. 엄홍길씨의 책을 먼저 펴든 까닭은 별거 없다.  박씨의 책이 너무 익숙한('상업적인'의 친숙한 표현이라 해두자)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었기에 엄씨의 것부터 봐야겠다 싶었던 것 뿐.

'산을 왜 오르느냐?' 물었더니 힐러리경 왈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지 않나. 수없이 들었던 얘기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없었다. 아마 이런 얘기 아닐까. '인생을 뭐하러 사느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잠시 당황해하다가 '당신이 뭔데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대뜸 눈을 부라릴게 틀림없다. 그것은 마치 급소로 치고 들어오는 것처럼 치명적인 질문이다.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매일 죽을 동 살동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여도 임종 무렵에 돌아보면 그저 그렇게 살았다 싶을 게다. 잘 살았다 생각되면 다행이고, 어쩌다 이렇게 됐누 싶으면 긴 한숨으로 대신할 뿐이다.

만일 우리가 적어도 일년에 한두번씩 생사를 넘나드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도 순전히 자기 의지에 의해 그런 기회를 갖는다면 우리가 보내는 인생의 한 순간들은 앞서 쿠쿠츠카의 말대로 대단히 농축적이 될 게 틀림없다. 내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해서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인생에 대해 누가 물어도 한결 온화한 표정으로, 그러나 지금보다는 훨씬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으리라. 

나는 엄홍길씨가 히말라야에서 경험했던 그 극한의 스릴과 서스펜스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가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지나면서, 깎아지른 빙벽에 매달려 비부아크(노숙)를 할 때, 눈사태에 휩쓸려 사라진 동료들을 찾아 헤매는 동안, 동상에 걸려 발가락이 썩어가고 발목이 부서진 상태로 72시간을 기어내려와야 할 때 그 순간과 그 시간에 간단없이 떠올렸던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쫓을 뿐이다. 

이제 나는 누가 '산을 오르는게 무슨 의미있는 일이냐'고 묻는다면 대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당신이 회사를 다니고, 운동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을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고. 죽어라고 공을 차서 월드컵 4강에 오르고, 7전8기의 정치적 역경 끝에 대통령이 된 것이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보다 얼마나 더 의미있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적어도 알피니스트는 산에 오를 때 자신의 생명을 걸고 정면승부를 한다. 그들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오로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결코 무리수를 범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몇번의 치명적 실패를 경험하고 난 후에야 신의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과 최선을 다하되 억지와 무리는 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나마도 좌우명으로 삼아 끊임없이 환기하고 주의하고 경계치 않으면 곧바로 과거의 행태를 돌아가버리니 수양의 정도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가 안나푸르나에 세번째 도전해서 실패한 후 이런 얘기를 남겼다. "인간은 ㅁ낳은 욕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산앞에서 인간의 욕심은 무용지물이다. 산은 절대로, 자연은 절대로 욕심을 가진 인간을 용납하지 않는다 산을 내려와서 산을 보면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산에 오르면 그곳엔 산이 없다."

엄홍길씨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산악인이다. 어떤 일이든 이만한 위치에 오려면 적지 않은 마음공부가 필요했을게다. 더구나 그에겐 산이라는 거대한 스승이 있었다. 산은 그에겐 직장이요, 학교요, 집이었다. 이 책에서 엄홍길은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수사조차 담지 않았다. 고작해야 외국 산악인들에 비해 체력이나 정신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오기(?)를 피력하는 정도. 그가 산을 타면서 닦았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평생 도량에서 용맹정진해온 고승의 그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선사 법사들의 선문답보다 더 진한 도의 향기를 느낀 것도 그 때문이다. 

히말라야에서 죽음의 신과 코를 맞댔던 사람은 산 아래의 편안하고 일상적인 생활에 적응이 애당초 불가능하다. 마치 평생을 아침 7시에 도시락을 싸들고 집을 나섰던 샐러리맨이 은퇴후 생활에 적응 못하는 것처럼 그는 돌아오자 마자 다시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너무 오래 쉬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렸던가. 나는 무엇때문에 쉴 작정을 했던가. 엄홍길은 십수년의 등정끝에 14좌 완등을 이루었는데도 쉬지 않고 다시 떠나는데 말이다. 그에겐 어쩌면 성공과 실패라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못갖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산밑의 사람들이 지어낸 찬가에 불과할 뿐. 진정한 삶이란 세간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부질없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이다. 그 삶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은 오직 그 삶의 주인인 나다. 자신이 지켜내지 못하는 삶을 누가 대신 지켜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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