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에 관한 한 나는 유례없는 지구력과 일관성으로 십년의 관록을 보유하고 있다. 요즘 무엇이 계기가 되어 반신욕이 일대 붐을 일으키고 있는지는 모른다. 내가 한참 반신욕 전도사로 수선을 떨고 다닐 때는 거들떠도 안보던 이들이 갑자기 내 건강을 염려하며 <비장의 필살기>인 듯 반신욕을 강권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심지어 이런 무형의 행위까지도 '메뚜기의 한 철'은 반드시 있게 마련인가 보다. 

반신욕을 하기 전에 발을 따뜻한 물에 담가줘야 한다느니, 체온보다 약간 뜨겁게 물을 받아야 한다느니, 반신욕에 대한 온갖 비기들이 난무한다. 그것들을 듣다보면 내가 십년동안 잘못된 반신욕을 함으로써 내 몸을 욕되게 한 것이 아닌가 슬며시 걱정이 될 정도다.

고백하건데, 나는 물을 자주 리필하는게 귀찮아서 무지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끝까지 버텨왔다. 2만원짜리 욕조덮개(독서대 겸용)가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빨래판 또는 다리미판을 걸쳐놓고 책을 읽었다. 땀이 제법 흠뻑 나려면 최소한 20~30분은 있어야 하고, 이왕 읽던 책을 1백쪽까지는 읽어야 하므로 반신욕시간은 1시간이 보통이다. 요즘은 뜨거운 녹차까지 훌훌 마셔가며 위로 아래로 열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바쁠 때는 일주일에 한번이 고작이었다. 일요일 오전 11시쯤에 들어가서 정오를 넘기고 나오는게 보통이었다. 올해들어 백수생활이 시작되면서 반신욕은 아주 훌륭한 시간활용 아이템으로 고정돼있다. 땀을 흠뻑 내니까 나같은 습성인간에게 나쁠 리 없고, 피곤하면 그냥 다리미판에 엎드려 토막잠을 잘 수 있다. 무엇보다 반신욕이 효과적인 대목은 책을 매우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목욕중간에 따뜻한 욕조에서 나와 찬 공기를 맞으며 무언가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당혹스럽다.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고 가만히 앉아 책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는 것이 반신욕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반신욕은 책상위에서라면 어림없을, 시간당 1백쪽의 가공할 독서량을 어김없이 보장해주곤 한다.

마이페이퍼에 올린 독후감의 소재들은 거의 벌거벗은 채 읽었던 책들이다. 그 책들은 둔한 글재주로 씌여진 내용보다 훨씬 많은 영감과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그런 책들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땀에 젖은 손가락으로 넘긴 탓에 예외없이 쭈글쭈글하기 때문이다.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외면일기>는 무려 닷새동안 내 욕조 가까이에서 온갖 물고문을 버텨냈던 장한 책이다. 처음에는 잘못 집었구나 싶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장자끄 상뻬 같은 프랑스 작가들이 즐겨 엮어내는 조각글 모음을 좋아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없이 집어들었지만, 첫날과 이튿날은 완전 실패였다. 나는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걸 알지만 리마인드용으로 페이지 한쪽 끝을 조금 접는데, 이 책은 이틀동안은 고작 서너 쪽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짝지근했다. 뒤로 넘어가면서 점점 접는 페이지가 늘어나기 시작해서, 마지막 날엔 이 책을 며칠 더 읽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반신욕과 비슷하다. 처음엔 맹숭맹숭하다가 웬만큼 시간이 지나야 흡족한 효과를 나타내듯이 적어도 백쪽은 넘어가야 이 책의 별미를 느낄 수 있다. 그 맛이라 함은 발상의 촉매하는 동치미 국물, 또는 크리에이티브를 자극하는 청양고추, 글에 얹혀 답답할 때 마시는 사이다 한 모금에 비유할 만하다. 물론 그것이 나름의 약효나 신통력을 갖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몸안에 넣었을 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을 머리에 넣고 난 느낌이 그렇다.

이 책의 특징은 12개월로 나누어 20~30개의 단문들을, 신기할 정도로 아무 규칙없이, 어떠한 일관성도 배제한 채 늘어놓았다는 점이다. 아마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의 지루함과 난삽함은 항상 조리정연하고  수미쌍관한 글들만을 읽어왔기 때문에 느끼는 일종의 멀미같은 것이다. 점차 머릿속이 이 책의 스타일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대로, 스칠 것은 그냥 지나가고, 재미있다 싶은 것은 페이지 한쪽 끝을 접는 행위들이 제법 익숙해진다. (이런 책을 몇권 읽다가 과학이론서같은 것을 보면 미쳐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해서 <외면일기>같은 책은 무료하고 권태에 빠진 뇌를 정신없이 뺑뺑이 돌게 만드는데 아주 쓸모가 있다. 던지는 질문이 간결하고 상대방에게 시간을 절대로 많이 주지 않는다면, 그 대답 역시 간결하고 신속하게 마련이다. 이때 그 답이 옳으냐 그르냐에 집착하는 것은 무의마한 일이다. 그의 잠재의식이 그 질문에 대해 도대체 어떤 답을 순식간에 퍼올리느냐를 관찰해본다면 뜻밖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71쪽에 적힌 단문을 소개한다.

문학분야에 있어서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즉, 자신이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책의 탁월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프로페셔널의 특권이 아닐까한다.  반대로 아마추어는 자기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 싶으면 즉시 그 책의 분명한 장점에 대해서도 아예 장님이 되어 버린다.

---어디 문학분야 뿐이겠나. 사람을 보는 눈도 그렇고, 사람들의 충고 역시 그러하다. 동물은 자기에게 좋은 자극만을 탐닉한다. 이것이 사람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사람 역시 충분히 이성적이고, 자기에게 조만간 좋은 효과를 안겨 줄 것이라고 확신해야 그렇게 된다. 사람은 동물보다 훨씬 영악하게 이기적일 뿐이다.

101쪽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를 만난 기회에 나는 그에게 우리 수상(에디트 크레송)의 그 같은 말(개미떼들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 일본처럼 되어서는 안된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개미들에게 과연 일본인 군중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가지 특징을 주목해볼 수 있었다. 즉 곤충학자는 피상적인 관찰자들이 자칫 잘못 보기 쉬운 점 한가지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다. 부산하게 우글대는 개미집을 보면 저마다의 개미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다수의 개미들은 일정한 목적도 없이 그냥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일본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오에는 말한다.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내가 그랬다. 지난 십년동안 뭐가 그리 바빴는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숱한 일을 꾸미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만났다. (우연히 그동안 모았던 명함들을 몇백장 넘겨보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단 10%에 불과했다. 충격이다.) 지금은 그나마 몇 개 안되는 계획마저 끊임없이 회의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중에 한달에 한번 전화를 주고 받는 사람은 열 손가락을 약간 상회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대단한 목적도 성과도 없이 그냥 돌아다녔던 셈이다. 치열하게 움직였다는 환상에 빠져 있을 뿐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헛되도다. 헛되도다. 

121쪽.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눈과 귀는 매일 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형의 잡동사니 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어서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 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 내가 만일 교육부장관이라면, 당장 걷어치우라고 지시해야 할 일이 학동들에게 일기 따위를 쓰게 하는 비교유적 행위다. 선생들조차 그렇게 쓰기 싫어하고, 쓰기 힘들어 하는 일기를 어린이들에게 강요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작문 연습이라면 더 좋은 교육방법이 백한가지는 될 게다. 자기 생활의 반성을 요구할 양이면, 방학 때마다 신나는아이들 캠프에 열흘 쯤 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솔직히 선생들은 자기 생활에 반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러하다면 일기쓰는 숙제같은 건 절대 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미셸이 추천하는 외면일기 방식의 사물관찰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작업 역시 훌륭한 선생의 코치 없이 아이들 개인의 공부로 맡겨놓기엔 역부족 아닐까. 교육의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교사의 문제일 뿐이다. 후진국의 후진 교육은 후진 인간들을 낳고, 그 후진 인간들이 후진 교사가 되어 후진 교육을 하기 때문에 후진국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   

236쪽의 단문.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에 내가 노벨상을 받게 된다면, 나는 이 사제관을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그 안에 밀립으로 만든 투르니에 인형을 앉현호고 나 자신은 이사를 가버리겠다. 나는 가명으로 살아가고 가명으로 글을 쓰면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할 것이다. 내게 그것은 어떤 완전한 변신의 시작이 될 것이다. 나는 에밀 아자르가 되어버린 로맹 가리의 변신에 온통 마음이 사로잡힌 것이 사실이다. 그토록 멋지게 시작했지만 그토록 비극적으로 중단되어버린 그 변신 말이다. 노벨문학상의 기막힌 에너지는 로맹 가리가 실패한 바로 그 일을 어쩌면 내가 성공하도록 도와줄지도 모른다.

-- 새 인생을 시작해야할 각별한 이유가 있고, 그 전 인생과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는 각오가 서있다면 가장 먼저 시도할 만한 것이 다른 이름 갖기다. 사람들은 의외로 다른 사람들의 디테일에 소홀하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99% 정도의 사람들에겐 들키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가명은 익명보다 더 숨기 쉽기 때문에 굳이 잠수함을 타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잠수함을 탔다간 가족들에게 더 빨리 발각되기 십상이고, 그 후엔 집요한 감시마저 따라붙기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새 이름을 지을 때는 며칠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름이 마음에 안들면 새인 생마저 금방 짜증나기 쉽기 때문이다.(그 정도라면 그냥 이어서 사는게 속편할텐데.)   

로맹 가리와 아멜 아자르의 관계에 대해 고종석이 쓴 글이 있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에서 태어난 로맹 가리는 10대에 어머니를 따라 니스에 정착해 프랑스인이 되었다. 그의 직업적ㆍ문학적 출발은 하층 계급출신의 귀화인으로서는 두드러지게 화려했다.제2차 세계대전 때 자유프랑스 공군으로 복무한 그는 종전 뒤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외교관이 돼 유럽과 아메리카를 오갔고, 사실상의 처녀작인 ‘유럽의 교육’(1945)으로 비평가상을 받았다.

볼리비아 주재 프랑스 대리대사였던 1956년 로맹 가리가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받았을 때, 프랑스 문단과 정계는 그에 대한 존경과 질투로 가득 찼다.그 뒤 자신에 대한 평단의 채점이 박해지자,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가명으로 ‘자기 앞의 생’(1975)을 발표해 다시 한번 공쿠르상을 받았다. 늙은 유대인 창녀와 사생아 출신 아랍인 소년 사이의 슬프고 굳센 우애를 그린 이 작품 말고도,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 지금 그 소설들에서 로맹 가리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누구에게도 너무 쉽지만, 그의 생전에 그 목소리를 들을 귀를 지녔던 비평가는 극소수였다.

‘재능의 샘이 철철 흐르는’ 신예 작가 에밀 아자르와 그를 질투하는 ‘한물 간 작가’ 로맹 가리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로맹 가리의 유고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1981)을 통해서야 확인되었다. 로맹 가리는 이게임을 통해 비평가들의 거드름과 변덕과 무능과 편견을 한껏 조롱한 것이다.

1980년 12월2일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가 입안에 권총을 넣고 방아쇠를당겼다. 66세였다. 자살하기 얼마 전 그는 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게 아니라 단지 무명이었을 뿐이네.” 유언처럼 돼 버린 이 말은 로맹 가리가 프랑스 문단과 벌인 파천황의 게임 때문에 더욱 깊게 울린다.

255쪽에 남긴 미셸의 농담

가가린은 우주여행에서 돌아오자 여러나라 국가원수를 순방한다. 소비에트 제1서기 흐루시초프가 그에게 무든다. "동무, 하늘나라에 다녀오셨군요. 그래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나요?" 가가린이 대답한다. "유감이지만 아니었습니다. 신을 만났어요. 흰수염이 난 그 덩치 큰 노인은 구름의자에 앉아있더군요." 흐루시초프가 소리친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사실 나는 언제나 사제들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이건 큰 문제로구먼.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줘요." 그후 가가린은 바티칸으로 가서 교황 요한 23세를 알현하게 된다. "그래 하늘나라에 갔다왔다지. 하나님을 만났나? 하나님은 계시지?" "유감이지만 아네요. 똑똑히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자 교황이 소리쳤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사실 나는 언제나 마음속으로 무신론자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280쪽 단문은 내게 경건한 반성을 촉구한다.

독학한 사람과 정규적인 공부를 한 사람과의 차이를 그는 이렇게 설정한다. 독학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배웠다. 그의 교양은 자기 자신의 인격의 한계 내로 제한돼있다. 반대로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은 모든 것을 골고루 다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의 장점은 엄청난 것이다. 왜냐하면 우선 보기에 자신으로서는 별 흥미도 없는 지식들을, 나아가서는 싫어하는 지식들 또한 습득해야 한다는 것은 더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마음의 양식이 되기 때문이다. 

--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내게 문과가 적성에 맞는다고 주입하셨다. 수학과 과학은 만점을 맞아야 하지만 영어과 국어보다 잘 할 이유는 없었다. 고등학교 때 수학1만 하고 수학2는 안해도 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이과 아이들은 영어 심층 독해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고 국사공부 하는 놈은 바보라는 얘기와 같다. 얘기가 엇나가지만, 요즘 이공계가 철저히 무시당하게 된 배경에는 이같은 무식한 교육정책이 암의 근종처럼 박혀있다. 나는 한때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 하고싶은 일만 하기에도 인생은 짧다라고 떠들고 다녔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적어도 대학졸업하기 전까지, 이른바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지적 편식이란 용납되선 안된다. 지금은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지껄일 시간에 하기 싫은 공부, 하고싶지 않은 일도 가능한 적극적으로 해볼 것을 하는 후회가 든다. 반성의 뜻으로 과학책(그래봐야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류,  또는 붉은 여왕, 환경에 관한 몇몇 골치아픈 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지만, 책꽂이에 고스란히 박혀있다. 말로 안되면 맞는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때려줄 선생님도 없는 불쌍한 나이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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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내가 모르는 내가 있다.

지난번 편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신나게 할 것인가에 대해 4단계의 방법론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신난다는 것이 황홀경, 즉 ecstacy라 한다면 ex(밖에)+stasis(서있다) =나를 내 밖에 서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때 나라는 존재는 마치 유체이탈을 하듯 분리가 됩니다. 앞에 있던 나는 그동안 뒤에 있는 내 안에 갇혀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인가 내가 몰랐던 나의 실체가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또는 먼 옛날의 가물가물한 추억이나 혹은 나도 몰래 잠재돼있던 강렬한 소망이 마치 현실에서 이루어진 듯 기쁨에 몸을 떨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이 나는 현상은 단 한번의 실천으로 끝나지 않고 나를 자각시켜 계속 반복, 확대하게 추동합니다. (우리 주변에 중독증세를 가져오는 것들을 상상해보시면 쉽겠지요.)

우리는 아이들의 자아내부에 숨어있는 '또다른 나'에 주목합니다.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계기로, 어떤 목적으로>끄집어 낼 수 있다면 신나는 아이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실 수많은 교육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각별한 효과를 냈다고 알려진 교육은 별로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합니다. 그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그 목적과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과정과 수단으로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어렵사리 얻은 교육효과를 단번에 무효화시키기에 충분한> 강제를 별 생각없이 아이들에게 행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신나는 아이들 주식회사>의 교육프로그램이 교사/ 학부모들과 일정하게 연계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즉 지속적인 교사 재교육을 통해서, 교사들의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에 대한 세심한 당부를 통해서 우리 교육의 성과는 보호돼야 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무엇보다 훌륭한 우리의 경쟁력이요, 진입장벽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사업이 확장되는데 결정적인 마케팅 포인트가 되겠지요.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쯤 되면 어떻게 확대해야 겠다는 지침만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의 축적되는 경험과 시행착오를 미리미리 반영할 준비가 돼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내안의 나를 끄집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신나게 노는 나를 보며 <정말 의외였다>느니 <그런 면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또는 <마치 다른 사람같다> 라고 말합니다. 그것을 숨겨진 끼라고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안의 나>를 끌어내는데 부끄러워 합니다. 자기 희망이나,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 앞에 꺼내놓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합니다. 수십년동안 끊임없이 속박당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의도적으로,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아 원래 내 꿈은 자꾸 내 안으로 파고들어가 앙금으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권위주의적이고, 하향일방의 사회체제에서 그 영향은 더욱 강하겠지요. 어른들보다 아이들. 나이가 어릴 수록 내안의 나를 끌어내는데 훨씬 자유롭습니다. 그만큼 나 자신 또는 외부의 속박을 덜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나는아이들 주식회사>의 교사들이나, 학부모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나는 우리들의 교육방법론을 통해서  아이들 교육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이들 교사와 학부모들도 자연스럽게 교정의 기회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했을 경우 최소한 우리 교육의 효과가 지켜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안의 나>를 끌어내기 위해  <내안의 나>를 여러가지로 이미지화하는 훈련부터 시작합시다.

어렸을 때 이미 우리는 자신을 왕자나 공주로, 사이보그나 우주전사로, 아인슈타인이나 모짜르트로, 장동건이나 김희선으로 상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처럼 등에 망토를 달고 높은데서 뛰어내렸고 잘치지도 못하는 피아노 건반을 뚱땅거리거나, 거울을 보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매일 그림일기에 그런 멋진 나의 이야기를 그렸고 사람들 앞에서 즐겨 이야기 했으며, 사진이나 인형을 부지런히 모았습니다.

그런 <기쁜 나의 어린 날>이 사라지게 된 이유를 잘 아실 겁니다. 왕자나 공주가 되기에 우리 집은 너무 가난했고, 우주전사를 꿈꾸기엔 리얼리티가 항상 모자랐습니다. 간단한 산수도 못한다는 꾸지람을 듣고 아인슈타인을 포기했고 못생겼다는 한마디에 장동건은 접었습니다.  그나마 음악을 하고 싶은 꿈은 제법 오래 갔었는데 딴따라가 될 거면 호적 파서 나가라 하시는 바람에 가슴에 묻기로 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 때보다 훨씬 빨리 <철이 들기 때문>입니다.

줄리어드 음악학교의 권장도서로 알려진 <Artist's Way>-줄리아 카메론 저-라는 책은 한때 예술가를 꿈꾸던 보통 사람들이 <내 안에 내가 모르는 아티스트가 있다>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하고 그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용기있게 실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3페이지씩 <모닝 페이퍼>를 작성하라고  요구합니다. 무슨 내용이든, 누구에게 하는 얘기든, 칭찬이든 욕이든, 희망이든, 좌절이든, 속안의 얘기를 숨기지 말고(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고, 다시 읽지도 말고) 적으라 합니다. 그러면 내안의 내가 서서히 침묵을 깨고 속삭이기 시작한다는군요.

또 한가지 방법은 매주 두시간씩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것을 하랍니다. 내안의 <어린아이같은 나>를 데리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 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일체 안되고 꼭 나와 <내안의 어린아이> 둘만 가야 합니다. 드라이브도 좋고, 산책을 하거나, 영화관에 가거나, 게임을 해도 좋습니다. 단 그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보라는 것이지요. <모닝 페이퍼>가 자아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아티스트 데이트>는 자아가 원하는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두가지 작업을 12주동안 하게 되면 <내안의 나>는 훌륭한 소년이나 청년이 되어 내게 새로운 탄생의 기쁨을 주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내안의 나를 발견하고 키우는 훌륭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안의 나를 끌어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지로 만드는 것> 즉 또 다른 나인 <아바타(Avatar)>를 만드는 것입니다. 몇해전만해도 아바타는 매우 어려운 철학적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어린 아이들까지 다 알만큼 널리 알려진 단어입니다. RPG게임이나, 포털에서 <아바타 꾸미기>로 익숙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그다지 간단하진 않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캐보기로 하지요.

avatar : 1. a god's coming down in bodily form to the earth; incarnation of a god 2. any incarnation or embodiment, as of a quality or concept in a person

직역을 하자면 <신이 지상에 육화된 모습으로 강림한 것><신의 화신> 또는 <사람 안의 어떤 형질이나 컨셉이 구현된 것>이겠지요. 그 뜻을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면 아바타는 <내안의 내가 갖고 있는 특성과 컨셉이 육화된 모습으로 구현된 것>입니다.

따라서 나와는 매우 다른 외모와 성격을 갖고 있기가 쉽습니다. 남자가 여자 아바타를 가질 수도 있고, 어른 형상을 원할 수도 있으며, 나무나 돌, 또는 추상적 형태를 아바타로 정하기도 할 것입니다.동시에 여러가지 아바타를 정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을 아바타로 늘어놓고 설명한다면 그사람의 <내안의 나>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여기서 신이란 <신나는아이들>의 신과도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아바타는 마치 아이돌처럼 자기 신끼를 담도록 해야 합니다. 신나는 생각의 구현체라는 뜻이지요.

자,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우리의 <아바타 교육방법론>을 거칠게 표현하자면

1. 아이들이 자기의 특성과 컨셉을 발견한다.

2. 그것을 아바타로 만들고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3. 아바타를 통해 어느 덧 <내안의 나>를 만난다.

4. 아이들이 <내안의 나>를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우리가 어떤 내용의 교육을 하든 (음악, 미술, 영어, 리더십, 연극, 체육 등) 이 교육방법을 적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리더십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먼저 생각해봅시다.

1단계. <내안의 나> 발견하기

- 아바타에게 편지하기(모닝페이퍼)  

- 자료 수집,정리하기 (사진, 그림 등)

- 아바타 만들고 수정하며 이야기(컨텐츠) 만들기

- 아바타 사이트 만들기(조언받기)

 

2단계. 표현하기

- 아바타 PT(내 아바타 사세요- 아바타 옥션)

- 옥션에 내놓을 아바타 만들기(가면, 뱃지, 티셔츠, 점토인형, 이야기책 등)

- 최우수 아바타 인기투표

- 자서전 만들기(그동안의 이야기와 자료등을 담은 책)

 

3단계. 인정받기

- 서로서로 팬클럽 만들기

- 팬클럽 이벤트 기획, 회장 뽑기.- 역할바꾸기

- 아바타 역할극 만들기 (이순신, 보아, 링컨이 만났다 - 화해 2003)

- 아바타 퀴즈쇼(돌아가며 아이들이 출제- 자기 관심분야 알리기)

 

4단계. 세상으로 눈돌리기

- 내가 생각하는 미래(꼴라주 방식 도입 - 내옷, 내친구,내집, 우리 세상, 우주, 자연 등)

- 지금 세상과 무엇이 다를까.

-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모의 UN총회)

- 방학 캠프 기획하기.

 

생각하기 따라 얼마든지 많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 아마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나중에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갈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목표와 의미, 즉 어떤 의미있는 결과물을 낼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과정내내 잊지 않고 환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에 결과물에 주목하라는 것은 목표달성에 골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안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내안의 나>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 없고, 아이들도 잘 따라오지 못하니까 아무렇게나 얼렁뚱땅 해치우면 뒷단계로 갈수록 몹시 힘들어집니다. 아이들에게 의미를 깨닫게 하고 주별, 월별 목표를 제시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과정을 정해서 한발한발 다가갈 것입니다.

교사는 충실한 조언자, 칭찬 도우미로 한걸음 뒤에서 쫓아가면 됩니다.

우리교육의 또다른 목적은 아이들이 신나는 삶을 살아갈 수있게 기초를 닦는 것입니다. 즉 신나게 사는 능력, 기쁨을 얻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실은 <능력>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얼마전 <쟁반 노래방>이라는 프로그램에 박예진과 서민정이라는 탤런트가 출연한 적이 있었지요.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 내로라하는 진짜 음치들이었습니다. 우리들에겐 연예인은 무조건 노래도 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두사람 때문에 출연자와 시청자들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약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 용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남들을 즐겁게 하는 강점이 될 수있습니다.

노래는 무조건 잘해야 하고, 그것은 분명히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부담만 더해지고, 해결하기가 더욱 고약해질 뿐이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우선 남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래 잘한다고 마이크 오래 잡으면 다들 싫어하는 것처럼 노래를 못해도 분위기 파악만 잘하면 얼마든지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용기있는 엔터테이너였습니다.

카메론디아즈가 나오는 영화 <내남자친구의 결혼식>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지요. 골탕 먹이려고 음치인 주인공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지만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박수와 환호를 받게 됩니다. 돼지 멱따는 소리였지만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서 불렀기 때문에 감동적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웅변학원 보내봤자 효과없더라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나마 남들앞에 나서는 용기를 키울 수 있었다면 다행입니다. 스피치 스킬을 가르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현란한 미사여구와 화려한 제스추어를 구사하는 정치인보다 스님의 나즈막한 몇마디가 훨씬 감동적인 이유를 깨달아야 합니다. 혀로 하는 얘기와 가슴속에서 끄집어내는 얘기의 차이지요. 자기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아이들의 용기에 가장 좋은 보약은 칭찬입니다. 칭찬은 몰입하게 하고, 몰입은 기쁨을 가져옵니다. 그 기쁨은 다른 사람들도 기쁘게 만듭니다.

<내인생을 바꿔주는 칭찬 한마디>-후쿠다 다케시-라는 책을 보면 칭찬의 고수가 되는 법이 잘 나와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칭찬에 익숙치 않은 엄숙주의적 교육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칭찬하고 싶어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당황하게 됩니다. 교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칭찬하라고 해도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칭찬도 받아본 사람이 받고, 할 줄도 압니다. 교사 교육과정에서 정말 많은 칭찬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합시다. 또 교사들끼리도 칭찬하는 습관과 테크닉을 자연스럽게 숙달시키도록 합시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며, 현장 세일즈맨이고, 경쟁력의 핵심인 교사들에게칭찬을 해준다면 교육목적 뿐 아니라 조직관리상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겠지요.

<신나는 아이들>주식회사는 칭찬주식회가입니다.

후쿠다 다케시가 가르쳐주는 칭찬의 기술 10가지를 소개합니다.


1. 상대방의 장점에 관심을 갖는다.
2. 진심으로 칭찬한다.
3. 어떤 점이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4. 잘했을 때 바로 칭찬한다.
5. 당연한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칭찬한다.
6. 상대방의 결점을 칭찬한다.
7.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칭찬한다.
8. 제삼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칭찬한다.
9. 전화나 메모를 이용해 칭찬한다.
10. 칭찬한 후 다음 목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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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아이들 주식회사의 비전은 우리나라 아이들 나아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신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는 우리들의 사명(Mission)이기도 합니다.

신난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확인해봅시다. 신나게 만들려면 신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연히 즐겁다 기쁘다 재미있다라는 개념과는 뭔가 다른게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우선 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말풀이가 있습니다.

2[명사] 일이거나 또는 어떤 흥미 생기 매우 좋아 기분.
아이 신이 나서 손뼉 치고 노래 .
(비슷한말)신명.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 있거나> <어떤 일에 흥미가 생기어>라는 신의 유발동기입니다. 즉 외부에서 모종의 자극이 있어야 신이 나는 것입니다. 기분을 좋게 만들거나 흥미가 생기게 만드는 자극입니다.

언젠가 음악이 왜 우리를 즐겁게 하는가를 말씀드릴 때 간단히 예를 든 적이 있었습니다. 영어로 신을 가장 근접하게 묘사하는 것이 ecstacy입니다. 이 말은 ex(바깥) + stance(위치), 즉 자신의 바깥에 있다는 뜻입니다. 자아 내부의 안정을 깨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음악이 우리를 신나게 하는 것은 <잘짜여진 음악적 요소에 의해 내 안의 예측기제가 절묘한 불균형상태로 가면서 기대(예측)했던 그 이상의 만족감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대작을 통해 얻는 황홀경은 우리 몸의 신경계를 온통 뒤흔들어 마치 마약에 취한 듯 새로운 세계를 뇌리에 구성케하고 스스로 창조자가 된 듯한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상의 예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을 신나게 만드는 몇가지 중요한 팁을 알게 됩니다.

첫째, 아이들의 예측기제를 벗어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 크게 벗어날 수록, 즉 전혀 예상밖일 수록 신의 강도는 더 커지겠지요. 먼저 아이들의 예측기제를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요즘은 워낙 매체가 다양하고 자극적이므로 아이들의 예측기제를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들 또한 일정한 포맷과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큰 개념의 차별성을 추구한다면 의외로 쉬울 수도 있습니다. ) 경험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어떤 아이템도 서프라이징 패키지를 반드시 곁들이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방법론도 부단히 개발해야겠지요. 우리 학교가 점차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아이들에게 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서울아이들은 부산사투리 쓰는 친구나, 산골마을 아이들이 보내오는 영상편지, 조개껍데기같은 사소한 선물이 신기할 겁니다. 인터넷과 디캠등 간단한 장비를 사용해서 학동초등학교 리더십반 아이들이 전주 교대부국 리더십반 친구들에게 영상편지와 조그만 선물들을 보내면(그것도 가급적 개인별로), 그런 선물때문에 아이들이 신나겠지요. 영어교실은 일본이나 미국 등과 연결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서프라이징입니다.  

금기라고 여겨졌던 행동을 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장면 기억하시지요. 음악교육에 대중가요와 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리더십에서 자기를 희생하는 훈련프로그램을 실시한다든가, 영어시간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게 한다든가, 평소에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교육목적에 맞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봅시다.

둘째, 아이들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머리속에 형상화될 수 있도록 요소들을 제공해줘야 겠지요.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상상을 하기 위해선 리얼리티가 강할 수록 좋습니다. (우주여행을 상상할 때 우주선은 가능한 실물감이 완벽할 수록 좋겠지요. 테마파크도 디테일이 리얼할 수록 매료되지 않습니까.)

피아노 교실도, 영어교실도, 리더십교실도 그날 학습의 가장 중요한 준비단계는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게 머릿속에 기초공사를 해놓는 것입니다. 몇가지 기본 리듬을 들려주거나, 익히게 하거나, 또는 교사가 능숙한 솜씨로 시범을 보여 아이들이 관심을 유도하거나, 오늘 배워야할 영어단어를 선생님이 아이들 몸에 붙이든지, 교보재를 사용하든지(예를 들어 자동차에 관련된 단어라면, 자동차 경주의 급박한 상황을 먼저 연상하게 해서 관련단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발표력 훈련도 로마 시저나 링컨대통령이 됐다고 가정하든가, 9시뉴스 앵커, 반지의 제왕 주인공, 내가 존경하는 어떤 사람(아빠, 노무현, 윤도현, 보아 등)이 됐다든가하는 상상을 하게 하고 그에 관련된 영화장면을 보여줘서 아이들을 충분히 예열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세째, 아이들이 스스로 그 세계의 주인공이 돼도록 해야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아이들로 하여금 표현하게 하는 것입니다. <표현한다>는 것의 교육적 목표는 아이들이 자기가 상상한 것의 주인으로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표현에 서툴거나, 표현하려들지 않는 이유를 그런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문제라고 치부하기 전에 기본적인 표현기술을 습득했나, 상상의 디테일에 대해 아이들이 충분히 공급받았나, 아이를 주눅들게 하는 환경은 없나 등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그림으로, 노래와 춤에 관심이 있는 아이는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입니다. 혼자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혼자 할 기회를 주고,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좋은 아이들에겐 공동창작이나 팀발표 방식을 제공해줍니다. 가능하면 스스로 표현방식을 결정하게 하면 주인의식이 더 발현되겠지요.

네째, 아이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왕이면 아이들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지요. 교사들은 쉴새없이 칭찬하고, 격려하고,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전통적인 별표붙이기부터, 상장, 작은 선물(사탕, 뱃지), 패넌트, 기념사진, 멤버십 등 다양하고 예측이상의 인센티브 아이디어들이 준비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냥 얻어지면 흥미가 떨어집니다. 일정한 경쟁과 객관적 인정체계로 뒷받침해줘야 아이들이 더욱 노력하겠지요. 이를테면 <여러가지 일등 만들기>, 즉 젓가락행진곡 1등, 영어발음 1등, 단어왕, 팀장, 발표왕, 창의력 1등, 댄싱퀸, 퀴즈 왕중왕, 등을 매주, 매월 바꿔가면서 아이들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한사람도 빠짐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교사들이 주의깊게 관찰하고 시의적절하게 해야하는 일중에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자부심의 가장 강력한 동의어는 감동입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극기훈련, 부모님 은혜, 애국가, 7전8기, 소년소녀가장, 장애우, 존경하는 지도자 등)을 아이들의 자부심과 연결시켤 수 있다면 그 효과는 가장 클 것입니다. 이런 모든 행위의 목표가 <아이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사명은 아이들을 신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눈높이를 체감하는 것부터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하게 하며, 그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우리는 <신나는 아이들이 신동>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영재성, 즉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은 아이들의 가능성이 자아안에 갇혀있을 때는 절대로 발현되지 않습니다. 매일 똑같은 쳇바퀴식 교육, 성적부담만 안겨주는 공부, 재미없이 반복되는 특기교육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일상성과 단조로움을 깨고 나올 때 비로소 억눌린 능력들이 눈을 번쩍 뜨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신나게 함으로써 자아실현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경영철학은 모든 구성원들의 자아실현입니다. 인간의 욕망구조는 낮게는 식욕, 수면욕, 성욕같은 본능적 욕망에서 출발해 최종적으로 자아실현이라는 고차원적 욕망에 이르게 됩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능력을 키워, 자기 삶의 목표와 희망을 정한 뒤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곧 자아실현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주체성>과 <결과가 아닌 과정중심>입니다.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려는 의식이 중요하며,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과정에서 완전성과 행복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의 발전동력은 이와 같은 구성원 개인의 자아실현 욕망입니다. 우리 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자이실현 욕구가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회사가 더 적당할 겁니다. 저마다 다른 자아실현욕망을 갖고 있지만 다행히 회사의 경영목표와 개인의 자아실현 목표가 일치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요. 어떤 분은 최고의 컨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또 어떤 분은 가능한 많은 아이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은 우리 구성원과 모든 교사들이 풍요롭게 직장과 가정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져주길 바랍니다.

이렇게 자아실현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협력한다면 우리가 만든 상품과 서비스도 그 철학을 담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자아실현까지도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우리는 나 자신과 회사, 고객 나아가 세상사람 모두가 자아실현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하고 계발하는 것을 우리의 비전으로 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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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까닭은 자기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대개 할머니들은 노환때문에 병원에 가야한다고 하면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라며 손사래를 치시곤 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 병을 키워 돌아가시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기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이렇듯 죽음으로 가는 병이다. 그러나 자신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유행가 가사가 똑 맞다.  대신 다른 사람의 마음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사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내 마음조차 모르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하지 않나. 사회적 통념과 각자의 역할에 따라 그렇게 규정하는 것 뿐이다. 남편은 어떻게 해야하고 부인은 어떻게 해야한다 또는 사장은 이렇게 하고, 과장은 저렇게 해야한다라는 일반적 상식에 근거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고 그 사람의 심리를 읽으려 하고, 나아가 어떤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그 사람 역시 그러한 통념과 상식에 근거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구구절절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고, 요구받은 대로 일단은 살아가려 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거절하거나 무시할 경우 치명적 타격을 받기 때문에.

여기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이 귀담아들어야할 힌트가 있다. 조직운영을 위한 최소의 노력은 위의 경우처럼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다 . 이런 요구조차 게을리한다면 조직은 정말 개판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착각하기 쉽다.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라고 하면 각자 알아서 하라는 뜻인데 무엇을 알아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통념과 상식에 근거해 명령하지 않으면 로보트처럼 멍하게 있을 뿐이다.

조직 운영자가 최소한 기본 명령어를 입력시키지도 않고 자율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직무유기이며, 엉터리 개똥철학에 불과하다. 이런 조직은 리더의 역할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며 그 리더가 없어지면 곧바로 붕괴된다. 우리는 이 정도의 가장 낮은 수준의 조직이 되려는게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본다. 내가 나 자신을 아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쉬운 질문부터 던져본다. 네가 원하는 것부터, 그것도 가장 단순한 것부터 얘기해보자. 대부분 돈을 좀 벌면 미쳤다고 직장을 다니냐고 말한다.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더 좋은 일이 있다면 당연히 직장은 그만둘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직장 다니는게 좋으면 굳이 그만 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만났으니까 왜 다니는가부터 답을 찾아보자. 정답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얘기해보자.

돈 벌러 나왔으니 월급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 체면도 있고 또 성격도 있으니 제법 높은 자리에 있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서로 존경과 사랑을 베풀면서 즐겁게 지내길 원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일이 마음에 쏙 들어서  평생 이 일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직장은 곧바로 지상천국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천국을 꿈꾸는 것은 자유지만, 치러야할 댓가가 엄청나다. 쉽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착하게 살면 천국간다고 말들 하지만 잘못하면 굶어죽거나, 홧병나서 죽거나, 정신병자로 손가락질 당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이해집단인 직장을 지상천국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분명히 치러야할 댓가가 있다면 그것조차 기쁨이고 즐거움이면 좋지 않을까.

마더 테레사는 병든 자 고통받는 자를 돕는 일을 일생의 낙으로 생각했고 그 낙이 곧바로 천국의 시민권이기도 했다. 이왕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면 그 과정이 즐겁고 또 그로 말미암아 지상천국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매일 혼나고 욕하고 싸움하면서 그래야 겨우 돌아간다면, 그리고 구성원들이 <월급을 스트레스 받는 댓가>라고 생각하는 직장이라면 이것이 곧 지옥이 아닐까. 그런 회사가 잘 될 턱이 있으며, 구성원들이 붙어있을 리 만무하다. 뒷돈이 아무리 많고, 아이템이 아무리 좋다해도 성공할 수가 없다.

당신은 직장생활을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댓가 또는 어떤 기여를 하시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별다른 직장의 변화는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뭔가 달라져야 합니다.

당신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릅니다. "내가 뭘 잘하는게 있어야지." 아닙니다. 여기까지 생각했다는 것 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훌륭합니다. 당신이 뭘 잘하는지 혼자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여차하면 자기만족 또는 착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능력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잘 압니다. 소문에 그렇다더라하는 막연한 평가는 아무 쓸모없습니다. 정말 내게 소중한 평가는 나와 직접 일해본 동료들이 내리는 평가입니다.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이해하고 잘 협력해주는 사람을 가장 높게 평가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줄 때 가장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그렇게 하는 사람이 가장 능력있고 존경받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서 남들이 뭘 바라는지 딱딱 알아서 내 능력을 발휘했을 때 존경받게 되고, 그로 인해 직장은 내게 천국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겠군요.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일 말고는 잘 모릅니다. 사장이나 일부 임원을 제외하고는 자기 일하기도 급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내업무를 넓게 알고 관여하는 사람이 대개 능력있는 사람이며, 지위나 연봉이 높지 않습니까. 자, 다른 사람들의 일을 잘 몰랐다는 것에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능력을 인정받고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하려면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일을 몰라서는 안됩니다. 꼭 알아야 합니다.

이 점에 동의하신다면 당신의 이미 절반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99%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을 당신은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젠 어떻게 알면 되는지 좋은 방법만 찾아내면 됩니다. 그리고 꼬박꼬박 지키면 됩니다. 대개 방법은 알면서도 지키지 못해 끙끙거리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들으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와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겠으면 무엇이 문제이냐고 물으면 그만입니다.

둘째, 그 자리에서 내가 무엇무엇을 해주겠다고 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렵거나, 부담스러우면 잠시 정리할 틈을 가지십시오.다시한번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회의록이나 보고서를 읽어보거나 또는 관련부서 사람들과 티미팅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세째, 공식회의이며 자기가 담당자일 경우, 또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업무를 위임받았을 경우,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용폴더를 만들어 사람들이 즉시 열람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물론 대외비 처리등은 해야겠지요.

네째, 문제의 중요성이나 정확한 의미가 파악되지 않을 경우, 또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를 경우엔 빨리 경험있는 상급자나, 코치, 대표이사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역시 그 분들도 나를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될 것이므로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통해 문제를 숙지할 수있도록 사전작업을 해야겠지요.

결국 당신이 습관처럼 해야할 일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대개 회의가 많은 사람들은 허세이고 비공식 미팅이 많은 사람들이 실세입니다), 회의록을 잘 작성하는 것이고(회의록이 어떻게 쓰이는지 예상해보면 어떻게 해야 잘 쓰는 것인지 실 겁니다.), 모르면 물어보되 질문 준비를 잘하는게 좋겠지요. (대답할 수있는 분들은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질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당신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당신의 능력만 발휘해도 존경을 받게 될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진정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사람들의 예상과 평가를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사람들이 하나를 원했는데 둘, 셋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요. 벌써 그렇게 되면 당신은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제 리더는 다른 사람들을 마음대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능력과 판단대로 옳은 길을 가도록 유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지금 이런 얘기를 주절거리는 이유는 돈보다 더 중요한게 이런거다 라는 소극적 의미를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이런 것이 곧바로 돈으로 환산되어 부족한 자본의 약점을 보완하게  될 것이라는 적극적 의미인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돈으로 사려는 것이 무엇입니까. 상당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과 지식 아닌가요. 아마 겪어보셨겠지만 그들이 내놓는 상품은 들인 돈에 비해 너무 마음에 안듭니다. 별수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쓰거나, 으례 그렇지 뭐하고 체념하곤 합니다.

저는 지난 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쩌면 우리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그 절반쯤 되고 나머지 절반도 우리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물건도 마음에 들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자보다 돈을 절반이상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벤처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이런 겁니다. 대기업들이 무심하게 돈쓰고 품질도 안나오는 것을 대충 쓸 때 벤처가 그보다 훨씬 가격경쟁력있는 좋은 제품을 내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몇년이나 존속되기를 바라십니까. 십년, 백년... 그렇게 믿고 싶지만 대략 오년을 넘기는 회사는 10%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열에 아홉은 다섯살도 안되서 소멸된다는 얘깁니다. 10년 20년 넘은 회사도 편안하게 잘 나가는 회사는 극히 드뭅니다. 조직의 문제, 경영의 문제, 자본의 문제, 주주의 문제 등등  골치아픈 문제가 득실거립니다. 그러니까 경영컨설팅하는 곳이 그리 많고 수백종의 경영관련 서적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섯 여섯이었을 때 이런 점을 분명히 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며, 다른 회사들처럼 내내 편두통과 복통으로 시달리겠지요. 특히 우리 회사는 컨텐츠 개발과 교사, 학생등 대부분이 조직 밖에 있습니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기업문화는 반드시 강조돼야 합니다. 우리들의 이러한 문화가 외부 조직에도, 고객에게도, 제품에도 녹아들어있다면 우리 회사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저 좋은 이야기 하는가보다라고 생각지 마십시오. 그렇게 시간낭비할 만큼 여러분이나 나나 한가하지 않습니다. 요즘 너무 생각할 것이 많지 않습니까. 사람도 없어서 나말고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도 없으니 미칠 노릇이지요. 더구나 쏟아지는 질문에 답을 빨리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회사생활을 왜 이렇게 어렵게 하고 있나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그리 살아야 할겁니다. 지금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요, 직장을 천국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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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번하옵고 제 살아온 이력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스물 일곱살 때 신입기자 환영 회식자리였습니다. 선배 몇 분이 "벌써 우리 나이 서른이야,  니들은 젊어서 좋겠다."라고 가당찮은 주사를 늘어놓더군요.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서른 넘어 무슨 낙으로 사니, 이 냄새나는 노땅들아." 그렇게 주먹감자를 먹이고 난 후, 십년 동안은 정말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이력서 쓸때마다 주위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요.

그 십년은 좋게 말하면 질풍노도의 시절이요,  솔직히 말하면 무서운 줄 모르고 닥치는대로 살았습니다. 좌충우돌, 운명이 손잡아 끄는 대로 눈 질끈 감고 내달렸습니다. 몇 가지 파편처럼 떠오르는 기억을 적어봅니다.  

사회 첫 발부터 심상찮게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남들 다 가는 군대 가면서  이제야 민중의 삶 속으로 들어가누나 허튼 소리를 쳤습니다. 아뿔싸 민중은 커녕, 5공 군부의 핵심인 국방부 장관실에서 희한한 졸병 생활을 2년간 하고 나왔습니다. 대학시절 가슴 두근거리며 시위전단에 적어넣던 이름들의 실소유자들에게 척 소리 나게 경례를 붙여야 했습니다. 적어도 군대가서 축구한 얘기는 안해도 될 만큼 진귀한 경험을 했지요. 

꼴통 중대장 덕분에 머리 빡빡 깎이고 말년휴가를 나왔습니다. 학교 과사무실에서 일하던 동갑내기 아가씨가 '다 컸는데 부모님한테 손벌리지 말고 용돈이나 벌라'며 일자리를 얻어 주었습니다. 지금은 국내 최고의 전문 일간지가 된 전자신문이었습니다. 87년 입사 당시에는 주2회 나오는 주간지였고, 기자도 스무명 조금 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직장이 전반생을 결정한다는 말은 대충 맞습니다. 다 좋은데 한가지 걸리더군요. 저는 지독한 기계치요, 타고난 컴맹입니다. 하필이면 왜 가장 소질없고 관심없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됐는지. 아들아. 이런게 운명이란다.   

뜨거운 피를 주체 못하고 별 짓을 다하다가 5 년만에 조선일보로 옮겨왔습니다. 넓은 세상으로 나오니 좋더군요. 복도를 합판으로 막아서 방 모양이 찌그러진 사다리꼴이었던 조선일보 뉴미디어연구소 시절. 그래도 꿈이 있고 펄펄 넘치는 힘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비록 굴러온 돌로 사오년 헤매다 나갔지만, 조선일보의 정보화 캠페인은 내가 누렸던 가장 큰 기회였으며 보람이었습니다.   <사람과 컴퓨터>라는 섹션페이퍼를 처음으로 만들었지요. 얼마나 신이 나던지.

한국일보에서 11개월을 보낸 후 하룻 강아지 세상 무서운 줄 알았습니다. 남의 탓만 하며 살다가내 잘못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끼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습니다. 그동안 재미 붙였던 골목대장 노릇을 청산했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 어름의 어느 새벽, 동네 예배당 앞뜰에서 먼동 트는 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난생 처음 하느님에게 한번만 봐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다시는 귀찮게 안할테니 제발 이번만 어떻게 도와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다음날 디지틀조선일보 인보길사장님으로부터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나올 땐 예닐곱명이었는데 돌아갈 땐 홀홀단신이었습니다. 조선일보 IT섹션을 맡게 됐습니다. 십년차도 안되는 병아리한테 스무명도 넘는 스탭들이 붙었습니다. 조선일보 아니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입니다. 97년 IMF로 중단될 때까지 매주 이틀씩 꼬박꼬박 밤샘하는강행군이 계속됐습니다. 후배들과 디자이너들의 피와 땀을 짜내 저한테는 일생 일대의 역작을 만들 수 있었지요. 더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IMF가 왔습니다. 신문일은 여한이 없습니다. 다시 한다해도 그보다 더 잘할 자신은 없으니까요.

디지틀조선일보로 돌아갈 때부터 사업을 생각했습니다. 내 꼬라지로 미뤄보건데 정년퇴직은 어림없고, 또다시 하느님을 찾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생각끝에 친구와 디자인회사를 해보자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디자인계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여 일년동안 한번도 빼먹지 않고 토요일 밤을 같이 새웠습니다. 대단한 열정이었습니다. 배꼽 빠질 얘기지만 정작 회사가 만들어졌을 때 동참한 사람은 그 치열한 밤샘동지들중에 친구와 나 두사람뿐이었지요.

디자인중심이라는 이름을 짓고, 사업이란 걸 배우게 됐습니다. 돈벌자는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꿈 공장이란 표현이 차라리 정확합니다. 이 회사 만드는데 꼬박 일년 걸렸는데, 한번 시작하니까 석달에 한개씩 새 회사가 만들어지더군요. 어느새 고만고만한 벤처가  열손가락을 채웠습니다. IMF때는 건재하던 그 회사들이 벤처붐이 불고 나니까 시름시름 한두해만에 다 망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각 회사마다 두세명, 많게는 열명씩 대표이사님들을 배출했으니까요.

저 역시 한국소프트중심이란 벤처기업을 맡게 됐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만든  회심의 걸작이요, 벤처입국의 전형이었지요. 물론 그 회사를 입안한 공무원들은 베드로처럼 하룻밤 사이 세번이나 이 회사를 배신했지만 말입니다. 

이제사 고백합니다. 이 회사 하면서 정말 안해 본 짓이 없습니다. 인생 경험 쌓는덴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으나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졌습니다. 정말 안풀리더군요. 핑계댈 것도 없이 제 무능과 부덕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돈버는 사업은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면 된다고 우기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겁니다. 

또 한가지, 기업이 하는 일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절대로 삼가해야 합니다. 둘은 언제나 동상이몽일 뿐입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른 생각을 합니다. 서울사람들은 알만큼 아는데 지역으로 가니까 여전히 정부가 물색없이 나서더군요. 자동차로 두세시간 거리인데 그 중대한 시행착오의 경험은 걸음마로 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만 물러서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날부터 파자마 세개가 닯을 때까지 두문불출했습니다. 실패를 받아들이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분노와 모멸감때문에 폐인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노이로제로 정신병원 문앞까지 갔다왔습니다. 저를 내쫓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난 후에야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도저히 서울에 못있겠더군요.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머리식힌다고 둘러댈 만큼 잘한 일도 없으니, 도망이라고 하는게  딱맞습니다. 워낙 돌아다니는 걸 싫어하고 잠자리를 가립니다. 서울 말고는 단 한달을 머물렀던 곳이 없더군요. 고맙게 전주에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연고가 없으니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세상 편했습니다. 사람들 사귀는게 겁이 나서 모임에도 전혀 나가질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살았던 정반대로 가자고 결심했습니다. 무조건 천천히 가자, 어쨌든 조용히 살자. 좌우명이 <오바하지 말자> 였습니다.첫해는 무사히 온탕이었는데, 이듬해는 냉탕으로 바뀌더군요. 어리석은 제가 한가지 잊었던 게 있었습니다. 제깐에는 조심하느라 했는데 그나마도 급하고 시끄러웠던 모양입니다. 열탕되기 전에 황급히 올라왔습니다. 도망갔다 도망온 셈입니다.   

무슨무슨 시대라는 정치적 수사가 도시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적이 제 기억엔 없습니다. 지방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하는 분들은 마치 다 아는 것 처럼 얘기합니다. 하지만 제 조막만한 경험으로도 그것은 어림없는 착각입니다. 지역문제를 비롯해 국민들이 힘겨워하는 여러가지 현안들은 웬만한 경륜과 개혁으로는 움쩍도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불행은 과거 잘못된 습관들의 보복이라 했던가요. 때맞춰 개혁하지 못하고, 날잡아 혁명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살아온 과거는 오늘에 이르러 불행과 한숨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마치 어젯밤 편한 잠에 들지 못하고 내내 뒤척여야 했던 어떤 중년 남자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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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 내주신다고 뭘 더 써보라는데 딱이 쓸게 없습디다. 이 풍진 세상 살아온, 이젠 유혹마저 강 저편으로 흘려보낸 한 남자의 이력을 써보았습니다. 원고자 열장에 맞춰 쓰려 했는데 좀 길어졌나요. 써놓은 걸 보니 빌어먹을 중생이 아직도 세상에 미련이 많은가 봅니다. 정말 소중한 것들은 하나도 안썼습니다. 내년 이맘때 한번 더 써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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