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내가 모르는 내가 있다.
지난번 편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신나게 할 것인가에 대해 4단계의 방법론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신난다는 것이 황홀경, 즉 ecstacy라 한다면 ex(밖에)+stasis(서있다) =나를 내 밖에 서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때 나라는 존재는 마치 유체이탈을 하듯 분리가 됩니다. 앞에 있던 나는 그동안 뒤에 있는 내 안에 갇혀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인가 내가 몰랐던 나의 실체가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또는 먼 옛날의 가물가물한 추억이나 혹은 나도 몰래 잠재돼있던 강렬한 소망이 마치 현실에서 이루어진 듯 기쁨에 몸을 떨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이 나는 현상은 단 한번의 실천으로 끝나지 않고 나를 자각시켜 계속 반복, 확대하게 추동합니다. (우리 주변에 중독증세를 가져오는 것들을 상상해보시면 쉽겠지요.)
우리는 아이들의 자아내부에 숨어있는 '또다른 나'에 주목합니다.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계기로, 어떤 목적으로>끄집어 낼 수 있다면 신나는 아이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실 수많은 교육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각별한 효과를 냈다고 알려진 교육은 별로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합니다. 그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그 목적과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과정과 수단으로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어렵사리 얻은 교육효과를 단번에 무효화시키기에 충분한> 강제를 별 생각없이 아이들에게 행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신나는 아이들 주식회사>의 교육프로그램이 교사/ 학부모들과 일정하게 연계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즉 지속적인 교사 재교육을 통해서, 교사들의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에 대한 세심한 당부를 통해서 우리 교육의 성과는 보호돼야 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무엇보다 훌륭한 우리의 경쟁력이요, 진입장벽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사업이 확장되는데 결정적인 마케팅 포인트가 되겠지요.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쯤 되면 어떻게 확대해야 겠다는 지침만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의 축적되는 경험과 시행착오를 미리미리 반영할 준비가 돼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내안의 나를 끄집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신나게 노는 나를 보며 <정말 의외였다>느니 <그런 면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또는 <마치 다른 사람같다> 라고 말합니다. 그것을 숨겨진 끼라고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안의 나>를 끌어내는데 부끄러워 합니다. 자기 희망이나,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 앞에 꺼내놓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합니다. 수십년동안 끊임없이 속박당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의도적으로,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아 원래 내 꿈은 자꾸 내 안으로 파고들어가 앙금으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권위주의적이고, 하향일방의 사회체제에서 그 영향은 더욱 강하겠지요. 어른들보다 아이들. 나이가 어릴 수록 내안의 나를 끌어내는데 훨씬 자유롭습니다. 그만큼 나 자신 또는 외부의 속박을 덜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나는아이들 주식회사>의 교사들이나, 학부모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나는 우리들의 교육방법론을 통해서 아이들 교육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이들 교사와 학부모들도 자연스럽게 교정의 기회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했을 경우 최소한 우리 교육의 효과가 지켜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안의 나>를 끌어내기 위해 <내안의 나>를 여러가지로 이미지화하는 훈련부터 시작합시다.
어렸을 때 이미 우리는 자신을 왕자나 공주로, 사이보그나 우주전사로, 아인슈타인이나 모짜르트로, 장동건이나 김희선으로 상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처럼 등에 망토를 달고 높은데서 뛰어내렸고 잘치지도 못하는 피아노 건반을 뚱땅거리거나, 거울을 보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매일 그림일기에 그런 멋진 나의 이야기를 그렸고 사람들 앞에서 즐겨 이야기 했으며, 사진이나 인형을 부지런히 모았습니다.
그런 <기쁜 나의 어린 날>이 사라지게 된 이유를 잘 아실 겁니다. 왕자나 공주가 되기에 우리 집은 너무 가난했고, 우주전사를 꿈꾸기엔 리얼리티가 항상 모자랐습니다. 간단한 산수도 못한다는 꾸지람을 듣고 아인슈타인을 포기했고 못생겼다는 한마디에 장동건은 접었습니다. 그나마 음악을 하고 싶은 꿈은 제법 오래 갔었는데 딴따라가 될 거면 호적 파서 나가라 하시는 바람에 가슴에 묻기로 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 때보다 훨씬 빨리 <철이 들기 때문>입니다.
줄리어드 음악학교의 권장도서로 알려진 <Artist's Way>-줄리아 카메론 저-라는 책은 한때 예술가를 꿈꾸던 보통 사람들이 <내 안에 내가 모르는 아티스트가 있다>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하고 그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용기있게 실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3페이지씩 <모닝 페이퍼>를 작성하라고 요구합니다. 무슨 내용이든, 누구에게 하는 얘기든, 칭찬이든 욕이든, 희망이든, 좌절이든, 속안의 얘기를 숨기지 말고(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고, 다시 읽지도 말고) 적으라 합니다. 그러면 내안의 내가 서서히 침묵을 깨고 속삭이기 시작한다는군요.
또 한가지 방법은 매주 두시간씩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것을 하랍니다. 내안의 <어린아이같은 나>를 데리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 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일체 안되고 꼭 나와 <내안의 어린아이> 둘만 가야 합니다. 드라이브도 좋고, 산책을 하거나, 영화관에 가거나, 게임을 해도 좋습니다. 단 그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보라는 것이지요. <모닝 페이퍼>가 자아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아티스트 데이트>는 자아가 원하는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두가지 작업을 12주동안 하게 되면 <내안의 나>는 훌륭한 소년이나 청년이 되어 내게 새로운 탄생의 기쁨을 주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내안의 나를 발견하고 키우는 훌륭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안의 나를 끌어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지로 만드는 것> 즉 또 다른 나인 <아바타(Avatar)>를 만드는 것입니다. 몇해전만해도 아바타는 매우 어려운 철학적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어린 아이들까지 다 알만큼 널리 알려진 단어입니다. RPG게임이나, 포털에서 <아바타 꾸미기>로 익숙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그다지 간단하진 않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캐보기로 하지요.
avatar : 1. a god's coming down in bodily form to the earth; incarnation of a god 2. any incarnation or embodiment, as of a quality or concept in a person
직역을 하자면 <신이 지상에 육화된 모습으로 강림한 것><신의 화신> 또는 <사람 안의 어떤 형질이나 컨셉이 구현된 것>이겠지요. 그 뜻을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면 아바타는 <내안의 내가 갖고 있는 특성과 컨셉이 육화된 모습으로 구현된 것>입니다.
따라서 나와는 매우 다른 외모와 성격을 갖고 있기가 쉽습니다. 남자가 여자 아바타를 가질 수도 있고, 어른 형상을 원할 수도 있으며, 나무나 돌, 또는 추상적 형태를 아바타로 정하기도 할 것입니다.동시에 여러가지 아바타를 정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을 아바타로 늘어놓고 설명한다면 그사람의 <내안의 나>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여기서 신이란 <신나는아이들>의 신과도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아바타는 마치 아이돌처럼 자기 신끼를 담도록 해야 합니다. 신나는 생각의 구현체라는 뜻이지요.
자,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우리의 <아바타 교육방법론>을 거칠게 표현하자면
1. 아이들이 자기의 특성과 컨셉을 발견한다.
2. 그것을 아바타로 만들고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3. 아바타를 통해 어느 덧 <내안의 나>를 만난다.
4. 아이들이 <내안의 나>를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우리가 어떤 내용의 교육을 하든 (음악, 미술, 영어, 리더십, 연극, 체육 등) 이 교육방법을 적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리더십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먼저 생각해봅시다.
1단계. <내안의 나> 발견하기
- 아바타에게 편지하기(모닝페이퍼)
- 자료 수집,정리하기 (사진, 그림 등)
- 아바타 만들고 수정하며 이야기(컨텐츠) 만들기
- 아바타 사이트 만들기(조언받기)
2단계. 표현하기
- 아바타 PT(내 아바타 사세요- 아바타 옥션)
- 옥션에 내놓을 아바타 만들기(가면, 뱃지, 티셔츠, 점토인형, 이야기책 등)
- 최우수 아바타 인기투표
- 자서전 만들기(그동안의 이야기와 자료등을 담은 책)
3단계. 인정받기
- 서로서로 팬클럽 만들기
- 팬클럽 이벤트 기획, 회장 뽑기.- 역할바꾸기
- 아바타 역할극 만들기 (이순신, 보아, 링컨이 만났다 - 화해 2003)
- 아바타 퀴즈쇼(돌아가며 아이들이 출제- 자기 관심분야 알리기)
4단계. 세상으로 눈돌리기
- 내가 생각하는 미래(꼴라주 방식 도입 - 내옷, 내친구,내집, 우리 세상, 우주, 자연 등)
- 지금 세상과 무엇이 다를까.
-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모의 UN총회)
- 방학 캠프 기획하기.
생각하기 따라 얼마든지 많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 아마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나중에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갈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목표와 의미, 즉 어떤 의미있는 결과물을 낼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과정내내 잊지 않고 환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에 결과물에 주목하라는 것은 목표달성에 골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안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내안의 나>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 없고, 아이들도 잘 따라오지 못하니까 아무렇게나 얼렁뚱땅 해치우면 뒷단계로 갈수록 몹시 힘들어집니다. 아이들에게 의미를 깨닫게 하고 주별, 월별 목표를 제시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과정을 정해서 한발한발 다가갈 것입니다.
교사는 충실한 조언자, 칭찬 도우미로 한걸음 뒤에서 쫓아가면 됩니다.
우리교육의 또다른 목적은 아이들이 신나는 삶을 살아갈 수있게 기초를 닦는 것입니다. 즉 신나게 사는 능력, 기쁨을 얻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실은 <능력>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얼마전 <쟁반 노래방>이라는 프로그램에 박예진과 서민정이라는 탤런트가 출연한 적이 있었지요.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 내로라하는 진짜 음치들이었습니다. 우리들에겐 연예인은 무조건 노래도 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두사람 때문에 출연자와 시청자들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약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 용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남들을 즐겁게 하는 강점이 될 수있습니다.
노래는 무조건 잘해야 하고, 그것은 분명히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부담만 더해지고, 해결하기가 더욱 고약해질 뿐이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우선 남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래 잘한다고 마이크 오래 잡으면 다들 싫어하는 것처럼 노래를 못해도 분위기 파악만 잘하면 얼마든지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용기있는 엔터테이너였습니다.
카메론디아즈가 나오는 영화 <내남자친구의 결혼식>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지요. 골탕 먹이려고 음치인 주인공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지만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박수와 환호를 받게 됩니다. 돼지 멱따는 소리였지만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서 불렀기 때문에 감동적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웅변학원 보내봤자 효과없더라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나마 남들앞에 나서는 용기를 키울 수 있었다면 다행입니다. 스피치 스킬을 가르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현란한 미사여구와 화려한 제스추어를 구사하는 정치인보다 스님의 나즈막한 몇마디가 훨씬 감동적인 이유를 깨달아야 합니다. 혀로 하는 얘기와 가슴속에서 끄집어내는 얘기의 차이지요. 자기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아이들의 용기에 가장 좋은 보약은 칭찬입니다. 칭찬은 몰입하게 하고, 몰입은 기쁨을 가져옵니다. 그 기쁨은 다른 사람들도 기쁘게 만듭니다.
<내인생을 바꿔주는 칭찬 한마디>-후쿠다 다케시-라는 책을 보면 칭찬의 고수가 되는 법이 잘 나와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칭찬에 익숙치 않은 엄숙주의적 교육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칭찬하고 싶어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당황하게 됩니다. 교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칭찬하라고 해도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칭찬도 받아본 사람이 받고, 할 줄도 압니다. 교사 교육과정에서 정말 많은 칭찬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합시다. 또 교사들끼리도 칭찬하는 습관과 테크닉을 자연스럽게 숙달시키도록 합시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며, 현장 세일즈맨이고, 경쟁력의 핵심인 교사들에게칭찬을 해준다면 교육목적 뿐 아니라 조직관리상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겠지요.
<신나는 아이들>주식회사는 칭찬주식회가입니다.
후쿠다 다케시가 가르쳐주는 칭찬의 기술 10가지를 소개합니다.
1. 상대방의 장점에 관심을 갖는다.
2. 진심으로 칭찬한다.
3. 어떤 점이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4. 잘했을 때 바로 칭찬한다.
5. 당연한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칭찬한다.
6. 상대방의 결점을 칭찬한다.
7.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칭찬한다.
8. 제삼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칭찬한다.
9. 전화나 메모를 이용해 칭찬한다.
10. 칭찬한 후 다음 목표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