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까닭은 자기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대개 할머니들은 노환때문에 병원에 가야한다고 하면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라며 손사래를 치시곤 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 병을 키워 돌아가시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기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이렇듯 죽음으로 가는 병이다. 그러나 자신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유행가 가사가 똑 맞다.  대신 다른 사람의 마음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사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내 마음조차 모르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하지 않나. 사회적 통념과 각자의 역할에 따라 그렇게 규정하는 것 뿐이다. 남편은 어떻게 해야하고 부인은 어떻게 해야한다 또는 사장은 이렇게 하고, 과장은 저렇게 해야한다라는 일반적 상식에 근거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고 그 사람의 심리를 읽으려 하고, 나아가 어떤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그 사람 역시 그러한 통념과 상식에 근거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구구절절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고, 요구받은 대로 일단은 살아가려 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거절하거나 무시할 경우 치명적 타격을 받기 때문에.

여기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이 귀담아들어야할 힌트가 있다. 조직운영을 위한 최소의 노력은 위의 경우처럼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다 . 이런 요구조차 게을리한다면 조직은 정말 개판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착각하기 쉽다.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라고 하면 각자 알아서 하라는 뜻인데 무엇을 알아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통념과 상식에 근거해 명령하지 않으면 로보트처럼 멍하게 있을 뿐이다.

조직 운영자가 최소한 기본 명령어를 입력시키지도 않고 자율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직무유기이며, 엉터리 개똥철학에 불과하다. 이런 조직은 리더의 역할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며 그 리더가 없어지면 곧바로 붕괴된다. 우리는 이 정도의 가장 낮은 수준의 조직이 되려는게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본다. 내가 나 자신을 아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쉬운 질문부터 던져본다. 네가 원하는 것부터, 그것도 가장 단순한 것부터 얘기해보자. 대부분 돈을 좀 벌면 미쳤다고 직장을 다니냐고 말한다.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더 좋은 일이 있다면 당연히 직장은 그만둘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직장 다니는게 좋으면 굳이 그만 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만났으니까 왜 다니는가부터 답을 찾아보자. 정답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얘기해보자.

돈 벌러 나왔으니 월급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 체면도 있고 또 성격도 있으니 제법 높은 자리에 있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서로 존경과 사랑을 베풀면서 즐겁게 지내길 원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일이 마음에 쏙 들어서  평생 이 일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직장은 곧바로 지상천국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천국을 꿈꾸는 것은 자유지만, 치러야할 댓가가 엄청나다. 쉽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착하게 살면 천국간다고 말들 하지만 잘못하면 굶어죽거나, 홧병나서 죽거나, 정신병자로 손가락질 당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이해집단인 직장을 지상천국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분명히 치러야할 댓가가 있다면 그것조차 기쁨이고 즐거움이면 좋지 않을까.

마더 테레사는 병든 자 고통받는 자를 돕는 일을 일생의 낙으로 생각했고 그 낙이 곧바로 천국의 시민권이기도 했다. 이왕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면 그 과정이 즐겁고 또 그로 말미암아 지상천국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매일 혼나고 욕하고 싸움하면서 그래야 겨우 돌아간다면, 그리고 구성원들이 <월급을 스트레스 받는 댓가>라고 생각하는 직장이라면 이것이 곧 지옥이 아닐까. 그런 회사가 잘 될 턱이 있으며, 구성원들이 붙어있을 리 만무하다. 뒷돈이 아무리 많고, 아이템이 아무리 좋다해도 성공할 수가 없다.

당신은 직장생활을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댓가 또는 어떤 기여를 하시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별다른 직장의 변화는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뭔가 달라져야 합니다.

당신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릅니다. "내가 뭘 잘하는게 있어야지." 아닙니다. 여기까지 생각했다는 것 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훌륭합니다. 당신이 뭘 잘하는지 혼자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여차하면 자기만족 또는 착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능력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잘 압니다. 소문에 그렇다더라하는 막연한 평가는 아무 쓸모없습니다. 정말 내게 소중한 평가는 나와 직접 일해본 동료들이 내리는 평가입니다.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이해하고 잘 협력해주는 사람을 가장 높게 평가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줄 때 가장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그렇게 하는 사람이 가장 능력있고 존경받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서 남들이 뭘 바라는지 딱딱 알아서 내 능력을 발휘했을 때 존경받게 되고, 그로 인해 직장은 내게 천국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겠군요.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일 말고는 잘 모릅니다. 사장이나 일부 임원을 제외하고는 자기 일하기도 급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내업무를 넓게 알고 관여하는 사람이 대개 능력있는 사람이며, 지위나 연봉이 높지 않습니까. 자, 다른 사람들의 일을 잘 몰랐다는 것에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능력을 인정받고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하려면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일을 몰라서는 안됩니다. 꼭 알아야 합니다.

이 점에 동의하신다면 당신의 이미 절반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99%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을 당신은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젠 어떻게 알면 되는지 좋은 방법만 찾아내면 됩니다. 그리고 꼬박꼬박 지키면 됩니다. 대개 방법은 알면서도 지키지 못해 끙끙거리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들으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와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겠으면 무엇이 문제이냐고 물으면 그만입니다.

둘째, 그 자리에서 내가 무엇무엇을 해주겠다고 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렵거나, 부담스러우면 잠시 정리할 틈을 가지십시오.다시한번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회의록이나 보고서를 읽어보거나 또는 관련부서 사람들과 티미팅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세째, 공식회의이며 자기가 담당자일 경우, 또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업무를 위임받았을 경우,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용폴더를 만들어 사람들이 즉시 열람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물론 대외비 처리등은 해야겠지요.

네째, 문제의 중요성이나 정확한 의미가 파악되지 않을 경우, 또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를 경우엔 빨리 경험있는 상급자나, 코치, 대표이사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역시 그 분들도 나를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될 것이므로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통해 문제를 숙지할 수있도록 사전작업을 해야겠지요.

결국 당신이 습관처럼 해야할 일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대개 회의가 많은 사람들은 허세이고 비공식 미팅이 많은 사람들이 실세입니다), 회의록을 잘 작성하는 것이고(회의록이 어떻게 쓰이는지 예상해보면 어떻게 해야 잘 쓰는 것인지 실 겁니다.), 모르면 물어보되 질문 준비를 잘하는게 좋겠지요. (대답할 수있는 분들은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질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당신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당신의 능력만 발휘해도 존경을 받게 될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진정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사람들의 예상과 평가를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사람들이 하나를 원했는데 둘, 셋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요. 벌써 그렇게 되면 당신은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제 리더는 다른 사람들을 마음대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능력과 판단대로 옳은 길을 가도록 유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지금 이런 얘기를 주절거리는 이유는 돈보다 더 중요한게 이런거다 라는 소극적 의미를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이런 것이 곧바로 돈으로 환산되어 부족한 자본의 약점을 보완하게  될 것이라는 적극적 의미인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돈으로 사려는 것이 무엇입니까. 상당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과 지식 아닌가요. 아마 겪어보셨겠지만 그들이 내놓는 상품은 들인 돈에 비해 너무 마음에 안듭니다. 별수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쓰거나, 으례 그렇지 뭐하고 체념하곤 합니다.

저는 지난 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쩌면 우리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그 절반쯤 되고 나머지 절반도 우리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물건도 마음에 들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자보다 돈을 절반이상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벤처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이런 겁니다. 대기업들이 무심하게 돈쓰고 품질도 안나오는 것을 대충 쓸 때 벤처가 그보다 훨씬 가격경쟁력있는 좋은 제품을 내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몇년이나 존속되기를 바라십니까. 십년, 백년... 그렇게 믿고 싶지만 대략 오년을 넘기는 회사는 10%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열에 아홉은 다섯살도 안되서 소멸된다는 얘깁니다. 10년 20년 넘은 회사도 편안하게 잘 나가는 회사는 극히 드뭅니다. 조직의 문제, 경영의 문제, 자본의 문제, 주주의 문제 등등  골치아픈 문제가 득실거립니다. 그러니까 경영컨설팅하는 곳이 그리 많고 수백종의 경영관련 서적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섯 여섯이었을 때 이런 점을 분명히 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며, 다른 회사들처럼 내내 편두통과 복통으로 시달리겠지요. 특히 우리 회사는 컨텐츠 개발과 교사, 학생등 대부분이 조직 밖에 있습니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기업문화는 반드시 강조돼야 합니다. 우리들의 이러한 문화가 외부 조직에도, 고객에게도, 제품에도 녹아들어있다면 우리 회사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저 좋은 이야기 하는가보다라고 생각지 마십시오. 그렇게 시간낭비할 만큼 여러분이나 나나 한가하지 않습니다. 요즘 너무 생각할 것이 많지 않습니까. 사람도 없어서 나말고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도 없으니 미칠 노릇이지요. 더구나 쏟아지는 질문에 답을 빨리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회사생활을 왜 이렇게 어렵게 하고 있나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그리 살아야 할겁니다. 지금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요, 직장을 천국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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