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것은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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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최영미란 사람과 몇번 마주친 적이 있다

보기 드물게 훤칠하고 늘씬한 그는

내 기억속에 항상 청바지와 짙푸른 색깔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후로 십여년이 지난 후

신문에 난 그녀 사진의 크기를 보고 놀랐고

그녀가 시인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몇권의 책을 더 사봤지만

아직도 나는 책 내용의 느낌과 예전 기억을 일치시키기 어렵다

그녀가 들으면 싸늘하게 웃겠지만

언제쯤이면 처음의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다

삭막했던 시절 밟혀 찌그러졌어도

푸른 청춘이 좋았다. 비장해서 좋았다.

이 시에는

비장했던 사랑의 추억이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다.

 


 

 

 

 

 

 

 

 

아깝게 동백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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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월 28일 봄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다.

어제까지 봉오리로 점점이 남아있던 개나리꽃도 만개했고

덩달아 진달래꽃, 조금 이르다싶은 살구꽃, 목련까지

낼모레 비온단 얘길 누구에게 듣고 이리 서둘러 피워내는가.


 

 

 

 

 

 

 

 

 

 

살구꽃 - 벚꽃은 나무등걸이 매끈하단다. 살구나무는 소나무 둥치같은데.

 

 

 

 

 

 

 

 

 

 

 

 

 

살구꽃 - 정말 아름다운 연분홍. 립스틱 색깔로 최적.


 

 

 

 

 

 

 

 

 

살구꽃마을 가고싶다- 보리밭 두둑도 밟고싶다


 

 

 

 

 

 

 

 

 

 

개나리꽃 - 꽃하나로 보면 예쁠 것 하나 없는데.


 

 

 

 

 

 

 

 

 

 

개나리꽃잎 - 노란색의 정수


 

 

 

 

 

 

 

 

 

 

 

진달래꽃 - 이렇게 처량맞은 봄꽃도 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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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은 지난 일년동안 줄곧 마케팅 실적에서 선두를 지켜왔다. 나는 마케팅부장이지만 그는 거의 TFT에서 활동해 내 지시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최근 내가 부서회의에 참석하라고 하자 김과장은 가뜩이나 바빠죽겠는데 쓸데없이 회의에 오라고 한다며 화를 냈다. 그리고 가능하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간섭을 삼가해달라고 했다.

"저는 마케팅팀에 속해있지만 항상 독립적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부장이 개최하는 이 미팅에 참가할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필요도 없는 얘길 들어줘야 합니다. 회의하지 않아도 제 마케팅은 효과가 있고,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미팅이 외부에서 마케팅 활동을 할 나의 시간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겁니다."

Q. 나는 자네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네. 그건 자네도 느낄 거라고 믿네.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얘기는 자네의 성공을 위해 하는 얘기라고 받아들여주고 가능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세. 물론 그건 자네가 믿어준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겠지. 한번 해보겠나.

A. 좋습니다. 저도 부장에게 특별히 반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좋은 결론이 난다면 저도 나쁠게 없지 않겠습니까.

Q. 고맙군. 우선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내게 얘기해주겠나. 물론 자네를 돕기 위해서 묻는 질문이네.

A. 아실겁니다. 작년 연말에 수립한 사업계획에 따라 벌써 본격적인 1사분기 사업에 착수했지 않습니까. 제가 맡은 일은 작년 우리가 인수합병한 A제과의 상품과 저희 상품을 통합해 새로운 컨셉의 라인업을 잡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각종 자료를 넘겨받아 새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Q. 매우 중요한 일이야. 일이 무척 많을텐데 현재 여건은 어떤가? 혹시 도와줄 만한 일이 있나?

A. 사실 손이 무척 모자라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팀워크를 맞춰왔던 요원들과 이대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새로 사람이 들어오면 그걸 챙기는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다른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가지 프로젝트들과 어떻게 일정 등을 맞출 것인지가 과제인데 그런 정보를 제대로 정리하는 조직이 없더군요. 직접 하려니까 시간소모가 큽니다.

Q. 회사내 프로젝트 진행상황이 집중되는 곳이 기획실과 마케팅부, 그리고 자네가 맡고 있는 TFT아닌가. 우리 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자네 입맛에 맞게 정리해주지 못하는게 유감일세. 우리도 아다시피 손이 모자라지 않나. 나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해. 좀 일원화된 상황실이 있으면 모두 좋을텐데 말야.

A. 그렇다고 어느 한부서에서 다 맡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Q. 자네가 전사적인 프로젝트 상황실을 조직해보면 어떻겠나? 마케팅도 적극 협력할 것이고, 기획실 박부장은 내가 얘기해보겠네.

A. 솔직히 하고 싶긴 하지만 제가 책임을 맡기는 부담스러운데요. 필요하긴 해도 제 일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Q. 굳이 처음부터 형식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부서 연석회의로 정보교류를 시작하고, 각자 필요한 자료를 주고받는 실리위주의 시스템을 만들면 어떤가. 회의록은 돌아가면서 작성해 관련부서가 회람하도록 하면 될테고.

A. 그럼 괜찮겠군요. 일단 각부서의 니드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으로 정기회의를 소집할 것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내 서버에 세 부서가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을 만들어놓는 것도 좋겠군요. 그러면 회의도 훨씬 간편해지고, 평소에 소홀했던 담당자들간의 협조도 원활해질 것 아닙니까?

Q.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로군. 역시 IT는 젊은 사람들을 못따라가겠어. 혹시 다른 문제들은 없을까?

A. 저를 부르셨던 이유는 회의때문 아니었나요? 그 말씀은 안하셨는데요.

Q. 나는 형식적인 회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네. 사실 자네를 회의에 참석하라고 한 이유는 팀원들 대부분이 자네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일세. 자네의 탁월한 능력과 업적을 본받으려는 후배들이 많네. 그들과 가끔 자리를 만드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네. 그것을 미리 얘기하기가 그랬고, 나 역시 자네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형편이라 오해가 생긴 듯하이.

A. 저 역시 TFT에 들어가서 일하는 바람에 후배들과 함께 얘기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내에 하도 의례적인 회의가 많다보니 제가 성급하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마케팅부의 업무회의에 매번 참석하기 보다 한달에 한번씩 저희TFT의 진행현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해주신다면 준비를 잘해보겠습니다.

Q. 그렇게 하는 것이 자네에게 어떤 유익한 점이 있는지 모르겠네. 형식적인 것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A. 길게보면 저 역시 마케팅부로 돌아가야 합니다. 설사 TFT가 계속 만들어져도 새로운 인원이 들어와야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그래서 마케팅부 후배들과는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달에 한번이라면 그렇게 부담없습니다.

Q. 좋아. 그렇게 하지. 오늘 코칭을 갑자기 하게 됐네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얘기해보게.

A. 외람된 말씀이지만 오늘 부장과는 언성을 높이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부장께서 저를 위해 코칭을 하시겠다고 하는 바람에 기선을 빼앗겼지요. 솔직히 무슨 기술이지 싶었습니다. (웃음)그래도 저 위해 하겠다는데 밑져야 본전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저희 TFT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무리했던 것을 솔직히 털어놓으니 해결책이 저절로 마련되더군요. 특별한 오해가 없으니 눈치볼 것도 없어서 아이디어가 쉽게 나왔습니다. 회의에 관한 문제도 시간이 부족한 제 사정을 이해해주시니 제가 꼭 해야할 것은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런 회의가 꼭 필요하겠다 싶어 두루 윈윈할 수 있는 회의방식을 착안하게 되더군요.

Q. 사실 코칭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어놓지 않으면 조건이 맞지 않아 매우 어렵다네.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내가 고맙군. 우리 부원들에겐 자네 의견을 전달해놓겠네. 첫 합동회의 날짜는 협의해서 잡도록 하자구.

A.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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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에 새로 팀장 한사람이 입사했다. 그러나 박팀장 그녀는 팀을 관리하는 방식이 독특했다. 좋게 말하면 자기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일테고, 나쁘게 얘기하면 팀원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녀의 상관으로서 이런 관리방식에 대해 한마디 해야할 것 같다.

"박팀장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직원들을 다루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녀는사람들에게 할 일만 말해줄 뿐 어떠한 지침도 내리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그녀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나는 박팀장에게 이 점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회사에서 우리의 일반적인 접근방법은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그 방법을 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Q. 아직은 그녀의 관리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내에서 또는 당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그 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박팀장의 스타일이 낯설기도 하고, 구체적인 업무지휘를 안하니까 당황스러워 하기도 합니다. 박팀장은 하루 9시간 근무만 정확하게 하고 자기 출퇴근 시간을 정해서 팀원들에게 그 안에 결재를 받으라고 한답니다. 질문하면 당신의 생각이 뭐냐고 물어보고 알아서 하라는 정도로 대답한다는군요. 이렇게 무책임해서야.

Q. 당신이 구태여 얘기를 꺼낼만큼 상황이 심각한가요?

A. 팀장과 팀원들이 점점 따로 노는 것 같아서요. 더 심각해지면 양쪽 다 피해를 볼 것 같아 사전에 예방하려는 것입니다. 다른 부서에서도 수근거리는 모양입니다. 물론 박팀장의 업무스타일이 독특하긴 하지만 회사 일에 특별히 지장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결재나 보고도 정상적이구요.

Q. 팀원들 얘기를 들어볼까요? 불만을 갖고 있는 팀원들은 팀장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요?

A. 다 들어본 건 아니지만 몇몇 직원들은 팀장이 여자라서 회사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집에 있지 회사에 뭐하러 나오느냐는 거지요. 팀원들은 다른 팀의 남자팀장들처럼 같이 어울리고 흉금을 터놓으며 지내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박팀장이 너무 개인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겠지요.

Q. 문제가 박팀장에게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 팀이 어떻게 지내기를 바라십니까?

A. 그 팀은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 서로 마음을 합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박팀장은 팀원들을 좀더 자상하게 배려하고 팀원들은 박팀장의 스타일중을 무조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Q. 좋습니다. 그런데 팀장과 팀원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제가 한번 만나본 바에 따르면, 박팀장은 자기가 전직장에서 했던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것 같고 오히려 팀원들이 뭘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팀원들은 팀장이 이 회사의 문화도 모른채 개인주의적인 자기 스타일만 고집한다고 불만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말이 안통하는 거죠.

Q.전직장의 경험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직장과 지금 다니는 회사는 여러모로 다른데도 조직관리방식을 바꿀 생각을 안하는 거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A. 그 회사에서 그런 방식이 먹혔던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하고, 이 회사에선 왜 다른 방식으로 조직관리를 하는지 그 차이를 생각해보라고 하겠습니다. 조직이 달라지면 사람다루는 방법도 달라지는게 맞습니다. 회사의 차이를 잘 분별해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매니저이지요.

Q.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전직장은 역사도 오래된 대기업이기 때문에 업무분장이 잘 이루어져 있고, 자기 할 일만 하면 그만인 조직인데 반해 이 회사는 출범한지 이년밖에 안되고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조직이라 구성원간에 회의와 대화가 많이 필요한 곳입니다. 따라서 팀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옳은 것인지 항상 궁금하고 확인을 원합니다. 즉 회사의 상황과 조직의 요구를 매니저가 판단해서 적절한 관리방식을 구사해야 옳다는 겁니다.

Q. 팀원들에게도 하실 말씀이 있지 않겠습니까?


A. 박팀장의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계속 업그래이드해야하는 것은 맞지요. 비록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분산이 이루어지도록 관리방식이 바뀌어야 하는건 맞습니다. 결국은 팀원들도 대기업의 뛰어난 관리기법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스스로도 발전하지요.

Q. 양쪽이 합리적으로 합의에 이르도록 만들 방법은 없습니까?

A. 글쎄요. 술자리를 마련하거나 MT를 가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만, 자칫 피상적인 논쟁으로 흐를 우려가 있어서...

Q. 그렇다면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떻습니까?

A. 그게 좋겠군요. 이번 프로젝트를 조기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팀워크를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요구하면 어떨까요? 그렇잖아도 앞으로 프로젝트를 PM방식으로 해야하느냐, 기존 조직내에서 하는 게 좋으냐, PM의 책임과 역할, 인사고과 반영문제 등등을 놓고 경영진들이 숙고하는중입니다. 현장의 의견을 경영진에 직접 제안해보라고 그 팀에게 얘기하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양족의 이견을 좁히면서 회사에도 좋은 제도를 제안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되겠군요.   

Q. 잘됐군요. 그 과정에서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겠습니까?

A. 사전 정지작업 없이 토론에 들어가면 감정적인 발언들이 튀어 나와서 회의가 엉뚱하게 갈 우려도 있습니다. 박팀장에게도 회의취지를 잘 설명하고 팀원들의 말을 경청하라 이르겠습니다. 또 팀원들에게도 회의가 개인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선 안된다고 얘기해두겠습니다.

Q.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코칭경과를 정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이질적인 집단에서 큰 사람들이 한 조직에 있다보면 문화의 차이때문에 갈등을 빚을 때가 많습니다. 그때 한쪽의 역성을 들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코칭을 받기전에는 박팀장에게 문제가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그대로 얘기했다면 박팀장은 크게 상심하거나 반발했을 겁니다. 현조직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관리노하우를 개발해보자는 제안은 그녀에게도 기회가 되겠지요. 직원들도 그 과정에 동참해서 의견도 개진하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꾸는 자세가 필요할 겁니다. 힘을 합쳐 잘해보자는 원칙, 그리고 경청하겠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가능하겠지요.

Q.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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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따기

김소월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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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의 시는 고향과 같다.

그리 넉넉하지도, 결코 화려하지도 않다.

세상의 시라고 어디 다 편할까보냐,

그래서도 못쓰는게 시라고 했다만,

병들고 살 아프면

고향같은 소월의 시들이 생각난다.

따가운 봄볕

겨울 끝바람에 머리칼 흐트러지는데

하릴없이 풀잎 따 던지면

저만치 뱅글뱅글 해찰하며

이따끔 꾸벅꾸벅 자맥질도 해가며

흘러가는 내 젊은 시간들을 바라본다.

200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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