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은 지난 일년동안 줄곧 마케팅 실적에서 선두를 지켜왔다. 나는 마케팅부장이지만 그는 거의 TFT에서 활동해 내 지시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최근 내가 부서회의에 참석하라고 하자 김과장은 가뜩이나 바빠죽겠는데 쓸데없이 회의에 오라고 한다며 화를 냈다. 그리고 가능하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간섭을 삼가해달라고 했다.
"저는 마케팅팀에 속해있지만 항상 독립적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부장이 개최하는 이 미팅에 참가할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필요도 없는 얘길 들어줘야 합니다. 회의하지 않아도 제 마케팅은 효과가 있고,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미팅이 외부에서 마케팅 활동을 할 나의 시간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겁니다."
Q. 나는 자네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네. 그건 자네도 느낄 거라고 믿네.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얘기는 자네의 성공을 위해 하는 얘기라고 받아들여주고 가능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세. 물론 그건 자네가 믿어준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겠지. 한번 해보겠나.
A. 좋습니다. 저도 부장에게 특별히 반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좋은 결론이 난다면 저도 나쁠게 없지 않겠습니까.
Q. 고맙군. 우선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내게 얘기해주겠나. 물론 자네를 돕기 위해서 묻는 질문이네.
A. 아실겁니다. 작년 연말에 수립한 사업계획에 따라 벌써 본격적인 1사분기 사업에 착수했지 않습니까. 제가 맡은 일은 작년 우리가 인수합병한 A제과의 상품과 저희 상품을 통합해 새로운 컨셉의 라인업을 잡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각종 자료를 넘겨받아 새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Q. 매우 중요한 일이야. 일이 무척 많을텐데 현재 여건은 어떤가? 혹시 도와줄 만한 일이 있나?
A. 사실 손이 무척 모자라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팀워크를 맞춰왔던 요원들과 이대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새로 사람이 들어오면 그걸 챙기는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다른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가지 프로젝트들과 어떻게 일정 등을 맞출 것인지가 과제인데 그런 정보를 제대로 정리하는 조직이 없더군요. 직접 하려니까 시간소모가 큽니다.
Q. 회사내 프로젝트 진행상황이 집중되는 곳이 기획실과 마케팅부, 그리고 자네가 맡고 있는 TFT아닌가. 우리 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자네 입맛에 맞게 정리해주지 못하는게 유감일세. 우리도 아다시피 손이 모자라지 않나. 나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해. 좀 일원화된 상황실이 있으면 모두 좋을텐데 말야.
A. 그렇다고 어느 한부서에서 다 맡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Q. 자네가 전사적인 프로젝트 상황실을 조직해보면 어떻겠나? 마케팅도 적극 협력할 것이고, 기획실 박부장은 내가 얘기해보겠네.
A. 솔직히 하고 싶긴 하지만 제가 책임을 맡기는 부담스러운데요. 필요하긴 해도 제 일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Q. 굳이 처음부터 형식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부서 연석회의로 정보교류를 시작하고, 각자 필요한 자료를 주고받는 실리위주의 시스템을 만들면 어떤가. 회의록은 돌아가면서 작성해 관련부서가 회람하도록 하면 될테고.
A. 그럼 괜찮겠군요. 일단 각부서의 니드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으로 정기회의를 소집할 것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내 서버에 세 부서가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을 만들어놓는 것도 좋겠군요. 그러면 회의도 훨씬 간편해지고, 평소에 소홀했던 담당자들간의 협조도 원활해질 것 아닙니까?
Q.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로군. 역시 IT는 젊은 사람들을 못따라가겠어. 혹시 다른 문제들은 없을까?
A. 저를 부르셨던 이유는 회의때문 아니었나요? 그 말씀은 안하셨는데요.
Q. 나는 형식적인 회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네. 사실 자네를 회의에 참석하라고 한 이유는 팀원들 대부분이 자네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일세. 자네의 탁월한 능력과 업적을 본받으려는 후배들이 많네. 그들과 가끔 자리를 만드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네. 그것을 미리 얘기하기가 그랬고, 나 역시 자네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형편이라 오해가 생긴 듯하이.
A. 저 역시 TFT에 들어가서 일하는 바람에 후배들과 함께 얘기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내에 하도 의례적인 회의가 많다보니 제가 성급하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마케팅부의 업무회의에 매번 참석하기 보다 한달에 한번씩 저희TFT의 진행현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해주신다면 준비를 잘해보겠습니다.
Q. 그렇게 하는 것이 자네에게 어떤 유익한 점이 있는지 모르겠네. 형식적인 것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A. 길게보면 저 역시 마케팅부로 돌아가야 합니다. 설사 TFT가 계속 만들어져도 새로운 인원이 들어와야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그래서 마케팅부 후배들과는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달에 한번이라면 그렇게 부담없습니다.
Q. 좋아. 그렇게 하지. 오늘 코칭을 갑자기 하게 됐네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얘기해보게.
A. 외람된 말씀이지만 오늘 부장과는 언성을 높이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부장께서 저를 위해 코칭을 하시겠다고 하는 바람에 기선을 빼앗겼지요. 솔직히 무슨 기술이지 싶었습니다. (웃음)그래도 저 위해 하겠다는데 밑져야 본전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저희 TFT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무리했던 것을 솔직히 털어놓으니 해결책이 저절로 마련되더군요. 특별한 오해가 없으니 눈치볼 것도 없어서 아이디어가 쉽게 나왔습니다. 회의에 관한 문제도 시간이 부족한 제 사정을 이해해주시니 제가 꼭 해야할 것은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런 회의가 꼭 필요하겠다 싶어 두루 윈윈할 수 있는 회의방식을 착안하게 되더군요.
Q. 사실 코칭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어놓지 않으면 조건이 맞지 않아 매우 어렵다네.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내가 고맙군. 우리 부원들에겐 자네 의견을 전달해놓겠네. 첫 합동회의 날짜는 협의해서 잡도록 하자구.
A.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