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에 새로 팀장 한사람이 입사했다. 그러나 박팀장 그녀는 팀을 관리하는 방식이 독특했다. 좋게 말하면 자기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일테고, 나쁘게 얘기하면 팀원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녀의 상관으로서 이런 관리방식에 대해 한마디 해야할 것 같다.

"박팀장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직원들을 다루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녀는사람들에게 할 일만 말해줄 뿐 어떠한 지침도 내리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그녀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나는 박팀장에게 이 점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회사에서 우리의 일반적인 접근방법은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그 방법을 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Q. 아직은 그녀의 관리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내에서 또는 당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그 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박팀장의 스타일이 낯설기도 하고, 구체적인 업무지휘를 안하니까 당황스러워 하기도 합니다. 박팀장은 하루 9시간 근무만 정확하게 하고 자기 출퇴근 시간을 정해서 팀원들에게 그 안에 결재를 받으라고 한답니다. 질문하면 당신의 생각이 뭐냐고 물어보고 알아서 하라는 정도로 대답한다는군요. 이렇게 무책임해서야.

Q. 당신이 구태여 얘기를 꺼낼만큼 상황이 심각한가요?

A. 팀장과 팀원들이 점점 따로 노는 것 같아서요. 더 심각해지면 양쪽 다 피해를 볼 것 같아 사전에 예방하려는 것입니다. 다른 부서에서도 수근거리는 모양입니다. 물론 박팀장의 업무스타일이 독특하긴 하지만 회사 일에 특별히 지장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결재나 보고도 정상적이구요.

Q. 팀원들 얘기를 들어볼까요? 불만을 갖고 있는 팀원들은 팀장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요?

A. 다 들어본 건 아니지만 몇몇 직원들은 팀장이 여자라서 회사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집에 있지 회사에 뭐하러 나오느냐는 거지요. 팀원들은 다른 팀의 남자팀장들처럼 같이 어울리고 흉금을 터놓으며 지내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박팀장이 너무 개인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겠지요.

Q. 문제가 박팀장에게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 팀이 어떻게 지내기를 바라십니까?

A. 그 팀은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 서로 마음을 합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박팀장은 팀원들을 좀더 자상하게 배려하고 팀원들은 박팀장의 스타일중을 무조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Q. 좋습니다. 그런데 팀장과 팀원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제가 한번 만나본 바에 따르면, 박팀장은 자기가 전직장에서 했던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것 같고 오히려 팀원들이 뭘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팀원들은 팀장이 이 회사의 문화도 모른채 개인주의적인 자기 스타일만 고집한다고 불만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말이 안통하는 거죠.

Q.전직장의 경험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직장과 지금 다니는 회사는 여러모로 다른데도 조직관리방식을 바꿀 생각을 안하는 거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A. 그 회사에서 그런 방식이 먹혔던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하고, 이 회사에선 왜 다른 방식으로 조직관리를 하는지 그 차이를 생각해보라고 하겠습니다. 조직이 달라지면 사람다루는 방법도 달라지는게 맞습니다. 회사의 차이를 잘 분별해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매니저이지요.

Q.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전직장은 역사도 오래된 대기업이기 때문에 업무분장이 잘 이루어져 있고, 자기 할 일만 하면 그만인 조직인데 반해 이 회사는 출범한지 이년밖에 안되고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조직이라 구성원간에 회의와 대화가 많이 필요한 곳입니다. 따라서 팀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옳은 것인지 항상 궁금하고 확인을 원합니다. 즉 회사의 상황과 조직의 요구를 매니저가 판단해서 적절한 관리방식을 구사해야 옳다는 겁니다.

Q. 팀원들에게도 하실 말씀이 있지 않겠습니까?


A. 박팀장의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계속 업그래이드해야하는 것은 맞지요. 비록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분산이 이루어지도록 관리방식이 바뀌어야 하는건 맞습니다. 결국은 팀원들도 대기업의 뛰어난 관리기법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스스로도 발전하지요.

Q. 양쪽이 합리적으로 합의에 이르도록 만들 방법은 없습니까?

A. 글쎄요. 술자리를 마련하거나 MT를 가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만, 자칫 피상적인 논쟁으로 흐를 우려가 있어서...

Q. 그렇다면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떻습니까?

A. 그게 좋겠군요. 이번 프로젝트를 조기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팀워크를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요구하면 어떨까요? 그렇잖아도 앞으로 프로젝트를 PM방식으로 해야하느냐, 기존 조직내에서 하는 게 좋으냐, PM의 책임과 역할, 인사고과 반영문제 등등을 놓고 경영진들이 숙고하는중입니다. 현장의 의견을 경영진에 직접 제안해보라고 그 팀에게 얘기하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양족의 이견을 좁히면서 회사에도 좋은 제도를 제안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되겠군요.   

Q. 잘됐군요. 그 과정에서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겠습니까?

A. 사전 정지작업 없이 토론에 들어가면 감정적인 발언들이 튀어 나와서 회의가 엉뚱하게 갈 우려도 있습니다. 박팀장에게도 회의취지를 잘 설명하고 팀원들의 말을 경청하라 이르겠습니다. 또 팀원들에게도 회의가 개인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선 안된다고 얘기해두겠습니다.

Q.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코칭경과를 정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이질적인 집단에서 큰 사람들이 한 조직에 있다보면 문화의 차이때문에 갈등을 빚을 때가 많습니다. 그때 한쪽의 역성을 들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코칭을 받기전에는 박팀장에게 문제가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그대로 얘기했다면 박팀장은 크게 상심하거나 반발했을 겁니다. 현조직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관리노하우를 개발해보자는 제안은 그녀에게도 기회가 되겠지요. 직원들도 그 과정에 동참해서 의견도 개진하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꾸는 자세가 필요할 겁니다. 힘을 합쳐 잘해보자는 원칙, 그리고 경청하겠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가능하겠지요.

Q.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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