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따기
김소월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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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의 시는 고향과 같다.
그리 넉넉하지도, 결코 화려하지도 않다.
세상의 시라고 어디 다 편할까보냐,
그래서도 못쓰는게 시라고 했다만,
병들고 살 아프면
고향같은 소월의 시들이 생각난다.
따가운 봄볕
겨울 끝바람에 머리칼 흐트러지는데
하릴없이 풀잎 따 던지면
저만치 뱅글뱅글 해찰하며
이따끔 꾸벅꾸벅 자맥질도 해가며
흘러가는 내 젊은 시간들을 바라본다.
200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