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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현대사상
프란시스 A.쉐퍼 / 성광문화사 / 1992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신앙에 대한 철학적인 분석과 해부와 아울러 지적 체계를 세우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앙은 일종의 '비약a leap'라고 말했던 유신론적 실존주의자 죄렌 키에르케고르의 비약적인 관점은 받아들일만한 것이 아니다. 신앙은 말 그대로 합리적인 것이며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은 과장하거나 축약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신앙은 말 그대로 실제적인 것이며 쉐퍼의 의견에 따르면 믿음은 견고한 철학적인 체계이며 절대 비합리성이나 불합리성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하나님은 돌팔이 의사나 사기꾼으로 모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기꾼이냐? 돌팔이 의사인가?
그렇지 않다. 쉐퍼의 '기독교와 현대사상'이란 책은 쉐퍼가 당대의 문화사와 철학사를 아우르며 정리하면서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을 포함하면서 시대적인 철학적 조류와 사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의 기독교 철학적 해부는 너무나 날카롭고 견고해서 정말 나의 상처받은 감수성과 상처입은 기독교적인 허물허물한 철학관을 보수해주었다.
나는 당시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읽고 깊은 신앙적인 회의와 감정적인 혼돈을 경험했었다. 이문열에 이어 '경마장 가는 길'의 하일지 소설을 읽고서도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갓고등학교 졸업한 내가 문학적인 여정을 통해 현대의 문화, 특히 성문화를 간접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요즈음은 매스미디어 자체가 굉장히 육감적이고 도발적이라서 웬만한 육체적인 '몸'문화에 대해서 청소년들도 익히 알고 있다. '사마리아'라는 영화에서 보면 여고생이 원조교제를 하지 않던가? 모든 청소년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내가 학창시절을 보낼 때보다 지금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성적으로는 더 조숙한 것은 사실이다.
나는 무신론자가 쓴 소설을 읽고 깊은 신앙적인 혼란을 경험했더랬는데 프란시스 쉐퍼의 책을 통해 굉장히 위로를 받았다. 사람의 글이 이렇게 사람의 사상을 손보고 사람의 생각을 정립하게끔 하고 감정적인, 영혼의 상처까지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나는 대학1년 때 집으로 바로 오지 않고 도서관에서 사무엘 스텀프의 '서양철학사'를 붙들고 씨름했던 기억이 있다. 철학을 멋도 모르고 좋아해서 머리에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철학사를 붙들고 읽어댔다. 완독은 못했지만-완독을 못한 책들이 얼마나 많던가? ㅠㅠ- 후에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를 정복하고자 했지만 결국 내 서재에 꽂혀있기만 하다.
우린 철학을 생각할 때,
철학이란 것은 굉장이 동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일상의 잔재, 말 그대로 일상 그 자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철학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전유물이긴 했으나 그 철학의 사상적인 줄기는 지금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세계관은 20세기가 다 될 때까지 깨어지지 않는 하나의 견고한 사상적인 기둥이었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도 당연히 오류가 있기 마련이고 실수가 있지 않겠는가? 철학은 단순한 사상의 차원을 넘어 문화와 예술과 모든 삶의 영역에 스며들게 되었다.
프란시스 쉐퍼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의 문화와 예술의 리트머스 가운데 번진 철학적인 오염들을 분석, 진단하고 있다. 모더니즘의 세계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오면서 얼마나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과 저작이 예술가들의 뇌를 뚫고 자극했는지는 이 책을 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현 시대의 현상들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프란시스 쉐퍼가 어떤 인물인지, 그가 만든 공동체 라브리가 어떤 공동체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대학 1년 시절의 겨울방학 때 난 쉐퍼를 만나면서 신앙적인 둥지를 다시 손보게 되었고 쇄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나 고맙고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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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6, 기억을 더듬으며 이 책에 대한 회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