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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사진 예술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지음, 주은정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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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의 사진이 거기에 진열되어 있었다. 거기엔 전쟁, 피난길, 탈출, 가난, 사물, 사람들, 예술, 性, 마릴린 몬로, 윈스턴 처칠, 찰리 채플린 ....20세기의 모든 사람들이 있었고, 20세기의 사건과 사고가 거기 있었다. 존재의 흔적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었다. 사진만 두어 번 보았다. 대출도서라 더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으니 20세기가 끝이 났다. 삶은 사라지고 인간은 사라지지만 남은 것은 오로지 기록이다. 사진의 기록이다. 그 기록, 삶의 기록이 때론 악취가 될 수도 있고, 때론 향기가 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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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것은 내 나름대로 정의하건대, ‘한 순간(one moment)에다 의미를 부여하여 방점을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는 지나갔고, 우린 21세기를 살고 있다. 나 또한, 삶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우린 21세기의 끝자락 아니 그 어느 지점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서 나 자신과 또한 다음 세대, 후세들이 마침표를 찍은 우리의 방점들을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 인생의 순간순간은 어떤 방점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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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을 보면 <무제>라는 제목 없는 사진이 종종 등장한다. 아무리 제목이 <무제>라도, 그래도 사진이 좋으면, 사진만 좋으면 제목이 ‘무제’라는 것이 무슨 흠이 되겠는가?
<무제의 삶>이라......내용만 좋으면, 컨텐츠만 좋으면, <무제>도 감사한 것이고, OK이다! 문득 우리의 삶이 때론 ‘제목없음’의, ‘제목이 달리지 않은’삶이라 할지라도, 삶의 내용과 스토리와 컨텐츠가 좋으면, 사진에서 보여주는 한 컷, 한 풍경, 한 전망, 한 시각이 좋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용납되어질 만한, 환영받을 만한 구색이 아닐까 싶다.
20세기의 사진을 훑어보았는데, 기분이 묘하다. 한 세기가 그렇게 시작되어 그렇게 책으로, 사진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인 듯하고, 나는 <무제>의 사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