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인호의 딸과 손녀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소설'보다는 '인생기록', '에세이'에 가깝다.

난 처음에 소설인 줄 알았는데, 에세이집이다.

1부는 딸의 이야기, 2부는 딸의 딸(손녀)이야기 이다.

이 구조, 구성에 무슨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다.

근데, 아니었다.

아버지의 '나의 딸'과 할아버지의 '나의 딸의 딸'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이미 다혜는 내 자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인격을 지닌 자유인 인 것이다. 나는 다만 아버지로서 그녀가 우리의 곁을 떠날 때까지 잠시 맡이 기르는 전당포주인에 불과한 것'(p.157)

 

아버지의 딸에 대한 애정이 지독해, 그 솔직한 고백의 기록이 가슴을 찡하게 했다.

아버지가 딸에 대하는 태도, 감정, 시집 보낼 때의 그 가슴 아픔...

여자는 시집을 간다.

 

'이상할 게 뭐 있어. 호적등본에는 이름이 X자로 지워져 있을텐데. 나도 당신에게 시집 올 땐 그렇게 이름이 X로 지워져 떠나온 사람이유. 자기 아내도 그렇게 떠나온 사람 인 걸 기억하시오. 나도 우리 아버지에겐 그렇게 소중했던 딸이었다구요.'(p.197)

'다혜는 우리 집의 수호신, 나는 다혜를 사랑합니다. 아빠.'

다혜가 시집가는 리얼리티를 작가는 가슴 절절하게 느끼지만 손녀(나의 딸의 딸)가 출생하자, 그 사랑은 더 커진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은 아버지들도 있다. 그러나 손자를 익애하지 않는 할아버지는 없다.'-빅토로 위고<레미제라블>

 

손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요즘 나는 정원복음에 빠져 있다. 정원복음은 마태오복음보다 더 큰 진리라고 나는 생각한다.'(p.292)

 

손녀이름이 정원이다. 손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우면 그럴까?

정말 작가의 '나의 딸에 대한, 나의 딸의 딸'에 대한 사랑은 구구절절하다.

조부모의 손녀 사랑이 이토록 위대했던가!

요즘 우리애들을 잘 보지 못하는 장모님의 푸념섟인 카톡이 생각난다.

인생은 이런 가족의 사랑의 온기로 유지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할머니 냄새가 났었는데, 아침마다 세수하고 손을 씻으니 얼마 안 가서 냄새가 없어져 버렸어.'

'할머니 냄새가 나는 옷을 상하이로 보내줘. 할머니 보고 싶으면 냄새를 맡을테니깐.'(p.310-311)

 

손에 할머니냄새를 뭍혀갔는데, 손 씻으니 냄새가 사라졌다고 손녀가 이런 말을 하는데 할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활짝 필까?

 

'아내와 나는 '정원교'를 믿는 토테미즘의 맹신자라 할 수 있으며...'(p.319)

 

첫 외손녀가 얼마나 이쁘면 이런 표현을 할까?

작가는 이런 말을 남긴다.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들판을 달리는 전사로서의 무장해제를 뜻하며, 지친 신발을 벗음으로써 가정 속에서 평화와 위안을 얻는다는 의미이다.'(p.325)

 

우리가 집에 오면 신발을 벗는다. 가정, 가족은 신발을 벗는 무장해제의 공간이다.

 

'교주님, 정원이의 말씀대로 우리들의 가족이야말로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최고의 '위대한 유산'인 것이다.'(p.326)

 

작가의 진실된 삶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마음이 따뜻했다. 나는 책을 읽고서 '아, 인생은 이토록 위대하구나!' 생각했다.

삶은 더 치열해지고 각박해지지만, 문학이 있어, 삶의 스토리가 있어 텍스트를 통해 감동의 임펄스impulse가 밀려오니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 최인호 작가의 작품이다.

나에게도 '가족이란 위대한 유산'을 생각하며 감사가 터져나오게한 작품이다.

여담1: 이 책을 돈 주고 사라고 했으면 내 스타일상 절대 사지 않았겠지. 근데 제자가 나더러 읽어보라고 선물을 주었다. 선물을 받은지 1년이 넘었다. 이제서야 읽고 감동받아 선물 준 놈에게 고맙다며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택배로 주문해 선물했다.

 

여담2: 내게도 딸이 있다. 딸 시집보낼 때 나도 미칠듯 한데. 최인호처럼 나는 잠시 딸을 맡고 있는 '전당포 주인'이라고 늘 되새겨야 내 맘이 덜 아플 듯 하다. 우리 딸?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이다. 푸하하!

 

'이 땅에 영원한 것은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새겨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17년 11월 리뷰를 손으로 적고, 오늘 이 리뷰를 컴퓨터로 옮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8-08-04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았던 책이라 반갑네요. 가족,,,,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듯요.

카알벨루치 2018-08-04 15:54   좋아요 0 | URL
만년필 만년필 ㅎㅎㅎㅎ 나중에 뚜껑 잘 닫히는 만년필로 선 뵐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