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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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언어와는 그다지 친하게 친구가 될수 없었다. 뭔가 빨리 풀어내어 지지 않는 깊은 의미를 되새기기에 나는 시의 깊은 인내와 언어의 함축성을 싫어했던 급한 인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선물로 받고는 기대없이 한장 한장 읽어내려 가며 가슴떨리는 전율을 느꼈다. 정채봉 그의 삶에 대한 자조와 회환이 깔려 있는 순수한 인간애에 왜 자꾸 마음이 아렸던지.. 똑같은 인간으로서의 감수성의 자극때문이었을 것이다. 삶을 되돌아보는 그의 언어 하나 하나가 내 자신이 고백하지 못했던 삶의 반성을 만나게 한다.

아주 맥없이 우리의 현실과 육체는 언젠가는 사그라들고 말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유롭게 삶을 되돌아 보기에 자만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것에 지나치게 소홀함을 고백해야만 한다. 아름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작가의 순수했던 지난 감성에 나는 존경을 표한다. 그는 비록 지금 이 땅에서 함께 숨쉬지 않고 있지만, 그의 따뜻하고 순수했던 언어의 힘이 우리들에게 한없는 삶의 위안과 반성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을 기점으로 나는 이제 서점에서 시 코너도 얼쩡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시가 어렵고 심오한것만이 아니라는 나만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뜰리수 있게 되었다. 좀더 넓은 독서의 자유를 느끼게 했던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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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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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내내 하루키에 미쳐 살았다. 한창 그랬듯이 상실의 시대를 읽고 그 대학생으로서의 허무함에 대해 여유로운 사치를 부렸었다. 꽤 시간이 흘러 사회인으로서 나에게 허무함이란 것이 얼마나 사치성 강한 인간의 유희였는지,, 서서히 나는 각박해진 일상인 현대인으로 자리 잡아가며 그 대학시절 하루키를 그리워하며 이 책을 우연히 만났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집을 좋아하고 그로인해 나는 그의 가볍지만 소신있는 삶을 철학을 은근히 동경하게 되었다. 이 책을 어떤 한가로운 봄볕 따뜻한 날 베란다에서 길게 자리잡고 누워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여유있는 하루키의 일상에 가끔 질투가 나기도 했던것 같다. 그래서 나만의 대안법으로 최대한의 여유를 즐겨가며 이 책을 끝날때까지 아껴가며 읽었었던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과도 잘 어울리고, 느른한 햇살에 썬글라스 끼고 읽어도 그만이고, 응가를 하면서 힘주는 화장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책이 하루키의 일상의 여백이다. 적어도 하루키는 일상의 단순함과 가벼움의 미학을 진작에 깨닫고 자신만의 소중한 행복만들기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우친 철학자이다. 그는 과연 머리통 터지게 하는 현실의 고통이 있을까? 문득 이런 질문이 던져지고 싶어진다.

하루키는 우리 잊고 지나가는 작고 사소한 일상에 관심을 가지는 방법으로 우리와는 다른 여유로운 삶을 창조해가는 사람이다. 교활하다고 싫어하는 동물인 고양이에 대한 그의 애정어린 글솜씨 탓인지.. 왠지 고양이를 측은하게라도 바라봐주어야 할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마라톤을 꼭 내 생활로 변환시켜 건강을 지켜야 할것 같은 그의 마라톤 예찬이며.... 그의 행복을, 그의 단순한 삶의 질을 고스란히 흉내 내고 싶어진다. 이젠 따뜻한 햇살에 눈꺼풀 무거워지는 봄기운이 생동하고 있다. 자신만의 여유로운 행복을 꾸미고 싶은사람들.. 이 작은 책 한손에 들고 공기좋은 베란다고, 공원으로, 화장실로, 방안에 빼깔고 누워서... 어디에서든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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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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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전혜린의 삶을 동경하긴 하지만, 그녀처럼 지독하게 타오르고 방황하고 고민하며 살아가기는 원하지 않는 나의 모순됨을 고백하게 된다. 전혜린은 참된 지식인이었는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고교시절에는 막연히 그녀의 고민과 갈등과 사랑이 너무나도 열정이 넘쳤고도 인간적이었기에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다 나이 서른이 넘어 그녀를 되새겨 본다.

그녀의 삶은 그리 당당하지는 못했다. 알고있는 지식과 방황하는 고민 만큼이나 그녀는 살아있는 적극성과 중용이라는 정신적 지혜로움을 지니지 못했다. 그러기에 아직도 그녀의 죽음이 아쉽기만 한것이다. 그다지도 멋진 사고방식으로 지식인의 진실을 고민했던 그녀에게 왜 삶에 당당한 자유로운 도전은 없었던 것인지.... 참으로 알고 고민했다면 그녀의 삶이 그리 허무하게 마무리 되어지지는 않았을 텐데..말이다.

나에게 힘든 고통이 찾아올때, 답답함이 모순됨이 밀려 올때 나는 이책을 끄집어 내는 습관이 있다. 어쩐지 이 책에서는 대단한 지성인이 나의 고통과 고민을 대신 감내해 주는 대리 만족의 심리일까? 고통조차도 살아있는 인간이기에 더더욱 느껴지는 존재의 귀중함이리라. 살아있다는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나도 그렇고 전혜린 그녀도 고통을 원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그녀의 독일 유학생활의 어려움과, 부부로써의 갈등됨, 엄마가 되는 과정과 엄마되어 교수된 생활까지 일기로 고백되어진다. 어떤 보여지기 위한 글들이 아니기에 더더욱 진실되고 느낌이 생생하다. 덩달아 가슴이 아프고, 지적욕구가 생기고 우울함이 생기게 한다. 참되게 알아간다는거, 참된 지식인이로 이땅에서 역할을 한다는것을 생각하고 다듬게 하는 책이다. 또한 진정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언지 전혜린 그녀의 삶을 통해 얻게 되는 그 무엇들이다.

그녀의 삶이 조그만 더 현명하고 포기하는 지혜로움을 터득했었더라면 아쉬움이 내나이 서른이 넘어보니 알아가게 되었다. 나는 전혜린을 사랑하고 그녀의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았으므로 그녀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여전히 안타깝고 분하기 까지 한것이다. 그녀의 정신은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너무 빨리 알았고 비관적이었다. 차라리 덜 발달된 감성과 지성을 지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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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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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그림은 몇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이다. 작가 자신이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라 그런가.... 그의 글은 정말이지 그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드러나 있으면서도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함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 감상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어떠 고급 문화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근 몇년 동안 대중적 미술서적이 꽤나 많이 소개되어 나와있다. 그 많은 책들을 통해서 어쩜 더더욱 그림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어 멀어지게 하는 요소들이 많음을 독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 중 이주헌씨의 책들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직접 발로 찾아다니고 탁월한 그만의 감수성과 세련된 시각으로 그림을 글로 풀어내어 준다. 이 책에서 소개되어 지는 50여편의 그림을 통해 그 시대를 만날수 있고, 한 인간이며 예술가로써의 작가들의 인생과 사상을 만날수 있다. 인간이 탄생시켜 놓은 그림을 통해 참으로 대단한 인간애를 끌어낼수 있다는것... 예술은 실로 길고도 감동적인 소산물임에 틀림이 없다.

개인적인 그림의 감상이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주헌씨는 고증된 자료도 섭렵한 인문학자라 감히 평가해 본다. 그래서 이책은 더더욱 교양서로써의 가치도 있다고 믿는다. 미술이라는 한정되어 있던 분야를 그의 쉽고도 다분히 교양적인 감수성으로 대중에게 한결 가깝게 다가가게 해준 꽤나 잘 꾸며진그림책이다. 이 책을 또다시 읽고 싶다. 그림을 통해 인간의 삶을 구경하는 즐거움이란,, 나에게 곧 행복인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꺼리낌 없이 권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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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훔친 화가들 사계절 Art Library 7
노성두 글, 황지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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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했다. 그리고 미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미술이라는 것과는 질긴 인연으로 살아갈것 이다. 알아야 할것들이 많음을 느낀다. 특히나 미술의 역사나 도상학에 대해서는 한참 멀었음을 느끼면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미술사에서 빠질수 없는 종교화(기독교 사상)들에 대한 해설서이다. 카톨릭 신자이면서 한참 성서공부를 하던 나에게 이 책은 더없는 공부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 고마움을 지니게 하는 책이다. 성경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적 상상력을 구체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던것이다.
말로 들어서나 글로 접해서 알게된 지식이나 내용을 우리는 시각적 고증을 통해 재 인식하는 법을 알고 있다.

성서의 구약부터 신약까지 아주 핵심적인 사건들을 뽑아 그림을 소개했고 그에 따르는 해석을 자연스럽고 재미나게 서술한 책이다. 보는 즐거움이과 알아가는 즐거움이 적당히 잘 충족되는 책이다. 그러나 아마도 종교(특히 기독교) 에 관심이 없거나 반감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이 책을 소화해 내게 될런지는 모르겠다. 읽다보면 약간은 지루한 종교적 이해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인간들이 그 오래전부터 종교인이 되어가고 믿음이라는 것을 원하게 되는지.. 우리의 근원적인 의식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지성의 유희를 조금이나 즐길수 있으리라 본다.개인적인 재미에만 치우치지도 않고, 역사적 사실과 고증으로만 그림을 해석하지 않은면이 좋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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